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굴 위한 법이냐”…10년 넘게 유지된 단통법·의무휴업법, 국민들만 고통
단통법에도 통신비 안줄고
마트 휴업도 골목상권 못살려
전세불안 부추긴 임대차 2법
소상공인 잡는 청탁금지법 건재
전국민 공인인증서 강요한 법
논란 불구 폐지에 21년 걸려
2014년 10월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이 1일 10주년을 맞았다.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통신비 절감을 명분으로 법을 만들었는데, 법 시행 이후 가계 통신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가계 총 통신비는 월평균 14만7725원이었다. 단말기 구입비가 포함된 통신장비구입비는 월평균 2만2676원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계 총 통신비는 15만5107원으로 늘었다. 월평균 통신장비구입비도 2만8953원으로 증가했다. 없느니만 못한 법이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단통법 폐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아직 국회는 논의에 속도를 못내고 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원입법은 사회적 영향이나 부작용,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발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회가 법안 발의와 처리에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법안실명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국회가 관련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면 다행이지만, 법률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 이를 되돌리려면 입법절차 이상의 지난한 개정 또는 폐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많은 법률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액 부동산 자산가를 겨냥했던 종합부동산세법은 집 한 채 가진 중산층까지 옥죄는 악법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시행 9년을 넘기고 있다. 애먼 소상공인만 잡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도 8년째 시행 중이다. 전세폭등 막겠다고 밀어부쳤다가 되레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한 주택임대차보호법도 4년째 건재하다.
전국민에게 하나의 공인인증서만을 강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8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사명법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준비기간을 거쳐 1999년 7월 1일부터 전국민 공인인증서 사용시대가 시작됐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공인인증서법 족쇄에 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커져갔다. 민간의 다양한 인증수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국회는 나서지 않았다. 카카오, 토스 등 지금은 일상이 된 민간의 다양한 인증서들이 허용된 건 21년이 지난 2020년 12월부터다.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을 금지한 게임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는 2011년 18대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통과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컸다. 과연 법으로 금지할 만한 일인지에 대해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이 법도 2022년 폐지되기 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공휴일에 반드시 문을 닫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2013년 4월 도입 후 10년이상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이었지만 효과보다는 피해가 컸다. 휴일에 대형마트가 닫는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자치구와 대구시에서 조례로 휴무일을 평일로 속속 바꾸기 시작했다. 평일 전환뒤 오히려 마트와 인근 전통시장의 동반 매출증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야당은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구호에 얽매여 폐지를 가로막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정당이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도 높은 법안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의정활동을 질적으로 평가해 공천에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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