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해질 나를 위해

라이프 인사이트 작가 '곁'

프리랜서 기획자이자 라이프 인사이트 작가인 ‘곁’은 일상을 여러 채널에 기록하고, 살아가며 하는 소소하고도 묵직한 생각을 타인과 공유한다. 많은 사람이 그의 정갈한 SNS 피드만큼이나 단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위로와 자극을 받는다. 꼼꼼하게 채워 넣은 계획이 ‘목적 달성’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여러 계획 앞에 언제나 자신을 중심에 놓는 그에게 뚜벅뚜벅, 차분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즐거움에 대해 물었다. 어렵고 복잡한 세상, 나와 내 주변을 보듬고 살피는 꾸준한 태도가 있다면 시간과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많은 분이 ‘갓생’의 모티프로 곁님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일부러 어떤 상징이 되려고 한 건 아니지만, 뭔가를 만들 때 시각화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게 인스타그램 피드의 디자인이나 사진 등에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은데, 단지 자기 계발 개념이 아니라 내면의 성장을 우선 이루어야 한다는 마음이 ‘갓생’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집 일부를 홈 오피스로 정하고, ‘모닝 페이퍼 존’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등 공간 구분이 눈에 띕니다. 업무와 일상을 구분할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는 무언가를 카테고리별로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제가 고민한 건 ‘내가 여기서 하는 행위가 얼마나 잘 습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소파에서 자거나 침대에서 일을 하거나 했는데, 공간을 구분하니 생활이 달라지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복층에서 내려와 홈 웨어 대신 외출복을 입어요. 그러면 좀 더 쉽게 공간 구분에 적응하고, 몸과 마음이 전환되는 것 같아요.

블로그와 SNS, 유튜브 등 여러 방법으로 일상을 기록하시잖아요. 스스로 자신에게 ‘기록자’의 정체성을 부여한 계기와 기록의 동력이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을 맞닥뜨리잖아요.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은. 제가 7~8년 전에 그랬거든요. 고시텔에서 혼자 지냈는데, 밤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고 너무 힘들었죠. 그때 제 나이가 서른 언저리였는데, 서른 살 먹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어요. 나는 왜 서른 살의 평균에도 못 미치고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싶어 괴로웠고요. 그때 최승자 시인의 ‘삼십세’라는 시를 읽게 됐어요. 이 시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그때 시라는 도구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다음 날인가, 바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1년 정도 매일 기록했어요. 시라기보다 하루하루 드는 생각이나 마음을 기록했죠. 그때 나는 기록하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습관 형성을 도와주는 앱이나 스케줄러가 많지만, 많은 사람이 꾸준히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자신만의 ‘갓생’이나 루틴을 시작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고민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는 늘 “완벽하지 마세요.”라고 답해요. 미라클 모닝을 할 때, 사흘 성공했으면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거든요. 그다음에 또 하면 되죠. 그래야 습관이 쭉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미라클 모닝에 실패했어요. 그러다 딱 이틀 성공하고, 한동안 좀 실패했다가 또 한 달간 성공하고요. 그다음에 시도할 때는 기상 시간을 5분씩 앞당겼어요. 이렇게 한두 달 유지하니 새벽 4시 30분에 알람 없이 일어나게 되더군요. 목표가 유연해야 해요. 예를 들어 하루에 책을 30쪽씩 읽기로 했어도 20쪽밖에 못 읽을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10쪽 분량을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채울 수도 있는 거죠. 그 반대로 생각하면, 30쪽이 아니라 50쪽을 읽으면 실패한 걸까요?

눈에 보이는 성취뿐 아니라 내면의 안정과 성장 역시 ‘갓생’의 화두예요.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데서 오는 장점은 뭘까요?

스스로 자신을 생활의 중심에 둔다는 건 뿌리를 내린다는 것 같아요. 무수히 많은 내가 있지만 뿌리가 단단하면 부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새싹을 틔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글. 황소연 | 사진제공.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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