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네이키드 드레스

마릴린 먼로와 셰어에서 리한나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스타일의 기념비적인 순간들.

오늘날, 인스타그램을 스크롤 하면서 네이키드 드레스(naked dress)를 한 번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반투명 망사 천, 세심하게 배치된 수천 개의 크리스탈,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그 속에 비친 엉덩이뼈까지, 네이키드 드레스의 예시는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닥까지 오는 망사 드레스의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 본드걸 느낌의 발레리에비(Valerievi) 드레스를 입은 줄리아 폭스(Julia Fox), 투명한 낸시 도자카(Nensi Dojaka) 드레스의 리타 오라(Rita Ora), 뮈글러(Mugler)의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 그리고 VMA에서 다이아몬드 체인을 두르며 등장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까지 모두 네이키드 드레스를 입었다. 우리는 바야흐로 네이키드 드레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최근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네이키드 드레스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5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계 미국인 의상가 장 루이(Jean Louis)가 자신의 시그니처 일루전 드레스를 마를린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같은 스타들에게 입혀 마치 맨살에 스팽글을 착용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룩은 훗날 디스코 디자이너 밥 맥키(Bob Mackie)와 그의 뮤즈인 셰어(Cher)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제인 버킨(Jane Birkin)과 케이트 모스(Kate Moss)는 네이키드 드레스 룩을 잇걸들의 유행으로 만들었고, 오늘날에는 레드 카펫 위에서 주목받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잔뜩 받고 싶은 이들이 찾는 인기 아이템이 되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네이키드 드레스가 패션의 연대기를 빛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 동안 전율을 이끌어 내며 시대 정신을 바꿀만한 스타일을 보여준 사람은 사실 소수에 불과했다. 역대 가장 상징적인 네이키드 드레스 룩을 돌아본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45번째 생일파티 마릴린 먼로, 1962년

1962년 5월 19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생일축하곡을 부르기 위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MSG)의 무대에 올랐다. 바로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상징적인 행사에는 그와 걸맞은 역대 가장 상징적인 드레스가 필요했다. MSG의 연단에 오른 먼로는 자신의 족제비 가죽 숄을 바닥에 떨어뜨려 2,500개의 모조 다이아몬드로 덮인 투명하고 몸에 꼭 맞는 드레스를 공개했다. 이 유명한 드레스는 프랑스계 미국인 의상가 장 루이가 디자인한 것으로, 그의 시그니처 “일루전(illusion)” 드레스 중 하나이며, 먼로나 마를린 디트리히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크리스털 조각만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할리우드식 화려함의 정수다.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은 수십 년 후 멧 갈라(Met Gala)에서 이 상징적인 의상을 다시 한번 입고 등장했다.

멧 갈라의 셰어, 1974년

1974년, 셰어(Cher)는 밥 맥키(Bob Mackie)가 제작한 이 멋진 크리스탈 작품을 입고 멧 갈라(Met Gala) 레드 카펫에 나섰다. 맥키는 셰어의 가장 빈번한 협력자 중 한 명이며, 그는 자신의 시그니처 “불꽃(flame)” 드레스와 셰어가 첫 오스카상을 수상할 때 입었던 크리스털 사롱을 포함한 수많은 인상적인 네이키드 드레스를 셰어에게 입혔다.

엘리트 모델 매니지먼트 파티의 케이트 모스, 1993년

1993년,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는 슬립 드레스를 통해 네이키드 드레스의 유행을 90년대에 가져왔다. 엘리트 모델 매니지먼트(Elite Model Management) 파티에 입었던 이 은색 바이어스 가운은 뉴욕 디자이너 리자 브루스(Liza Bruce)의 작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스는 파티 다음 날 반납 예정이었던 스타일리스트 의상 중에서 이 드레스를 빌려 왔다고 한다. 버킨의 상징적인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모스의 슬립 드레스도 우연한 사고였다. 훗날 보그(Vogu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포토그래퍼 코린 데이(Corinne Day)의 어두운 소호 아파트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투명한 드레스가 아니었다!”

VH1/보그 패션 어워즈 시상식 사라 제시카 파커, 1997년

이 의상이 바로 ‘네이키드 드레스’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룩이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Carrie Bradshaw)는 우아한 베이지색 DKNY 드레스를 입고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 아파트의 주방에 들어선다. 그리고 그의 깐깐한 친구들이 그의 데이트 룩을 평가한다. 당연히 사만다(Samantha)는 “굉장하다”고 말하고, 미란다(Miranda)는 “토스트 위의 젖꼭지”라고 부르며, 충격을 받은 샬롯(Charlotte)은 “네이키드 드레스”라고 부른다. 비록 작품 속 가상의 인물인 브래드쇼가 최초로 스타일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는 그 상징적인 에피소드가 전파를 타기 거의 1년 전에 같은 옷을 이미 입었다. 추측건대, ‘섹스 앤 더 시티’의 첫 시즌을 촬영하는 동안 1997년 VH1/보그 패션 어워즈에 입기 위해 드라마의 의상실에서 같은 DKNY 드레스를 빌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대정신을 정의한 브래드쇼의 스타일 뿐만 아니라 패션 용어 사전에 네이키드 드레스라는 단어를 남긴 사건을 미리 암시하는 순간이었다.

에디터 Zoë Kendall
번역 Kim Yong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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