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뉴스]
수원FC 위민은 경기를 잡을 시간이 있었다. 골대도 두 번 때렸다. 먼저 앞서갔고, 페널티킥까지 얻었다. 그런데 결승으로 간 팀은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었다.
수원FC 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시즌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1-2로 역전패했다. 사상 첫 결승 진출은 무산됐다.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비가 경기장을 덮었다. 수원종합운동장에는 경기 전부터 굵은 비가 내렸다. 그라운드는 빠르게 젖었고, 공은 예상보다 길게 미끄러졌다. 이런 경기에서는 화려한 전개보다 마지막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내고향은 그 부분에서 수원 FC 위민보다 냉정했다.
전반은 수원 FC 위민의 시간이었다. 김혜리의 크로스, 아야카의 헤더, 밀레니냐의 슈팅이 잇따라 내고향 골문을 위협했다. 아야카의 헤더는 골대를 맞았다. 밀레니냐의 슈팅도 골포스트를 때렸다. 박주경 골키퍼의 선방까지 겹쳤다.

수원 FC 위민은 충분히 앞서갈 수 있었다. 전반에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점유율도 높았고, 공격 전개도 더 매끄러웠다. 그러나 스코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큰 경기에서 가장 위험한 흐름이다. 우세를 점수로 바꾸지 못하면, 상대에게 버틸 이유를 준다.
후반 4분, 수원 FC 위민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아야카가 띄운 공을 스즈키 하루히가 수비 뒤로 파고들며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비가 오는 경기에서 필요한 가장 간결한 득점이었다. 침투는 빨랐고 마무리는 정확했다. 이때만 해도 수원 FC 위민은 결승에 가까워 보였다.
내고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최금옥이 머리로 동점골을 넣었다. 수원 FC 위민이 가장 경계해야 할 장면에서 당했다. 빗속의 세트피스는 작은 실수도 바로 실점으로 이어진다. 내고향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22분에는 역전골이 나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경영이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잘 만든 골이라기보다 끝까지 달려든 팀이 가져간 골이었다. 수원 FC 위민 입장에서는 허탈한 실점이었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박스 안 싸움에서 밀렸다.
그래도 기회는 남아 있었다. 후반 32분 전민지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돌파하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온필드 리뷰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지소연이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가장 믿어온 이름이었다.
공은 골문 왼쪽 바깥으로 나갔다.
그 장면 하나로 지소연을 탓할 수는 없다. 수원 FC 위민은 이미 그전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다만 준결승은 그런 장면을 오래 기억한다. 동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지소연은 얼굴을 감쌌고, 동료들은 등을 두드렸다. 비는 계속 내렸다.
내고향은 경기 전체를 지배한 팀은 아니었다. 대신 중요한 순간을 더 정확하게 가져갔다. 동점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역전골은 문전 집중력에서 나왔다. 수원 FC 위민은 더 많이 만들었지만, 내고향은 필요한 장면에서 더 매서웠다.
이 경기는 축구 밖의 시선도 컸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남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경기장에는 남북 공동 응원단이 들어섰고, 내고향의 득점 때마다 큰 환호가 터졌다. 경기 후 내고향 선수들은 인공기를 펼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겼다”는 함성도 나왔다.
그렇다고 이 경기를 상징만으로 소비할 수는 없다. 수원 FC 위민은 축구로 졌다. 전반 우세를 살리지 못했고, 세트피스 수비에서 흔들렸고, 페널티킥 기회도 놓쳤다. 홈에서 열린 준결승이었다. 이 정도 흐름과 찬스라면 결승까지 가져갔어야 했다.
수원 FC 위민 선수들은 경기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눈앞에서 놓친 결승이었다. 내고향 선수들은 반대편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같은 비를 맞았지만, 한쪽은 멈췄고 한쪽은 결승으로 갔다.
이날 수원의 밤은 복잡했다. 남북 대결이라는 간판은 컸다. 그러나 승부를 가른 것은 정치도, 구호도 아니었다. 골대 앞 마지막 한 번이었다.
수원 FC 위민은 그 한 번을 놓쳤고, 내고향은 그 한 번을 잡았다.

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 (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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