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스피커의 교과서, 오리지널로 다시 태어나다

팔콘어쿠스틱 LS3/5a 청음회 후기

목소리 표현의 교과서. 현악의 표현도 거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고 피아노 음은 최근의 하이앤드 스피커들에 비하면 다소 얌전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바로 모니터적인 것이고 소스 그대로의 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목소리 표현과 현악기의 표현에 있어서는 사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정석과도 같은 음을 들려준다. 이 스피커는 이미 반백년 전부터 원음을 확인하기 위한 스피커의 정석이었다. 영국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의 대부분을 BBC 모니터 계열의 스피커로 녹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그 음악들이 다시 BBC 방송국에서 이 스피커를 통해 확인되고 재생되었다.


그렇지만 최근은 LS3/5a 가 아니더라도 고성능 지향의 모니터 스피커가 많이 있다. 그러한 다른 모니터 스피커도 모두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소리의 섬세함이나 네추럴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고전적이고 클래시컬한 이 LS3/5a가 더 인간적이고도 새벽녂 이슬에 먼지가 씻겨진 푸른 새싹같은 느낌이 있다. 그만큼 소리에 조작된 느낌이 적고 순수하고 자연스럽다는 의미이다.

▲ 풀레인지 청음실에 설치된 팔콘 어쿠스틱의 모습

좁은 공간일수록 최적의 음질 제공10평 내외까지도 자연스러운 음장감과 생생한 중음을 표현


풀레인지의 청음실은 측면의 뚫린 공간을 제외하고도 20평의 공간이다. 청음회를 하기에 적합한 공간이긴 하지만 소형 북쉘프 스피커가 커버하기에는 넓은 공간이다. 그래서 팔콘 어쿠스틱 LS3/5a가 내주는 중음의 자연스러움이나 균형잡힌 음의 밸런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중립적인 대역 밸런스의 음의 입자감과 표현력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네추럴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보다 좀 더 좁은 공간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 아파트 33평 혹은 40평대 아파트 거실과 유사한 공간에서의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은 3~4평정도의 방과 유사한 공간에서의 음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일반 가정 공간과 유사한 공간에서의 음은 훨씬 더 음의 배음이 풍부하면서 자연스러우며 무엇보다도 보기와는 다르게 중음의 생동감이 대단히 우수하다.


종종 표정이 풍부하다는 표현을 쓰곤하는데, 그 말이 딱 어울린다. 

중음이 강하지 않으면서 중음의 배음과 표현력이 풍부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음의 생동감이 전혀 답답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200~300만원대의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 더 생생함이 있으며 표정이 화사한 느낌을 주고 있다. 대단히 기분 좋은 울림이며 넓고 화사하게 중음의 표정을 가능한 충분히 표현해 주고 있다.

영혼이 존재할 것 같은 전설적인 스피커 팔콘 어쿠스틱 LS3/5a


세상에는 참 많은 오디오 제품이 있다. 또 수많은 브랜드가 포진하고 있다. 굳이 에디슨 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간 약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수한 제품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평생 파고 또 파도 끝이 없다.
그러나 가끔 전설적이라는 찬사가 붙는, 매우 이례적인 제품이 존재하기도 한다. 곰이나 호랑이를 찬미하면 토테미즘이 되지만, 오디오의 경우 뭐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물신숭배, 바로 애니미즘이 된다.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뜻인데, 특정 오디오엔 그런 영혼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 시야를 영국쪽으로 좁혀 봐도, 탄노이 오토그래프, 린 LP12, 쿼드 II & 22, 바이타복스 등이 떠오른다. 그중 3/5a는 이례적으로 여러 메이커가 계속 리바이벌하고 또 도전할 정도로 특이한 존재다. 그 리스트만 훑어봐도, 원조격인 KEF부터 로저스, 스팬더, 하베스, 스털링, 차트웰 등이 떠오른다. 지독한 애호가는 이 모두를 소유하기도 한다. 또 15오옴짜리와 11오옴짜리의 대접도 다르다. 대체 무슨 매력이 있기에 이 스피커는 이렇게 탄생한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특별한 존재로 자리할까? 오디오 역사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이번에 만난 팔콘 어쿠스틱스(Falcon Acoustics)의 3/5a는 매우 특별하다. 사실 이런 형번을 모델명으로 쓰려면, BBC의 정식 인가가 필요하다.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서, 일단 BBC 인증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최근에 팔콘에 3/5a에 대한 라이센스를 허가하면서, BBC 스탭은 이렇게 찬사를 했다.


“최근 40년간, 팔콘처럼 가장 오리지널 프로토타입에 근접한 모델은 없다!”


