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ADR 흥행에 환율도 ‘뚝’… 1400원대 안착하나
달러 매도 확산 땐 하락 압력 커질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2/dt/20260712104840677pcsa.jpg)
브레이크 없이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여 만에 1500원 선 아래로 내려오며 1400원대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의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달러 유입이 수출기업의 선제적 달러 매도(네고) 물량까지 자극해 환율 하락세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장중 1555.8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일주일여 만에 57.3원 하락한 것이다.
최근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꼽힌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입성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은 공모가(149달러) 대비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7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외환시장은 주가 상승폭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장으로 거둬들인 달러 자금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총 조달액은 265억700만달러로 원화 약 40조원에 달하며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70%를 웃돈다.
조달액 전부가 원화로 환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순차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 10억달러 안팎씩 나눠 환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현물환 거래량이 100억~15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공급 기대가 이미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원화 환전 과정에서 발생할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장 전 선물환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은행에 선물환을 팔면 은행도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내놓게 된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조달 자금을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 유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장 전 이뤄진 선물환 매도 역시 최근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환율 하락폭을 키울 변수는 다른 수출기업의 움직임이다. SK하이닉스발(發) 달러 공급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 반도체와 조선·중공업체도 보유 달러를 서둘러 원화로 바꿀 수 있다. 환차손을 피하려는 네고 물량이 한꺼번에 늘면 달러 공급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하루 1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달러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다"며 "수출기업과 중공업체의 선제적인 달러 매도를 유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R 흥행이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를 되살릴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는 추가 달러 매도 물량이 공급된다. 이달 초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경우 SK하이닉스의 환전 물량과 맞물려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과 국내 투자를 위한 원화 환전 기대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빠르게 하락했다"며 "환전 물량에 따라 1400원대로의 하향 돌파 시도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 자금만으로 환율이 곧바로 1400원대에 안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원화 환전 규모와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자금이 수개월에 걸쳐 나눠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글로벌 달러 강세, 엔화 약세도 환율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질 경우 주식 매도대금을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SK하이닉스발 공급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1500원 아래에서 유입되는 달러 매수 수요도 하단을 받치고 있다. 수입기업이 결제대금을 미리 확보하고 개인도 환율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709억400만달러로 2022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58억6000만달러가 늘었는데 증가분 대부분은 기업예금에서 나온 것이다.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축소 여부와 엔화의 추가 강세 여부가 향후 환율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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