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BTS 비방해 2억 챙긴 유튜버, 결국 대가 치렀다 [사건 플러스]
연예인·인플루언서 비방 영상 올려 수억 챙겨

#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같이 데뷔하기 싫다고 내쫓아 데뷔가 불발된 연습생이 중견기업 회장의 손녀딸이다. 그 연습생은 성형 안 한 자연미인, 장원영은 많이 했고, 싫어하는 건 당연했겠죠."
# "익명 커뮤니티에서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 조이, 예린이 비행기에 탔는데, 말투며 표정이며 신하 부리듯이 함'이라고 승무원이 폭로한 댓글을 찾았다. 항공계에서도 악랄함으로 유명했던 것."
# "역조공(팬들에게 보답하는 행위) 최악의 그룹은 (보이그룹) 에이티즈였다. 녹화에 참여한 팬들에게 딱 6,500원짜리 오므라이스만 제공했다. 팬들한테 돈 쓰는 게 그렇게 아까운가요."
유튜버 박모(37)씨는 2021년 4월~2023년 6월 익명으로 운영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에 올린 동영상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했다. 누리꾼이나 소속사 직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사실인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모두 허위였다.
박씨는 자극적인 섬네일(미리보기 이미지)과 편집된 영상을 이용해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 활동으로 수익을 냈다. 피해자는 아이브, 레드벨벳, 에이티즈, 방탄소년단(BTS), 에스파 등 나이 어린 걸그룹·보이그룹 멤버와 배우, 인플루언서였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그는 연예인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형설·열애설을 퍼뜨렸다. "라이브, 춤도 못 추는 주제에 친목 과시하려고 아이돌이 된 것 같은", "남자가 여장한 것 같다"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영상에서는 걸그룹 소속사가 음반을 사재기한다는 취지의 거짓 주장도 포함됐다.
23개 영상으로 2년간 2억 넘는 수익

검찰은 박씨가 채널을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며, 2년 동안 23개의 가짜 뉴스 영상을 올려 2억1,000만 원 이상을 번 것으로 파악했다. 한 달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벌 때도 있었다. 유튜브가 해외 서버 기반인 탓에 초기에는 그의 신원 파악이 어려웠다. 하지만 장원영과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정보 제공 명령을 받아낸 덕에 수사기관이 박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검찰은 2024년 5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등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고,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억1,142만 원,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 등 범행은 대중에게 쉽게 전파되고,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박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대법원도 올해 1월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선고가 확정됐다. 그는 법정에서 "사람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과오를 깊이 성찰하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이후 장원영, BTS 뷔·정국, 강다니엘 등 피해자 측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잇따라 패소해 수천만 원을 배상하게 됐다.
스타와 기획사, '사이버 레커'에 강경 대응

과거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이 '가짜 뉴스'나 악플에 시달려도 참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법적 대응이 활발하다.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BTS 소속사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등은 악성 영상·댓글 작성자를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하이브는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고소하고 팬 커뮤니티에 절차 진행 상황을 공지하고 있으며,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 확정 판결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의 권익 보호를 위해 온라인 신고센터 '광야119'를 운영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악성 댓글을 읽으면 공황장애,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획사가 법적 대응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 "가짜 뉴스로 돈 버는 구조부터 끊어야"

사이버 레커 문제를 줄이려면 개인 처벌만으로는 부족하고, 플랫폼의 책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자극적인 거짓 영상이 조회수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비슷한 범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불법·악성 콘텐츠에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플랫폼(유튜브 등)이 사실상 확산을 돕는 것과 같다"며 "채널을 없애거나 수익을 막는 등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져야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교수는 "비슷한 잘못인데도 누구는 처벌받고 누구는 안 받는 상황은 문제"라며 "피해가 발생하는 사이버 레커 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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