이것은 신제품 개발이 아닌, 일종의 레플리카 세계이기 때문에, 이만한 칭찬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스피커 개발에 BBC 인증이 필요할까? 이 제품의 태생 자체가 BBC의 모니터용이라는 굴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BBC는 그레이드 1과 2로, 모니터의 형태를 구분해서 쓰고 있었다. 1은 정교한 마이크 세팅이나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를 재현하는 큰 모델로, 반면 2는 작은 방에서 해드폰을 대신할 보컬 검청용으로 각각 나눈 것이다. 당연히 3/5a은 후자에 속한다. 사실 일개 방송용 미니 모니터가 이런 전설이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 청음회에 쓰인 앰프, BAKOON AMP7511 + PRE5410MK3
▲ 말콤 존스(Malcolom Jones)

오리지널 제품을 그대로 부활시키기 위한 영화같은 과정팔콘 스피커는 신생 업체다 아니다


만일 팔콘을 신생 브랜드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역사를 조금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최초의 창업자인 말콤 존스(Malcolom Jones)씨로 말하면, KEF에서 처음 3/5a를 런칭할 때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특히, 이 제품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드라이버의 개발에 참여했다. 즉, T27이라는 19mm 구경의 마일라 돔 트위터와 B110이라는 127mm 구경의 벡스트렌 중저역 콘 말이다. 많은 회사들이 이 드라이버를 구해서 자체 박스와 네트웍을 짜서, 3/5a의 전설을 엮어갔던 셈이다. 바로 거기에서 일하다 독립해서 팔콘을 창립한 것이다.

여기서 유닛 이야기를 더 하면, 1988년에 KEF에서 일부 개량한 모델을 내놓는 바, 그 덕분에 11오옴 사양으로 바뀐다. 사실 이때부터 오리지널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후 2000년에 아예 드라이버 생산을 종료함에 따라, 스털링같은 회사는 시어스와 스캔스픽의 드라이버를 구해서 쓰는 상황도 발생했다. 덕분에 중저역 콘은 폴리프로필렌, 트위터는 패브릭 돔이 되었다. 과연 이것을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두고 영국의 저명한 오디오 평론가 켄 케슬러씨는 2001년에 이런 선언을 한다. 그 어떤 제품도 오리지널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아예 사망 신고를 내린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존스씨는 이미 1982년에 팔콘의 이름으로 한 차례 BBC에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굿맨스(Goodmans)에 밀려, 허가권을 따내지 못했지만, 대신 이 회사의 제품에 크로스오버를 공급한 바 있다. 어쨌든 굿맨스가 KEF에서 드라이버를 납품받는 상황에서 크로스오버를 팔콘이 했다면, 실제로는 팔콘 제품이 아닌가?

이후 2008년, 존스씨는 아내도 잃고, 완전 의욕 상실이 되어 멍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친구이자 역시 열혈 오디오파일인 제리 블룸필드의 방문을 받는다.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의기투합한다. 회사를 블룸필드씨에게 파는 대신, 의욕적으로 3/5a의 레플리카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오리지널 드라이버를 공급받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로컬의 장인에게 부탁해서 벡스트렌 콘을 만들고, 트위터를 재구성하는 등,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당연히 캐비닛, 크로스오버, 인덕터, 댐핑 처리 등 모든 부분에서 오리지널 프로토타입에 가깝도록 했다. 완전 100%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어떤 회사의 모델보다 오리지널리티에 접근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3/5a는 6만 여 세트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40년에 걸친 세월 동안 여러 메이커에 의해 재현되면서 정말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작은 몸체에 70Hz 이하의 저역은 물로 씻은 듯 사라졌고, 83dB에 불과한 입력 감도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팔콘은 오리지널 그대로 15오옴을 준수하고, 매끈한 주파수 대응이 아닌, 다소 거칠더라도 음악의 숨결을 그대로 포착하는 형태로 마무리했다. 바로 그 부분이 BBC의 찬사를 얻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 팔콘어쿠스틱 LS3/5a 청음회 진행을 맡은, 오디오 평론가 이종학

왜 3/5a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음색이 매력적이라? 뭐,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더큰 이유가 있다.

사실 이 모델은 최초의 음장형 스피커로 불린다. 세팅을 잘 해놓으면 정말 스피커 주변으로 멋진 무대가 펼쳐진다. 특히, 중앙쪽은 안으로 깊숙이 정위해서, 눈을 감으면 골격이 튼실한 음장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현과 보컬을 중심으로 한 매혹적인 음색은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서브 시스템으로 들이는 분도 많고, 클래식 소편성을 주로 듣는 분들은 메인으로도 쓰고 있다.


언젠가 존 레논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평생 가장 잘 한 일은 비틀즈를 해산한 것이다. 절정의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껴 계속 찾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바로 그 결함이 오히려 지독한 매력이 되어버린 전설의 스피커. 여러분이 오디오 취미를 존속시키는 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스피커임은 분명하다. 무려 40년만에 오리지널을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뛰게 하지 않는가?



리뷰어 : 이종학 (오디오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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