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단계인데 KBO 타자는 갖고 노는 중" 키움 안우진, 빨리 메이저리그 보내야..

981일이다. 2023년 8월 25일 삼성전 이후 안우진이 선발승을 따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부상과 군 복무로 긴 공백을 겪고 돌아온 안우진은 이번 시즌 1이닝, 2이닝, 3이닝으로 단계를 밟으며 빌드업을 이어왔고, 2일 고척 두산전에서 처음으로 5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본인 스스로 "아직 예전 감각이 아니다"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ERA는 2.45다. 타팀 팬들이 "적응 단계인 선수가 KBO 타자를 갖고 놀고 있다"는 말을 꺼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앞 경기들은 사실 내 감각이 아니었다"

경기 후 안우진은 뜻밖의 고백을 했다. 주변에서 "첫 경기 롯데전에서 160km가 엄청 좋았다"고 칭찬했지만 정작 본인은 예전에 던지던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등판을 앞두고 7일을 쉬면서 전력분석팀, 투수코치와 머리를 맞댄 끝에 찾아낸 답이 '왼발'이었다. "앞발을 반 발 정도 오픈시켜봤더니 더 던지기가 편해졌다"며 "오늘이 가장 예전 감각에 가까웠다"고 했다.

이날 커브를 위닝샷으로 자주 활용한 것도 분석팀이 오래전부터 권유해온 방식인데, 빌드업 과정에서 충분히 갈고닦은 뒤 실전에 투입한 결과가 5이닝 5탈삼진이었다.

158km 직구, 그런데 본인은 구속보다 감각을 말했다

이날 안우진의 최고 구속은 158km였고 5회에도 156~157km가 나왔다. 그런데 안우진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한 건 수치가 아니라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었다.

팬들 눈에는 이미 KBO 어떤 타자도 편하게 상대하기 어려운 공을 던지고 있는데 본인은 아직 과정이라고 했다. 타팀 팬들 사이에서 "폰세, 페디 말고 최근에 비교할 용병급이 없었다", "KBO에 있는 시간이 낭비다"라는 말이 나오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4회 양의지에게 실투를 공략당해 2타점 2루타를 맞은 장면이 이날 유일한 흠이었는데, 안우진도 "가운데로 몰렸던 게 실전 감각의 문제였다"며 스스로 짚어냈다.

물세례도 사양한 981일 만의 승리

981일 만의 선발승인데 경기 후 더그아웃이 이례적으로 조용했다. 이유는 안우진이 직접 "물 맞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미리 요청해뒀기 때문이다. 동료 오석주가 물을 뿌려줄지 물어봤지만 정중히 사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신 승리 공을 타선과 불펜에게 돌렸다. "지던 상황에서 혁빈이와 현종이가 적시타를 쳐줬고, 5이닝밖에 못 던지고 2점이나 줬는데 불펜이 완벽하게 막아줘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 등판에서는 6이닝에 투구수 70~8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적응 중이라는 선수가 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고, 본인은 아직 예전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히 돌아온 안우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 무대가 KBO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이 타팀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