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는 장승이 반겨주는 사찰
'나주 운흥사'
전남 나주시 다도면 깊숙한 산자락에 자리한 운흥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돌 장승 두 기다.
하나는 상원주장군, 다른 하나는 하원당장군이라 불리며, 두 장승 모두 인자한 웃음을 띠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높이 2m가 넘는 석장승은 잡귀의 출입을 막고 경내의 부정을 금하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남장승의 단단한 체구와 여장승의 온화한 미소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따뜻함을 전한다.

운흥사는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당 희종 연간(9세기 후반)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신라 효공왕 시절 ‘웅점사’로 불리며, 시대에 따라 웅치사와 운흥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1775년 기록에 따르면 대웅전과 침계루 등 380여 칸의 규모를 갖춘 큰 사찰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소실되었다. 이후 1998년 혜원 스님의 부임으로 복원 불사가 진행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곳은 조선 후기의 고승 초의선사가 출가한 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초의선사는 다선(茶禪)일여의 정신을 전파하며 한국 차문화를 널리 알린 인물로, 운흥사와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차와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실제로 사찰 주변에는 지금도 야생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방문객들은 은은한 차향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운흥사의 또 다른 매력은 사찰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적 흔적이다. 여장승의 뒷면에는 ‘조선 숙종 45년(1719)’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석장승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려준다. 이러한 석장승은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민속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장승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긴 세월을 지켜온 마을의 수호신이 전하는 평온함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운흥사는 고요함 속에 깊이를 품고 있는 사찰이다. 차나무 향기와 함께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세속의 번잡함이 잦아드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된 시간의 무게가 만들어낸 운흥사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나주 여행 중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이유가 된다.
- 주소: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암정로 398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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