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단체교섭 한창인데…회사만 48차례 접촉한 고용부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3.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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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네이버만 48차례 접촉
현직 감독관들 “양측 다 접촉해야”
실무 현장선 ‘사용자만 압박’ 지적도
고용부 “노측과도 소통했다” 해명
네이버 제1사옥 그린팩토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네이버와 계열사 노사 간 단체교섭이 한창일 당시 회사 측과 48회에 걸쳐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관계 지도라는 명목으로 노사 양측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10번 중 7번은 회사하고만 소통을 한 셈이다.

14일 매경닷컴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네이버 관계사 지도실적’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네이버와 계열사 노사관계를 지도하기 위해 노사 양측을 총 65회 접촉했다.

이 가운데 48회는 회사 측 담당자만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번 중 7번은 회사 관계자하고만 소통했던 것이다.

고용부가 제출한 자료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진 네이버 노사관계 지도 실적을 담고 있다.

고용부, 노사 교섭 중 사측만 48차례 접촉
네이버는 당시 9개 법인에서 노사 간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네이버가 지분 100%를 보유한 네이버I&S의 자회사 5곳(엔테크서비스·엔아이티서비스·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은 교섭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들 운영법인은 4~7개월간 10~16회씩 교섭을 진행하다 결렬되기도 했다. 노조 측은 ▲연봉인상률 10% ▲복지보인트 15만원 매달 지급 ▲직장 내 괴롭힘 전담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리더십 교육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모회사인 네이버와 용역 단가 협상이 완료돼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 법인의 매출 대부분은 네이버 사업법인과의 용역계약에서 나온다.

회사 측은 임금인상률을 5.7~7.5%만 받아들였다. 나머지 핵심 요구안도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 법인은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후 교섭 재개와 결렬이 수차례 반복됐다. 현재는 임단협이 마무리된 상태다.

고용부는 이 시기를 전후로 노사관계 지도를 위해 노사 간 면담, 유선 연락, 공문 발송 등의 방식으로 접촉에 나섰다.

문제는 회사 측과의 접촉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네이버 본사 팀장과 교섭대표를 총 12차례 접촉했다. 이 가운데 면담은 4회, 유선 연락 8회였다. 고용부의 ‘중재 및 지도 내용’을 보면 교섭 상황과 쟁점을 파악하고 성실한 교섭을 지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라인플러스와도 면담과 유선 연락 방식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접촉했다. 노사 간 잠정 합의 이후 현안을 파악하고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운영법인 5곳은 총 32회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쟁점과 교섭 상황 파악, 부당노동행위 예방 지도, 성실한 교섭 지도를 한 것으로 기록했다.

노조와 접촉한 것은 17회에 그쳤다. 이 가운데 노조만 접촉한 횟수는 5회뿐이었다.

현직 감독관들 “양측 함께 접촉하는 것이 기본”
단체교섭을 전후로 노조나 회사 중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접촉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 현직 근로감독관들의 지적이다.

한 근로감독관은 “단체교섭 진행 중에는 보통 노조에서 교섭 진행이 잘 되지 않을 때 (노사관계) 지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노조와 접촉한 다음 사업장과 접촉한다”며 “노사 간 교섭 상황에서는 노와 사 의견을 모두 듣고 같이 접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관할 노동청이 회사 측과 접촉할 때는 노사가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사측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근로감독관은 “본교섭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는 접촉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사 양쪽을 함께 접촉한다”며 “사측이 임금 인상을 못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면 노조를 설득하기에 앞서 사측을 압박하거나 설득해 교섭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측에 연락을 더 많이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인사노무 실무 현장에서도 노동청이 노조보다는 회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근로감독관이) 유선을 통해 노조의 주장이 합리적이니 빨리 타결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네이버 같은 큰 기업은 변호사든, 노무사든 자문을 받으면 되는데 교섭을 할 줄 몰라서 고용부의 자문을 받고자 감독관과 통화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부는 네이버 계열사 회사 대표 앞으로 적극적인 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3차례 발송하기도 했다. 사측 노무 담당자에게는 유선 연락을 취해 부당노동행위 예방을 ‘지도’한 기록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도 지성호 의원실에 “교섭할 때 사측이 양보를 하면 협상에 유리해 사측과 소통을 많이 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 양보 유도가 일반적”…고용부 해명은?
IT 업계의 노사 간 교섭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에 고용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노사관계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변호사는 “노조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려고 하면 단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감독관들이 사용자를 압박할 수는 있어도 노조는 압박하지 못한다”며 “정부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사용자의 양보를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지성호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노사 모두에 균형있게 지도하던 중 노측이 네이버 본사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면서 사측과의 교섭을 결렬해 노사 간 교섭 재개를 위해 사측을 중점적으로 적극 지도한 것”이라며 “그간 노측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고용부 성남지청 감독관이 지난해 8월, 9월, 12월에 한 차례씩 네이버 노조 지회장과 유선으로 소통한 기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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