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5억을 내놓으라고요?" 공사비 4배 뛴 북아현 뉴타운에 재건축 조합원 패닉
[땅집고]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도로에 쓰레기만 난무한 빈집이 널려있다. 한 골목길에는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남은 집만 서 너 곳 가운데 한 곳 꼴이다. 이곳엔 무허가 건물만 총 327채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3구역을 찾았다. 서울 강북 재개발 사업지 중 한남3구역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다. 북아현3구역은 대지 면적은 27만㎡다. 인근에는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과 5호선 서대문역이 있을 정도로 도심 노른자 입지로 꼽힌다. 조합원 박모씨는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원주민들이 많이 떠났다”며 “주차·화재 문제가 심각해 주거 환경만 더 열악해지고 있다”고 했다.
3구역 인근엔 e편한세상신촌, 신촌푸르지오, 힐스테이트 신촌 등 재개발 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북아현3구역은 2011년 최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이후 15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다.
■ 공사비 당초보다 4배 급증
그런데 또 한번 암초를 만났다. 정비사업비가 급증한 것이다. 당초 8207억원에서 2년 전 2조3600억대로 올랐다가 이번에 3조3600억까지 치솟았다. 무려 4배로 늘었다. 지난 2011년 최초 사업시행인가 당시 공사비를 3.3㎡당 300만원대로 산정했다. 이후 최근 공사비 상승 등을 감안해 750만원으로 재산정했다.
북아현3구역은 지하 6층~지상 32층, 아파트 47개동에 4739가구 대단지로 조성된다. 당초 계획인 최고 35층, 3633가구에서 1106가구가 늘었다. 층수는 낮추고 가구 수는 늘었다. 북아현3구역 조합은 조합총회 의결을 거쳐 사업비 인상을 승인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조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평당 공사비를 750만원 기준으로 조합원 평균 분양가가 59㎡(이하 전용면적)는 약 8억원, 84㎡은 10억원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입주권 프리미엄 급락
일부 조합원들은 고분양가와 추가 분담금 우려로 인해 북아현 3구역 정상화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사무실을 차린 정상화추진위는 “전용면적 84㎡ 34평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5억4000만원에서 약 10억원으로 늘어난다”며 “조합원들이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권혁중 북아현3구역 정상화추진위원장은 “2011년 대비 조합원 분양가가 두 배가 더 올랐다”며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 이상 분담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재개발 물건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웃돈, 프리미엄만 10억원에 달했는데, 최근에 5억대로 급락했다. 재개발을 마치고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재개발 물건은 2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8억원에 나와 있다. 감정가가 2억3000만 원 수준인 걸 고려하면 프리미엄은 불과 5억6000만원이다. 지난해 약 7억원 정도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었는데, 최근엔 1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가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조합원들 간 갈등, 구청과의 갈등이 커졌고 공사비가 높아지고 추가분담금을 갑자기 많이 내라고 하니 반발이 불거져서 매물이 좀 나왔다”고 전했다.
구청은 현재 북아현3구역 차기 조합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 시행 시기를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북아현3구역 전체 조합원은 2589명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은 약 1900명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사업비 증액만 보면 변화가 너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8200억원은 2011년 9월 당시의 금액”이라면서 “13년 동안의 기간을 거치고 가구 수도 1000가구 이상 늘어서면서 공사비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글=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