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A MUZZINA
“여성분들은 다이노스! 남성분들은 오빠!”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를 향한 응원인지, 놀림인지 모를 팬들의 외침 속에 등장하는 타자. 어느덧 데뷔한 지 16년 차를 맞은 이 선수는 팀에선 최고참의 위치에 있지만, 창원 팬들에겐 영원한 오빠로 불릴 것만 같다. 미혼이니 아저씨가 아닌 오빠가 맞는다는 농담마저 왠지 수긍하게 만드는 이 매력적인 선수. 구단의 유튜브 영상도, 굿즈샵도, 온 세상이 ‘오빠 므찌나’로 뒤덮인 덕분에 팬들은 그에게서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라운드 위에선 어떨까.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짧게 쥔 배트, 상대 투수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눈빛, 내야에 머문 짧은 타구에도 언제나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은 손아섭에게 빠져들 이유를 한 가지 더할 뿐이다. 야구장에서 더 멋있는 이 남자, MUZZINA AN MUZZINA?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Tucson Reid Park Annex Fields

마지막 인터뷰가 5년 전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나요? (2월 12일 인터뷰)
소속 구단이 바뀌었죠. 5년 전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었지만,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오게 됐어요. 팀 안에서의 위치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당시엔 선배들과 후배들을 잇는 가교역할을 했고, 지금은 최고참으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해요.
스프링 캠프에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나요?
개인 성적만 봤을 때 2023년은 좋은 시즌이었어요. 작년에 달성한 기록과 타이틀을 올해도 놓치고 싶지 않고요. 스프링 캠프에선 좋았던 부분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다른 목표도 있나요?) 2024년에도 다치지 않고 144경기에 모두 출장하는 게 목표예요. 1년 내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개막 전까지 준비하고 싶어요.
지난 시즌 골든글러브, 타격왕 수상 등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2023년이 손아섭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NC로 온 첫해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스스로 크게 실망하기도 했고요. 복잡한 마음이 든 만큼 2023시즌을 시작할 때 독하게 마음을 먹었죠.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어요. 겨울에도 몸을 열심히 만들었죠. 덕분에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어 기뻤던 해로 기억에 남을 거라 봐요. 하지만 작년은 지난 시간이기 때문에 추억으로 묻어 두고, 2024년엔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새로운 곳에서
지금의 창원NC파크, 그리고 이전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의 외야 오른쪽 구석은 언제나 그의 자리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 중 한 명으로 꼽혀 오던 이 선수가 푸른 잔디밭 위로 몸을 날리며 타구를 처리하는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안타가 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공을 향해 끝까지 달리는 그의 근성 있는 수비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2023년은 글러브를 들고 뛰어가는 수비수로서의 모습보다 더그아웃 안에서 팀원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자주 찾을 수 있었다. 우익수 자리는 동료인 박건우에게 양보한 채 조금은 어색한 지명타자라는 새로운 자리를 부여받은 상황.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손아섭은 최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노력은 곧 자신의 선수 경력에 타격왕 타이틀이라는 큰 선물로 남았다.
우익수보단 지명타자로 많이 출장한1년이었어요. 기존과 비교해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스스로 수비에 자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줄잖아요?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1년이었어요. 덕분에 타격왕 타이틀도 획득할 수 있었고요. (수비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미련이 남았다는 말보다는 준비돼 있다는 표현이 맞아요. 감독님이 외야수로 써 주시면 언제든 나갈 수 있죠.
지명타자로 나설 때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선수들도 종종 있긴 해요.
저도 처음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지명타자란 포지션이 어색하기도 했고, 더그아웃에만 있다가 타석에 나가니까 경기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졌죠. 그래서 경기에 나가며 저만의 비결과 루틴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시즌 초반을 지난 후엔 홈플레이트 앞에 섰을 때 더욱 집중할 수 있었죠.
체력을 아끼는 데도 도움이 됐나요?
