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투 와이어의 남자, 잠실에 돌아오다…김원형 두산 감독 선임!

두산이 드디어 방향을 정했다. 헤드라인은 간단하다. 김원형 감독 선임, 2+1년 최대 20억. 숫자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도는 분명하다. “세대교체는 길게 끌지 않는다. 빠르게 틀을 세우고, 다시 우승을 노린다.” 그리고 그 그림을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해본 적 있는 경력자를 데려왔다. 21세기 들어 두산이 외부에서 이미 1군 감독을 해본 사람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처음이다. 김경문, 김진욱, 송일수, 김태형, 이승엽까지 모두 두산에서 감독 데뷔를 했다. 그 흐름을 멈췄다는 건 구단이 지금을 단순한 과도기가 아니라 “재정비→재도약”의 짧은 브리지로 보겠다는 뜻에 가깝다.

김원형이라는 이름을 두산 유니폼 위에 다시 올려놓은 배경은 여러 겹이다. 첫째, 검증. 2022년 SSG에서 KBO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그리고 통합우승. 시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는 운영은 운만으로 되지 않는다. 시즌 전체를 통째로 보는 시야, 흐름이 꺾일 때 다잡는 손, 체력과 멘탈을 동시에 관리하는 루틴, 그게 다 필요한 작업이다. 둘째, 친숙함. 2019~2020년 두산 투수코치로 있으면서 당시 통합우승을 함께 경험했다. 잠실이라는 구장 특성, 원정 이동 리듬, 팬들의 기대치와 구단의 문화, 그것들을 이미 알고 들어오는 지도자는 초반 시행착오가 적다. 셋째, 업데이트. 야인으로 있는 동안 일본 소프트뱅크 연수, 드라이브라인 단기 연수, 대표팀 투수코치로 리그 전반을 새 각도로 본 시간. 현장 트렌드를 다시 장착하고 돌아왔다는 점에서 “어제의 방식만 고수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

두산이 내건 2+1년 조건도 흥미롭다. 보통 이런 구조는 두 가지 신호를 묶어 보낸다. 우선 2년 안에 팀의 틀을 뚜렷하게 만들어달라는 요구. 동시에 그 과정에서 보이는 발전과 성과가 확실하면 1년을 보태며 큰 그림을 마무리하자는 제안. 구단도 “+1년이 곧 우승 조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실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올해 두산은 시즌 중 지도체제가 바뀌었고, 순위도 9위로 마감했다. 냉정히 말해 당장 내년을 “우승 도전”이라 부르기는 무리다. 하지만 청사진을 빠르게 꿰고, 젊은 자원들을 경쟁 속에 끌어올리고, 기존 주축과 새 피를 섞는 작업은 2년이면 윤곽이 나온다. 구단이 바라는 건 바로 그 윤곽, 그리고 “허슬두”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던 팀 색깔의 회복이다.

김원형 감독 스스로도 “두산 맞춤형 운영”을 강조했다. 말은 가볍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했을 때의 SSG는 확실한 베테랑 코어와 무게감 있는 불펜, 그리고 타선의 뎁스가 있었다. 두산은 그와 다르다. 유망주 비중이 높고, 선수층의 기복이 크다. 잠실은 파크팩터상 장타 하나로 경기 흐름을 뒤집기 어려운 구장이다. 그러면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선발을 길게 끌고 가는 날과 불펜 데이를 과감히 쓰는 날의 기준을 더 명확히 나눠야 하고, 수비 포지셔닝과 주루 압박으로 작은 점수를 뽑아내는 질긴 야구가 기본값이 돼야 한다. 김원형 감독이 코치 시절부터 강점을 보였던 투수 운영은 이런 야구의 뼈대다. 선발진의 역할 분담, 불펜의 구위·휴식 분산, 마무리의 사용 원칙까지 데이터와 눈대중을 동시에 얹어야 한다. 두산이 그에게 기대하는 ‘투수 육성+운영’의 패키지는 사실상 팀 정체성 복구의 첫 단추다.

세대교체를 “단기에 끝낸다”는 말은 유니폼만 젊게 갈아입겠다는 뜻이 아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뛸 수 있는지, 누가 경기 후반 수비 강화 카드인지, 누가 대주자 1순위인지, 쓸 수 있는 자원의 역할을 빠르게 고정하고 숙성시키겠다는 뜻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지만 아무렇게나 주지 않는 것, 처음엔 라인업 하단에서 가볍게 맞춰보게 하고, 익숙해지면 2번·6번처럼 연결고리 자리를 맡겨보는 것, 이게 “건강한 경쟁”이 조직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김원형 감독이 SSG 2년 차에 우승을 하고 3년 차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후반기 승부처 이전까지 젊은 선수에게 과감하게 이닝과 타석을 부여한 뒤 가을 문턱에서 베테랑과 다시 맞물리게 한 운영의 결과였다. 두산에서도 같은 원칙이 통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명단은 다르고 구장은 잠실이다. 그래서 “맞춤형”이라는 단어가 다시 중요해진다.

