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프가 100% 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현금흐름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중간 지주회사에 머물던 배당 재원이 본사로 직접 유입되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주주환원과 대주주의 인수금융 부담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재원 본사 집중으로 주주환원 기반 강화
케이프는 친환경 선박 엔진용 실린더라이너를 생산하는 조선 기자재 업체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는 제조업보다 금융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의 실적과 현금창출 기여도가 더 큰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지난해 케이프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순현금은 약 120억원으로 같은 기간 증권업을 포함한 연결 현금흐름이 1800억원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배당은 원칙적으로 별도재무제표상 이익잉여금과 현금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2024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178억원이 유입됐고 이 가운데 85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당시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순유입된 현금을 웃도는 175억원을 배당하면서 기존과 다른 기조를 보였다. 배당 확대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현금창출만으로는 주주환원 재원을 충당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프의 배당 확대 기조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2023년 주당 100원이던 배당금은 2024년 300원, 지난해 400원으로 단계적으로 늘었다. 여기에 2023년 정관에 분기배당 근거를 마련한 뒤 지난해 처음 분기배당을 시행했다. 당장은 연 1회 배당에 그쳤지만 향후 분기배당을 정착시키며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케이프 측은 "배당 확대에 대해서는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케이프투자증권에서 발생한 현금을 본사로 직접 유입시켜 주주환원 재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프가 100% 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번 재편은 형식상으로는 중간지주 회사를 없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배당 재원을 본사로 집중시켜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니티움 배당 지속성 관건
주주환원 확대가 필요한 배경에는 대주주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0년 템퍼스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해 케이프를 인수했다. 당시 취득할 케이프 주식 일부를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2025년 리파이낸싱을 통해 차입 구조를 재편했으며 현재 담보대출 잔액은 485억원이다. 차입금 이자율은 4~6%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이자부담은 약 28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케이프가 템퍼스인베스트먼트에 지급한 배당금은 약 63억원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충분한 규모였다. 다만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인수금융 원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현재 수준의 배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케이프의 현금 흐름은 케이프투자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재원이 최종 지배회사인 케이프까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였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주요 현금창출원으로 배당 재원을 만들었지만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현금이 머물면서 본사 차원의 활용 여력이 제한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케이프투자증권의 지배회사인 이니티움2016은 2025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6억원을 배당했지만 해당 재원은 케이프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흡수된 후에는 이니티움2016의 배당금은 케이프로 귀속된다.
다만 이니티움2016 역시 케이프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어 매년 안정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케이프인베스트먼트 흡수합병은 배당 경로를 단순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케이프 차원의 추가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케이프 관계자는 "기존 이니티움의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대한 배당 기조는 합병 이후에도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인수금융 차환 등 안정적인 재무 구조 확보가 우선이며 이후 남는 여력을 활용해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