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싸다 했더니…‘무자료’ 석유 판 주유소들
■ 유독 싼 주유소 기름값… 알고 보니 '무자료' 경유
한때 기름값이 싸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충북 충주의 한 주유소. 하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고 주유기마다 '사업 정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석유사업법'에 등록되지 않은 판매업자에게 자동차 경유를 공급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경유를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팔았다는 겁니다.
법 테두리 밖에서 품질 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경유였습니다. 그런데 가짜 경유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석유를 세금 계산서 없이 매입해 거래 내역을 남기지 않고 영업하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덜미가 잡힌 건데, 이른바 '무자료' 석유'라고 불리는 기름이었습니다.
현재 이 주유소는 충주시가 석유판매업 등록 취소 처분을 내려 2년 동안 그 자리에서 영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충주시는 이 주유소가 지난 1월부터 5차례에 걸쳐 190만 2,000 ℓ 상당의 경유를 무자료 형태로 매입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충주경찰서는 이 주유소의 운영자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유 공급업자는 아직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 주유소 빌려 범행한 임차인…충북 충주서 6곳 덜미
근처의 또 다른 주유소도 지난해 9월에 무자료 경유를 매입해 판매하다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지난 1월에 한 차례 더 적발돼 40여 일의 사업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충주시는 이 주유소도 100만 ℓ 분량의 무자료 경유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주유소 실운영자의 소재를 파악했다"면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확인 결과 무자료 석유를 판매한 주유소 2곳 모두 주유소 건물을 빌려 운영했던 임차인들의 소행이었습니다. 특히 석유판매업 등록이 취소된 주유소의 경우 실제 주유소 건물주도 그 자리에서 주유소 영업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돼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무자료 석유를 팔다 적발된 주유소는 충북 충주에서만 지난해부터 6곳이나 됩니다.
■ "탈세 목적 무자료 거래… 대부분 바지 사장이 운영"
충주시는 "대부분 무자료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세금계산서 없이 석유를 사들이는 만큼 부가세 10% 등의 부당 이득을 본다"면서 "기름 가격 또한 다른 주유소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더 많은 판매를 유도해 가격 경쟁력도 해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주유소 업체 대부분은 이른바 '바지 사장' 명의로 주유소를 연 뒤 당국에 적발되면 또 다른 곳에 다른 사람 명의로 주유소를 여는 방식"이라면서 "진짜 운영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인천지방검찰청은 139억 원 상당의 무자료 석유를 매입해 판매한 주유소 운영 총책과 브로커 등 5명을 구속기소했고 이른바 바지사장 등 6명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총책은 바지사장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면서 실제 주유소 운영자인 것처럼 허위 자백을 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한국석유관리원 "한 번 적발되면 매달 찾아가 조사할 것"
석유 불법 유통을 단속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은 "무자료 석유는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품질에도 이상이 있을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주 주유소로부터 석유 매입량과 판매량을 보고받는다"면서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세청 세무 자료와 비교해 무자료 석유 거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자료 석유 거래로 한 번 적발된 주유소는 그 뒤로 또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매달 해당 주유소를 찾아가 추가로 적발해 지자체가 석유판매업 등록 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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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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