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전쟁·학살의 상처’ 축구로 치유한다

김세훈 기자 2026. 5. 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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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장애인 축구 빠르게 성장
“뛸 땐 다리 없는 사실 못 느껴”
화해·사회통합 강력한 도구로
르완다 절단장애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최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훈련에 참가해 목발을 짚은 채 경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르완다에서 절단장애인 축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쟁과 학살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는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축구장에서는 선수들이 목발을 부딪치며 공을 쫓는다. 한쪽 다리를 잃은 필드 플레이어들은 양팔 대신 목발에 의지해 움직이고, 골키퍼는 한쪽 팔만으로 몸을 날려 슈팅을 막는다.

경기 방식은 일반 축구와 다르다. 절단장애인 축구는 7인제로 진행된다. 필드 플레이어는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에서 목발로 이동하고, 골키퍼는 한쪽 팔만 사용한다. 빠른 움직임과 균형감각, 강한 체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르완다에서 이 종목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현재 르완다에서는 여자 프로팀 5개, 남자팀 10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점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 종목을 총괄하는 세계절단장애인축구연맹에 따르면 절단장애인 축구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르완다에서 이 스포츠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르완다는 1994년 대량학살의 상처를 안고 있다. 당시 약 100일 동안 약 80만명의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이 희생됐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존자가 신체 일부를 잃었다. 현재 르완다에는 3000명이 넘는 하지 절단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단학살 피해자도 있고,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도 있다.

니라네자 솔랑주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집단학살이 끝난 지 2년 뒤 태어났고, 5세 때 사고 후 감염으로 다리를 잃었다. 솔랑주는 “처음에는 내가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목발로도 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두려움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뛸 때는 내가 다리가 없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르완다 절단장애인축구협회 부회장 루이즈 크위제라는 이 스포츠의 본질을 ‘신뢰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갈등과 트라우마를 겪은 공동체에서 운동장은 평화의 공간이 된다”며 “서로 다른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팀 동료가 된다”고 말했다.

르완다는 이제 더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열릴 예정인 제2회 여자 절단장애인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첫 대회에는 르완다 선수가 단 1명만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팀 단위 출전을 노리고 있다. 니쿠제 앙젤리크는 경기 후 동료들과 셀카를 찍으며 “월드컵에 나가는 건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르완다 체육부 스포츠개발총괄 질베르 무분이 마니에는 절단장애인 축구를 “치유와 화해, 사회 통합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르완다의 절단장애인 축구는 단순히 공을 차는 일이 아니라 상실한 몸으로 다시 삶을 움직이고, 분열된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과정”이라며 “경기장의 목발 소리는 경쟁의 소리가 아니라 회복의 리듬”이라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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