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9)

작년 6월 초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강원도 원주에서 정원 조성을 의뢰하는 전화가 왔다. 8월 말 입주를 목표로 주택을 신축 중이며, 1층과 2층 테라스에 정원으로 조성될 공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위치 강원 원주
면적 약 100㎡(1층 마당 + 2층 테라스)
기간 2024년 6월 ~ 9월
협업 아키도형건축사사무소

우리가 진행하는 보통의 주택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고객으로부터 받아볼 수 있는 자료(도면, 현장 사진, 선호하는 색상, 꽃, 나무 등)를 우선으로 수집한 후 정원이 만들어질 각 공간에 적절한 사례 이미지와 식재 수종 등이 포함된 1차 제안 자료와 견적서를 정리해서 보냈다.
고객이 1차 제안 자료와 견적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덕분에 바로 현장을 방문해 첫 미팅을 진행했다. 그때까지도 아직 건물을 짓는 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환경이었지만 매력적인 공간 분할과 내·외부 마감 소재를 보니 정원만 잘 조성되면 꽤 멋진 주거공간이 탄생할 것 같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1차 제안 자료에 대해 설명한 후 대화를 통해 고객 취향을 더 심도 있게 파악했다. 이때 건축설계 팀도 미팅에 참석한 덕분에 전체 공간에 대한 설계 의도를 들을 수 있었고 정원 조성 시 반영했으면 하는 요구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보낼 시간에 맞춘 느슨한 식재
개인 주택 프로젝트는 고객이 생각해 놓은 예산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기에 이번 주택도 예산을 대략 정해 놓고 앞으로 만들어질 정원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대부분의 상업공간 프로젝트는 조성(혹은 오픈) 직후 아주 풍성하길 바라는 요구사항이 있지만 주거공간의 경우는 고객이 이 공간에 살면서 가꾸어 나갈 것을 생각해 적절한 예산(상업공간에 비해 합리적인 금액)으로도 시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원이 만들어진 직후에도 사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은 하되 고객이 정원에서 지낼 사계절이 단 한 번이 아닌, 앞으로 이 공간에서 쌓을 시간도 고려해 최대한 느슨하게 식재를 한다.
특히, 이번 주택은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살아갈 공간이었기에 아이들이 커가는 것처럼 정원 식물들도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너무 빽빽하지 않도록 식재 수량을 신중하게 고민했다. 이렇게 예산을 정해 놓고 설계를 진행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설계안이 정리되는 장점도 있다.

실내와의 연계를 고려한 1층 마당
1층에 있는 마당은 뒷산, 건축물 그리고 야외 수영장과 이어진 가림벽으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공간이었다. 주방에서 외부로 나올 수 있는 접이식 문의 연장선에 야외에서 다이닝을 즐길 수 있도록 사각형으로 설치된 콘크리트 포장이 특이 사항이었다. 이 공간과 수영장을 위한 포장 공간을 직사각형의 디딤돌(호피석, 정다듬)을 놓아 연결했고 뒷산으로 연결되는 공간에는 배경(뒷산의 산과 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적절한 높이의 식물을 심어 모든 계절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화단으로 계획했다.
교목과 관목 수종으로는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가지고 있는 서양측백나무(블루엔젤)와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는 잎이 멋지게 단풍이 드는 설유화,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만개하는 목수국(라임라이트)과 산수국을 심었다. 그라스 수종으로는 파니쿰(노스윈드), 수크령(하멜른)을 6본 정도의 최소 수량으로 심었고 관목과 그라스의 사이사이에 백작약, 장미매발톱, 솔체꽃, 샤프란, 러시안 세이지(레이시 블루), 백리향, 딜, 오레가노를 식재했다.
부엌에서 보이는 창문 밖에는 자연스러운 형태로 자란 생강나무 1주를 심어 이른 봄에 노란색 꽃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마당 나머지의 넓은 공간은 배수가 잘 안 되는 기존 흙을 일부 걷어낸 후 인공토를 배합해 물 빠짐을 원활하게 정돈한 후 잔디를 깔아 푸릇함을 더했다.

전망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2층 테라스
2층 테라스 공간에는 넓은 데크를 중심으로 1층 마당과 뒷산을 조망할 수 있는 긴 모양의 벤치가 놓여 있었다. 포장 공간 끝 선에 맞춰 펜스도 설치돼 있었고 그 건너에는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실내에서 테라스로 나와 전면부에 보이는 공간에는 겨울에 조명을 달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이용하길 원하는 요청에 따라 구상나무 1주를 심었다. 오른쪽에는 교목 중에서도 이른 봄에 새순이 나는 모습, 여름에 피는 흰색의 꽃 그리고 가을에는 주황빛 열매까지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마가목을 심었다. 여기까지 두 개의 수종을 결정한 후 실제로 심을 나무를 찾아다닐 때 처음부터 너무 공간에 딱 맞는 크기보다는 앞으로 채워 나갈 것을 고려해 적절한 크기로 선택했다.
구상나무의 뒤쪽에는 억새(퍼플폴)를 심어 테라스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계절(가을)에 외부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하도록 계획했으며, 앞쪽에는 에베레스트사초, 은사초, 한라개승마, 단풍미나리아재비를 혼합해 심었다. 마가목 주변 관목 수종으로는 장미조팝나무와 무늬쥐똥나무를 심었으며 수크령(하멜른)과 털수염풀을 배경 식재로 심은 후 은쑥, 하늘매발톱, 샤프랑, 백리향을 더했다.
벤치에 앉았을 때 앞에 보이는 화단은 흙을 채울 수 있는 깊이가 10~15cm 정도로 키가 큰 식물을 심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레모타사초, 털수염풀과 함께 베로니카로얄블루, 하늘매발톱, 차이브, 뱀무(벨핑크), 저먼카모마일 등과 같이 낮게 자라면서 바람에 흔들릴 때 더 매력적인 수종들을 심었다. 특히, 차이브는 식용할 수 있기에 주택 정원에 종종 심어드리는 수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성 작업은 장마로 건축 마감 일정이 밀려서 9월 중순이 돼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매년 고온다습해지는 늦여름 날씨의 무더위도 계속되고 있었다. 농장에서 온 식물들의 상태도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정원을 관리하고 있기에 상태가 안 좋아진 일부 식물을 교체하는 등 조금씩 더 건강한 정원으로 가꾸고 있다.
이렇듯 정원이라는 공간은 설계와 시공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후부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하는 공간이다. 올해 5월 중순, 많이 채워지지는 않아 보이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더 풍성해질 모습이 기대된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森)에서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을 모아 숲과 같은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원과 사람이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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