기아 K8은 K7의 뒤를 잇는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으로, 2021년 첫 출시 이후 2024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더욱 강화했다. 5미터가 넘는 전장에 여유로운 실내 공간,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과 고급 옵션들까지 갖추며, 패밀리카 또는 비즈니스용 차량으로 두루 인기를 끌 자격이 충분한 모델이다.

K8의 차체 크기는 전장 5,050mm, 휠베이스 2,895mm로 동급 최대 수준이며, 트렁크 용량도 610L로 현대 그랜저(480L)보다 130L 더 넓다. 파워트레인 구성도 다양하다. 2.5 가솔린(198마력), 3.5 가솔린(300마력), 1.6 하이브리드(230마력), LPG 모델까지 선택지를 폭넓게 갖춰 실용성과 퍼포먼스를 모두 아우른다.

특히 K8 하이브리드는 복합 연비 18.1km/L를 기록하며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한다. 옵션 구성도 뛰어나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에스코트 라이트 등 첨단 및 감성 기능이 대거 탑재되어 있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개선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전보다 훨씬 세련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K8은 월 평균 2,5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반면, 라이벌 그랜저 GN7은 같은 기간 6천 대 이상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랜저가 페이스리프트 전 구형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신형 K8이 구형 그랜저에 밀리는 이 상황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가격과 상품성에서 K8은 오히려 우위에 있다. 차체는 크고 연비는 좋으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디자인 평가에서도 그랜저보다 낫다는 반응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그랜저’라는 이름을 선택한다. 결국, 이 모든 차이를 뒤엎는 건 ‘브랜드 유산’이라는 이름값 하나뿐이라는 분석이다.

곧 출시될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가격을 크게 인상한다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 K8에게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신형 그랜저가 큰 변화 없이 등장하더라도, 여전히 K8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그랜저’라는 이름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과연 K8은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