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밭 맨다는 우즈벡, 알고싶은 그들이 몰려온다[함영훈의 멋·맛·쉼]

2024. 9. 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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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수립후 첫 대규모 문화관광사절단
10월 방한 구애 활동..우리와 닮은 그들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2~6세기 아시아 동쪽에선 ▷고구려-백제-신라-가야-말갈(한국), ▷수-당(중국), ▷돌궐(투르크)-흉노(훈)이 3개의 거점으로 패권을 다투거나 합종연횡할 때, 아시아 중앙~서부에서는 ▷페르시아, ▷비잔틴(동로마), ▷아스카-쿠샨(인도) 3개 맹주가 물고 물리는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이찬칼라

당시 일본은 도래인(한민족) 중심으로 정치체제의 맹아가 싹트던 때였고, 이렇다 할 국가체계는 백제가 멸망한 직후(7세기 후반)에야 갖춰졌기 때문에 삼한의 세력권이었다.

▶동서 6개 패권국 중 우리와 친했던 나라= 이 동서 6개 세력권 중 유독 우리와 친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사산왕조 페르시아이다. 지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본거지를 두었다. 세력권은 최대로는 지금의 튀르키예, 이집트를, 최소로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에 달했다. 이들은 동쪽으로 몽골-돌궐과 국경이 닿아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전지현이 빨래하고 김태희가 밭 맨다’는 바로 그 나라들 중 하나이다. 동-서양 혼혈 미녀·미남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주지하다시피 8~9세기 서라벌의 뭇 여성들을 홀린 처용(헌강왕때 중급 관리로 발탁된 실존인물) 역시 이곳 출신이다.

4~6세기 무렵 지중해의 로만글라스 유리잔이 신라의 수도 경주 대릉원에서 발굴된 바 있고, 고구려의 사신이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나라 잔치에 초대되었던 그림이 사마르칸트에 있다.

또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에서 출토된 장식보검(한국 보물)이 경주 계림로 14호 고분에서 출토되기도 했다.

장식 보검

페르시아는 동서 교역의 중심으로 서역의 보물을 고구려와 신라에 전했고, 7세기 신라가 통일한 이후 통일의 파트너였던 당의 공격을 받자 급히 지원군을 보내 당을 격퇴하는데 힘을 보탰다고 한다.

▶쿠쉬나메와 나비부인, 문화유산 공동발굴= 신라 통일 이후 조성된 경주 괘릉과 흥덕왕릉의 무신석상은 모두 페르시아 사람 모습이다.

흥덕왕릉 무인석상은 페르시아인이다.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을 담은 ‘쿠쉬나메’ 스토리도 널리 퍼졌고, 이 이야기는 일본소녀와 서양장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나비부인(베르디)의 모토가 되기도 했다.

위축되던 페르시아는 5세기 사산왕조때 다시 번성했다. 이 무렵 동서 문화의 교차점으로서 모든 유행을 앞서갔던 ‘소그드’ 트렌드가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우리말로는 ‘호(胡)’라는 접두어가 붙여졌다. 요즘의 ‘한류’ 같은 당시의 ‘호류’였다.

황성공원 인근 용강동 고분군에서 출토되어 국립 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인물토용 28점은 하나같이 개구쟁이 스머프 모자를 닮은 호모(胡帽), 즉 앞으로 약간 휜 뾰족한 복두(幞頭)를 쓰고 있다. 여기서 ‘호’는 최신, 첨단이라는 뜻다. 궁중음악은 호곡, 귀족의 식단은 호식, 유행에 앞서나가는 귀부인의 패션은 호복, 절세미녀는 호희라고 불렀다고 경주지역 전문가들은 전한다.

사마르칸트의 벽화 탁본. 붉은 빛이 투영된 지점이 한국인 사신 모습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앞으로 현지에서 문화유산 보존·관리 센터 구축, 크즈라르테파 유적에 대한 공동 발굴조사를 통한 현지전문가들의 역량강화, 사마르칸트의 문화유산 디지털 기록 및 인벤토리 구축, 사마르칸트 문화유산 연계 관광자원 개발사업 등을 진행한다.

이런 때에 우즈베키스탄 대규모 문화관광사절단이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우즈베키스탄 대사관과 우즈베키스탄 관광청은 오는 10월 2일 롯데호텔 36층에서 ‘우즈베키스탄 관광청 로드쇼 서울 2024’를 개최한다. 이번 로드쇼는 양국 국교 수립 후 32년만에 처음 열리는 행사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와 1992년에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현재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5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한국인들은 무비자로 최대 30일간 우즈베키스탄을 관광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공예품

이번 로드쇼에는 우즈베키스탄 관광부 장관인 우미드 샤디에프(Mr. Umid Shadiev)를 비롯해 현지 여행사 25곳이 참여해 한국 여행사들과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 중앙아시아 전통 공연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보물 같은 관광 명소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취항 항공편은 우즈베키스탄 항공, 아시아나항공, 카녹샤크항공 등 주 11회 이상 운항하고 있으며, 내년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신규 취항하면 타슈켄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베키스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실크로드의 교역 중심지인 사마르칸트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청정 자연

▶고려인들을 다시 생각하다= 또한, 이국적인 요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으며, 특히 쌀, 양고기, 채소를 넣어 볶아 만드는 전통 요리인 ‘플롭(Plov)’은 현지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최근 한국인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우즈베키스탄 내에도 한국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인구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나라이다. 또한 테르미즈(Termiz)에서는 고대 불교 건축의 백미를 볼 수 있으며, 간다라 불교 미술을 꽃피운 초기 불교의 발자취를 느껴 볼 수 있다.

한국과는 4시간의 시차가 있으며, 고온 건조한 사막성 기후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낀다.

타슈켄트의 대표 재래시장인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ar)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철수 바자르’로 불리며, 현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식재료와 말린 과일, 향신료, 디저트 등을 판다. 전통 빵 리포슈카는 사마르칸트의 대표 특산물이며 어마어마한 크기와 저렴한 가격은 여행자들이나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화덕에서 구워내 맛이 일품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엔 고려인 마을이 형성돼 있다. 다양한 중앙아시아-한국 퓨전 문화를 선보이는 문화마을로 성장해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문화관광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연해주-만주에서 활약한 독립투사 후손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뒤 국제 미아가 된 고려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움직임도 함께 일어났으면 좋겠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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