체력도 많이 아낄 수 있었어요. 전 타석보다 외야 필드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선수예요. 부담감을 덜 받는 부분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죠.
시즌 막판까지 구자욱과 타격왕 경쟁을 했어요. 신경이 쓰이진 않았나요?
처음엔 구자욱 선수와 차이가 컸어요.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2리 차까지 따라잡혔죠. 그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대신 타격왕이란 타이틀에 흔들리지 않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정신적으로 붙잡은 부분이 마지막에 큰 도움이 됐고요.

#오늘 우리는 미친다
‘지치면 진다. 하지만 미치면 이긴다. 오늘 우리는 미친다!’ 정규 시즌 경기 전 그라운드에 모인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최고참이 준비한 글귀 한 줄이다. 웃음을 참거나 먼 산을 바라보는 등 어린 선수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승리를 향한 멘트에 어색함과 민망함이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 손아섭은 이에 굴하지 않고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후배들이 야구장 안에서 주눅 들지 않고 본인들의 플레이를 모두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테니.
형의 진심 어린 파이팅에 동생들도 즉시 답했다. 지난 1년 동안 젊은 NC가 한 팀으로 보여준 경기력은 그야말로 ‘미쳐있다’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개막 전, 주축들의 이탈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힘들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2023년의 NC는 144경기 동안 상위권을 굳건하게 지켰다. 낙엽이 쌓일 때까지 꺼지지 않은 선수들의 기세는 공룡군단을 창원NC파크의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그 중심에는 주장 손아섭이 있었다.
2017년 이후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어요.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가을야구가 시작하기 전부터 설레고 재밌던 기억이 있어요. 결과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니까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한 뒤 시리즈에 들어갔죠.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했잖아요? 도전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이 덜했어요. 팀원들과도 승패에 상관없이 재밌는 게임을 하자는 얘기를 나눴고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저와 동료들 모두 100%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6연승을 기록했어요. 당시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당시 팀원들의 텐션은 최고였어요. 어떤 팀과 상황이 오든 질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죠. 젊은 친구들이 많은 만큼 파이팅도 넘쳤고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아쉽게 패배했어요. 경기 후에 후배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팀이 하나로 뭉쳐 모든 에너지를 쏟았잖아요? 그런 후배들이 자랑스러웠어요. 고맙고, 고생 많았다는 얘기를 전했죠.
팀의 주장으로 1년을 보냈어요.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롯데 자이언츠에서 중고참이었던 시절 주장을 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책임감에서 큰 차이가 있었어요. 어긋나는 후배 한 명 없이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모든 팀원이 잘 따라와 줘서 주장으로서 편하고 고마웠죠. 올해도 작년처럼 동료들을 믿고 1년을 보낼 생각이에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주장으로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나요?
그라운드 위에선 선후배, 코치님의 눈치를 보지 말고 후회 없이 플레이하는 데 집중하자고 강조해요. 운동 외적으로는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부탁하고요. 워낙 순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작년처럼 올해도 무난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 봐요.
본인은 주장으로서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나요?
팀에서 정한 규율을 어기지 않으면 풀어주는 스타일이에요. 그 외엔 자유로운 분위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2년 연속 주장을 맡게 됐어요.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떤가요?
팀은 제가 아닌 감독님이 끌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장으로서 큰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아요. 다만 팀원들이 야구장에서 주눅이 들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 팀이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팀이잖아요? 마운드에서, 타석에서 움츠러든 모습보단 젊은 패기를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가 나오길 바라요. 전 경기 중 후배들이 불이익을 당하면 가장 먼저 나가서 싸우고 목소리를 낼 자신이 있어요. 저를 믿고 본인들의 능력을 200%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항상 기다리죠.
주장의 말에 가장 잘 따르는 후배는 누구였나요?
