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안보내는데 오물 풍선 날아온다? 전단 발견 다음날 날아와

이재호 기자 2024. 9. 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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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풍선, 전단과 상관 없다는 통일부에 김준형 의원 "풍선, 대부분 전단 발견 이후였다…통일부 본질 호도"

정부는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에 대해 그간 원인으로 지목됐던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는 관계가 없는 행동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경찰청 등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남한 민간단체들이 보낸 대북 전단이 유독 북한이 오물 풍선을 부양한 때와 맞물려 발견되면서 정부가 사실을 잘못 파악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가 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 당시에도 계속 전단을 뿌렸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 측이 국회에 배포한 자료에도 나왔는데 살포가 아니라 발견 관련 자료"라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을) 한 번에 살포한 것이 국내 이곳저곳에서 발견될 수 있어서, 살포 현황과 발견 현황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민간단체의 전단이 계속 발견된다고 해서 이것이 꼭 살포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당국자는 지난 19일 북한의 풍선 부양에 대해 "단체들이 북한에 전단 보내는 동향에 대해 공식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풍향이나 보내는 단체가 많지 않은 점을 보면 최근 상황은 우리(민간단체)가 (전단을) 보내서 북한이 (풍선을) 보내는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 부양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북 전단 때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경찰청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은 대북전단 발견 및 오물 풍선 부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풍선은 대북 전단이 발견된 이후에 부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대북 전단 살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대북 전단은 5월 3일 인천시 강화를 시작으로 △5월 8회 △6월 9회 △7월 9회 △8월 12회 △9월(19일까지) 13회 발견됐다.

김 의원실이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입수한 같은 기간 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 횟수는 5월 28일을 시작으로 9월 23일까지 총 22회였다. 월별로 일시를 살펴보면 △5월 이틀 △6월 아흐레(9일) △7월 나흘(4일) △8월 이틀(2일) △9월 열이틀(12일) 등이었다.

북한 오물 풍선 부양은 대체적으로 전단 살포 시점보다 하루 정도 뒤에 실시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9월 1일 경기도 김포, 3일 경기도 파주와 인천 강화에서 전단이 발견됐는데 북한의 오물 풍선은 다음날인 4~5일 부양됐다.

또 9월 7일과 9일 경기도 연천에서 전단이 발견됐는데 오물 풍선은 7,8일과 11,12일에 부양됐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따른 대응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상공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 ⓒ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준형 의원은 26일 <프레시안>에 "국방부와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면 5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오물풍선이 22차례 부양됐는데, 대부분 전단이 '발견'되고 하루에서 이틀 지난 후였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었나"라며 풍선과 전단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단체가 살포한 전단이 여기저기에 흩어지기 때문에 발견과 살포 현황이 다르다는 통일부 측의 주장에 대해 "접경지역 전체 범위인 인천 강화, 강원 철원, 속초, 경기 파주, 연천, 김포 등에서 광범위하게 전단이 발견되고 있는데, 한 두 번 살포한다고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발견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통일부는 '전단은 안 보내는데 풍선만 날아온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서 살포와 발견이 다르다는 논리로 접근하지만, 이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통일부는 논리를 입증하고자 한다면 자체적으로 파악한 자료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경찰청 자료 중 '살포 횟수'와 '발견 횟수'가 정확히 몇 번씩인지 밝혀야 할 텐데, 통일부가 그런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강력히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접경지역을 쓰레기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지, 살포 횟수와 발견 횟수가 정확히 일치하는지 여부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북한이 포격도발을 해서 우리 지역 여러 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걸 '한 번 포격했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우리가 피해입은 모든 것을 피해현황으로 집계하고 강조하며 대응하는 것이 정상적 절차"라고 따졌다.

김 의원은 "통일부가 지금 살펴야 할 것은 대북전단과 쓰레기로 오염된 접경지역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라며 "장관과 실무자들은 살포인지 발견인지 따지려 머리를 맞댈 시간에, 7월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전단 살포 단체들과 언제 대면할지, 어떻게 이들의 전단 살포를 막을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청은 김 의원실 질문에 "대북전단은 대부분 야간에 비공개로 살포하기 때문에 살포 일시, 장소, 살포 단체 등은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경기(파주‧연천‧김포), 인천(강화), 강원(철원) 등지에서 낙하물이 발견되고 있다"고 답해 전단 살포가 아닌 발견된 시점을 제공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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