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보호구역'인가...제주 해양생태계 관리 '부실'
"기본계획만 있고, 실질 보전 활동 없어" 지적
개별법 따라 해양 관련 보호구역 제도 제각각
천연기념물 5곳을 포함한 제주지역 해양 관련 보호구역이 '문서상 호보구역(Paper park)'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해양생태계 보호라는 실질적 목적을 충족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지적입니다. 관리기본계획만 수립됐을 뿐 계획에 따른 보전 활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곳이 상당수였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오늘(17일)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반년 동안 제주지역 모든 해양보호구역을 직접 탐사하며 파악한 내용을 담은 '제주해양보호구역 관리 현황 및 제안' 결과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이 모니터링을 벌인 곳은 천연기념물 5곳(성산일출봉, 문섬·범섬,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차귀도, 마라도), 해양보호구역 4곳(문섬 등 주변해역, 토끼섬 주변해역, 추자도 주변해역, 오조리 연안습지) 해양도립공원 5곳(우도해양, 추자, 서귀포해양, 마라해양, 성산일출해양) 등 모두 14곳입니다. 산소통을 메고 직접 바다에 입수하거나 배를 타고 근해로 나가는 방식 등으로 실제 현황을 파악했습니다.
파란은 '해양보호구역 가이드(MPA guide)'를 통해 해양 관련 보호구역들의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이 가이드는 14개국 42명의 해양보호구역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로,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정책, 관리방안 등을 분석해 4단계로 평가합니다.
파란은 제주 해양 관련 보호구역이 대부분 2단계(지정), 3단계(이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 관리기본계획만 수립하고, 관리기관과 주체의 수립,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 운영, 보전 활동 등을 수행하지 않아 '문서 상의 보호구역'으로만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천연기념물(천연보호구역)의 경우 관리의 허술함이 노출됐습니다. 파란은 문섬에 대해 "보호구역 내·외적 위협 요소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대표적인 해역"으로 꼽았습니다. 입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낚시 등을 통한 기타 쓰레기 발생 피해가 우려됐습니다. 관광 잠수항 운항으로 인근 연산호 군락 등 해양 생태계 피해가 한계를 넘어섰지만, 행정 당국은 잠수함 운항에 대한 허가와 제한을 반복하며 보호조치 시행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섬은 천연기념물이자 해양보호구역입니다.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의 경우 외도, 차귀도 모든 해변에서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관찰됐습니다. 해변에 다수의 낚시객들이 있어 낚시 쓰레기로 인한 오염, 자연채취 위협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장에 관리인력으로 역할할 수 있는 지질해설사 그룹이 있지만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제대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에선 보호종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자도 보호구역에선 보호종 수거머리말 군락지가 일부 소실됐지만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양보호생물 잘피 서식지가 확인됐지만 국가 해양생태계 조사에서 누락됐고, 서식지 변화에 대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양보호구역 내 방치된 활어 저장 시설, 공사로 인한 오염 등은 해양보호생물 서식에 위협이 되는 요인 작용했지만, 규제가 미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끼섬 주변해역에선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와 파래류 이상증식 확인됐으며, 시민들의 비정기적 자원봉사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뤄질 뿐 행정에서의 해양쓰레기 관리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총체적으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운영이 부재하다는 지적입니다.
해양도립공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추자 공원은 동식물 생태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산일출 공원은 일출봉이나 신양리 해안사구 등 보전이 필요한 주요 경관자원이 용도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난개발과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우도(우도봉, 검멀레 미포함), 서귀포(외돌개, 정방폭포 미포함) 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란 측은 "현재 해양 관련 보호구역은 여러 개별법에 따라 서로 다른 부처에서 지정·관리되고 있다"라며 "개별법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지정·관리하다 보니 중복 지정으로 관리 주체가 모호하고, 적극적이며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해양보호구역 제도를 단일법으로 통합하고 해역의 이용실태, 특성, 향후 해역보전 및 이용 방향 등을 고려해 상업, 서식지보호·보전, 과학연구 등 용도별 지구제를 도입해 각 용도지구에 적합한 관리를 한다면 더욱 내실 있는 해양보호구역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보호구역 지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와 자료 축적이 중요하다며 주민 등 시민 구성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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