모든 후배가 제가 강조하거나 부탁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줘요. 이젠 제가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를 미리 알고, 알아서 지키려고 하죠. 선수들끼리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운동하려고 항상 노력하고요. 선배로서 그리고 주장으로서 잔소리할 부분이 한 개도 없어요. 정말 고맙고, 그 덕에 재밌게 야구를 하고 있죠.
잔소리하게 되는 후배가 전혀 없나요?
말 안 듣는 후배가 없어서 크게 없어요. 그나마 박건우, 박민우, 박세혁 같은 고참 선수들에게나 하는 편이죠.
팀의 후배 중 주장감이라고 생각되는 선수가 있나요?
우리 팀에 고참급 선수가 많이 없어요. 그 중엔 박민우 선수가 차기 주장으로 어울린다고 봐요. NC 다이노스의 프랜차이즈 선수고, 성격도 활발해요.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좋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 선배로서 풀어나갈 방법도 잘 알고 있고요. 앞으로 감독님이 어떻게 결정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민우가 주장이 돼서 팀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향도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올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해요.
지난겨울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시상식을 다녔어요. 아주 기뻤고요. 야구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이런 부분이 제겐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어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2024년에도 작년 이상의 시즌을 보낸 뒤 행복한 시간을 또 맞이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얻은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뺏기지 않고, 144경기가 끝났을 때 제 이름이 맨 위에 새겨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파이팅!
팀원들과는 어떤 목표를 공유하고 있나요?
지난해 NC가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잖아요? 그래서 남은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밖에 없어요. 저 또한 그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거든요. 그만큼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고요. 후배들과 함께 힘을 모아 올해는 가장 마지막에 시즌을 마무리 짓는 팀을 만들겠다는 바람이 있죠. 반드시 이루고 싶습니다.

#므찌나 오빠
손아섭에게 ‘오빠’란?
야구선수인 제게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준 단어로 설명하고 싶어요. 손아섭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말이고요. 그래서 제 등장곡(장미하관의 ‘오빠라고 불러다오’)이나 팬분들의 응원도 너무 좋아해요. 결혼하면 오빠라고 불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못 하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웃음) 제게 완벽히 어울리는 친구죠.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홍보팀을 통해서 오늘 일정을 들었을 때 화보 촬영과 긴 인터뷰를 오랜만에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5년 만에 만나는 자리라는 얘기를 접하니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도 했고요. 인터뷰나 특집 기사는 보통 성적이 좋은 선수들에게 요청이 오잖아요? 그래서 몇 년간 부진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죠. 올해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와 함께 <더그아웃 매거진>의 독자분들이나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손아섭과 NC의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인사하며 오늘 인터뷰 마칠게요.
안녕하세요. NC 다이노스 손아섭입니다. 올 시즌은 저 또한 기대 중인 시즌입니다. 작년만큼 많은 팬분이 야구장에 찾아주시면, 동료들과 함께 젊은 패기로 재밌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뿐만이 아니라 저 또한 좋은 성적으로 인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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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그에게 붙어 온 여러 개의 가벼운 별명과는 반대로, 야구와 팀을 향한 열정과 사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게감을 더한 듯이 보였다. 젊은 패기에 이를 악물고 1루로 달리는 선수에서 나아가, 후배들을 챙기며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성장한 손아섭. 인터뷰 내내 본인보다 소속팀의 동생들을 치켜세워주는 모습, 동료들을 향한 칭찬에 칭찬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의 유니폼에 달린 대문자 C가 그에게 너무나 맞는 옷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주장으로서 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저만 자만하지 않고 잘 준비하면 작년 이상의 결과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프로야구 선수로 그라운드 위에 선 지16년. NC의 최고참 선수지만, 그에겐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라는 큰 꿈이 남아있다. 동생들을 사랑하는 주장과 그런 리더의 말을 착실히 따라주는 동료들. 이런 팀이라면 손아섭과 NC를 가을의 마지막 무대에서 보는 일이 더욱 빠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영원한 오빠, 손아섭의 간절한 꿈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6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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