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먹었다가…” 손질 제대로 안 하면 탈 나는 식재료 4가지

건강에 좋다는 식재료일수록 우리는 조금 덜 익혀 먹으려 합니다. 나물은 아삭해야 영양이 살아 있고, 콩은 오래 끓이면 단백질이 사라질 것 같으며, 자연에서 난 것은 생으로 먹어야 더 몸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직접 산 제철 재료라면 더욱 안심합니다. 하지만 식물도 벌레와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유한 성분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이 평소 반찬으로 먹는 재료 가운데에도 물에 불리거나 데치고, 충분히 끓여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있습니다. 씻기만 했다고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겉이 부드러워졌다고 속까지 제대로 익은 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평범해 보여 방심하기 쉽지만, 손질을 건너뛰면 구토와 설사·복통을 부를 수 있는 식재료 네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고사리입니다. 명절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고사리는 이미 삶아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원래부터 안전한 나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생고사리에는 식물 고유의 독성 성분과 티아미나아제가 들어 있어 그대로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고사리와 두릅, 다래순 같은 일부 나물은 끓는 물에 데쳐 독성 성분을 줄인 뒤 섭취하도록 안내합니다. 마른 고사리는 충분히 불린 다음 삶고, 물을 여러 차례 갈아 주면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삶은 물을 국물처럼 재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시판 삶은 고사리 역시 흐르는 물에 헹군 뒤 다시 한번 데치거나 충분히 볶는 편이 좋습니다. 아삭한 식감을 살리겠다고 덜 삶으면 질긴 섬유질 때문에 소화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원추리나물입니다. 봄철 어린순을 데쳐 무쳐 먹지만, 자란 원추리나 꽃과 뿌리에는 콜히친 계열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원추리를 먹으면 입안이 얼얼하거나 메스꺼움, 복통과 설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린순만 골랐다고 바로 무쳐 먹어서는 안 됩니다.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뒤 찬물에 담가 두고, 물을 바꿔 가며 우려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산이나 들에서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임의로 채취하는 행동도 위험합니다. 식용 나물과 독초를 겉모습만으로 정확히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먹는 야생 나물이라면 이름을 확실히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식탁에 올리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는 붉은 강낭콩입니다. 콩은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으로 알려졌지만, 생콩이나 덜 익힌 강낭콩에는 피토헤마글루티닌이라는 렉틴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충분히 파괴되지 않은 채 장으로 내려가면 장 점막을 자극해 심한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이나 저온 조리기처럼 낮은 온도에서 오래 익히면 콩이 부드러워 보여도 렉틴이 충분히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마른 콩을 최소 5시간 불린 뒤 불린 물을 버리고, 새 물에서 적어도 30분간 충분히 끓이도록 안내합니다. 통조림 강낭콩은 이미 가열된 제품이므로 헹군 뒤 사용할 수 있지만, 마른 강낭콩은 단순히 불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넷째는 은행입니다. 노란 은행을 팬에 구우면 쫀득하고 고소해 술안주나 밥 재료로 계속 집어 먹기 쉽습니다. 하지만 은행에는 4-메톡시피리독신을 비롯한 독성 성분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구토와 어지럼증, 경련 같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익히면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가열했다고 무제한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어린이는 체중이 적어 더 민감할 수 있으므로 여러 알을 한꺼번에 주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껍질을 벗길 때는 피부 자극을 막기 위해 장갑을 사용하고, 속껍질까지 제거해 충분히 익힌 뒤 소량만 먹어야 합니다. 식품안전 관련 안내에서도 은행은 섭취량을 제한해야 하는 원료로 다뤄집니다. 자연에서 주웠다는 이유로, 또는 오래 익혔다는 이유로 한 접시씩 먹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네 가지가 무조건 위험한 음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고사리와 원추리는 충분히 데치고 우려내면 반찬으로 먹을 수 있고, 강낭콩은 불린 뒤 팔팔 끓이면 훌륭한 단백질 식품이 됩니다. 은행도 잘 익힌 소량은 음식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건강식이니 조금 덜 익혀도 괜찮다’는 방심입니다. 이런 재료를 먹은 뒤 갑작스러운 구토와 심한 복통, 반복되는 설사, 어지럼증이나 경련이 나타난다면 억지로 참지 말고 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남은 음식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어떤 재료를 얼마나 먹었는지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늘 식탁에 낯선 나물이나 마른 콩을 올린다면 서두르지 말고 불리고, 데치고, 끓이는 과정을 지키십시오. 몇 분 아끼려다 몸을 상하는 것보다, 제대로 손질한 한 접시로 10년 뒤까지 편안한 장과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편이 훨씬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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