감독 교체가 곧 마법은 아니다. 선수 구성의 과제가 크다. 선발 로테이션은 건강이 최대 변수다. 140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져줄 투수 두 명이 있어야 불펜이 살고, 불펜이 살아야 타선의 한 방이 의미를 갖는다. 불펜은 롤이 확실해야 한다. 파이어볼러에게는 시그니처 구종과 카운트 잡는 보조구종을 확실히 붙여줘야 하고, 좌우 스페셜리스트는 분명하게 매칭한다. 마무리는 승패를 넘어 멘탈 관리의 영역이다. 올해 리그 전반을 보며 대표팀 투수코치로 타 구단 마무리들의 기복 패턴을 지켜본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타선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잠실에서 장타율을 올리는 건 선수 재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타구각을 설계하고, 스윙 플레인을 손보고, 콘택트 품질을 끌어올리는 미세 공정이 필요하다. 김원형 감독 개인이 타자를 가르칠 순 없지만, 코칭스태프 조합을 통해 철학을 심을 수는 있다. 두산이 어떤 타격 코치를 보좌에 앉히느냐가 초반 6개월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다.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두산이 강팀일 때 늘 따라다니던 단어가 “허슬두”다. 빠르게, 끈질기게, 상대를 압박하는 야구. 이건 슬로건만 외친다고 깨어나는 게 아니다. 덕아웃의 공기, 수비 한 장면에서 다이빙을 택하는 선택, 1루를 돌아 2루까지 미는 주루의 용기, 그리고 실수했을 때 다음 플레이에서 회복하는 속도. 감독이 할 일은 두 가지다. 그런 행동을 장려하는 기준을 분명히 말하는 것,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 그 기준을 지키는 선수에게 보상을 주는 것. 선발 라인업, 교체 타이밍, 수비 교체, 경기 후 피드백까지 일관되게 “이 팀은 이렇게 뛴다”를 보여줘야 한다. 김원형 감독의 취임사 첫 문장에 “허슬두 재건”이 있었던 이유다. 말로 꺼낸 이상, 이제는 선택으로 증명해야 한다.

두산이 경력직을 택한 건 작은 결별의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에 기대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 시절의 7년은 너무나 강렬했고, 그 여운이 팀을 한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승엽이라는 상징과 함께 새 길을 가려 했지만 결국 시즌 중 이별을 택했다. 이제는 경험과 새로움을 동시에 가진 감독에게 복구와 가속을 맡긴다. 실패하면 책임이 더 크고, 성공하면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른 선택이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구단은 +1년 옵션을 내걸며 성급한 칼을 빼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감독도 1년차부터 팀에 작은 승리를 많이 안겨줘야 한다. 연패의 길이를 줄이고, 하위권 팀 상대로 반드시 시리즈를 먹고, 상위권 팀에게 최소 손해로 빠져나오는 그런 실무적 성과들. 팬들은 그 변화를 표에서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팬 얘기를 하자. 두산 팬들은 승부에 엄격하고, 내용에 민감하다. 단순히 이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겼느냐를 본다. 올드팬이든 어린 팬이든 “허슬두”라는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리고 싶어 한다. 초여름 잠실 저녁에 1루 응원석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끓기 위해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먼저 불을 지펴야 한다. 김원형 감독의 야구는 그 불씨를 만들 수 있는 야구다. 작은 것부터 끝까지.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먼저, 야수는 한 박자 빠르게, 타자는 초구를 준비하고 불리하면 버티고. 이런 당연한 말들이 경기에 녹아들 때, 팬들은 “우리 야구 돌아왔다”는 말을 꺼낸다.

결국 이 선임의 핵심은 시간 관리다. 두 해 안에 뼈대를 세우고, 세 번째 해에는 그 뼈대에 살을 붙여 우승을 노리는 시나리오. 가능성은 있는가. 있다. 조건은 단순하다. 부상 최소화, 롤 정립, 그리고 일관성. 김원형 감독은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우승을 경험했고, 실패도 경험했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 팀이 주저앉는지, 어디서 잡아 일으켜야 하는지 체감으로 안다. 그게 경력직을 부르는 가장 큰 이유다. 두산이 택한 변화는 과감하지만 무모하진 않다. 지금 필요한 건 과거의 영광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힘으로 내일을 여는 일이다. 첫 봄, 잠실 더그아웃 위에 걸릴 한 줄 현수막이 눈에 선하다. “허슬두,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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