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맛에 탄다는 건 옛말"…BYD·지커 이어 韓 시장 정조준하는 中 전기차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가성비와 프리미엄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수입차 사상 최단기 판매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리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지커'가 이달 강남에 상륙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지커 고급 전기차 7X.

지커 고급 전기차 7X.5일 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이달 중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첫 번째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이번 강남 거점은 중국 상하이 타워 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벤치마킹해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커는 이미 국내 딜러사 4곳과 계약을 마쳤으며 하반기 중형 전기 SUV '7X'를 시작으로 '009', '8X' 등 주요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진출한 BYD코리아는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YD의 성장은 중형 SUV '씨라이언7'이 견인했으며 전체 판매량의 47%인 4746대를 차지했다. 씨라이언7은 4000만원대 가격에도 고성능 인포테인먼트와 저온 주행 효율을 갖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중국차의 공습은 지커와 BYD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더 거세질 전망이다.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은 최근 한국 법인 설립을 마치고 하반기 공식 진출을 위해 인증 절차와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출 1위 업체인 체리자동차와 국영 기업인 둥펑자동차도 딜러망 구축 등 막바지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IT 공룡 샤오미 역시 진출 시점을 조율 중이다.

BYD 씨라이언 7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정조준하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피하면서도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기 위해서다. 국내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2.3%까지 확대됐으며 2월에는 24%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흐름이 지속될 경우 내년 중 수입차 점유율 3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브랜드와의 간접 침투 전략도 강화되는 추세다. 르노코리아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에는 지리자동차의 기술이 적용됐으며 지리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KG모빌리티 또한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 협약을 맺고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등 국내 시장에 중국 기술이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체계도 중국 업체의 진입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개편된 지침에 따르면 BYD 돌핀은 131만원, 아토3는 151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 액수는 국산차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워낙 낮은 출고가 덕분에 실구매가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돌핀은 보조금 적용 시 수도권에서 23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해 기아 니로 EV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BYD 돌핀

BYD 돌핀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산업 보호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가는 "중국차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국산 브랜드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단순히 저가 공세로 치부하기엔 품질 격차가 너무 좁혀졌기에 가격과 성능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국내 브랜드의 위기감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이미 국내 업체들을 추월한 측면이 있다"며 "절대적인 기술 격차로 압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관세 정책이나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내수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 업계는 정부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내 생산과 판매 실적에 따라 법인세를 공제해 산업 생태계 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수입 전기차 대비 국산차의 비율이 매년 급감하고 있어 제조 비용을 낮춰줄 수 있는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국차 진출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IT 기기로 인식하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은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대한다"며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나 최신 인포테인먼트 사양이 구매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보조금 개편 움직임은 향후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차량 성능 외에도 국내 투자와 기술 개발 기여도를 보조금 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기준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없는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 간의 생존을 건 '총성 없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커, BYD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