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동작 그대로 따라 하네”⋯피지컬 AI 시대 ‘성큼’
페르소나AI·마음AI·제논, 피지컬 AI 기술 선봬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직원이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맞은편에 선 160cm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같은 팔을 들어 올렸다. 이어 직원이 관람객 쪽으로 몸을 돌리자 로봇도 함께 돌았다. 무대를 빼곡히 둘러싼 관람객 사이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난 6~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은 피지컬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현장으로 들어온 현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330개 기업·기관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의 발길은 피지컬 AI 시연 공간으로 집중됐다.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은 페르소나AI였다. 버넥트와 공동 개발한 사족 보행 로봇은 재난 현장으로 연출된 시연 공간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자, 경보를 울렸다. 계단 등 장애물도 거침없이 올라갔으며 구조자의 상태를 스스로 촬영하기도 했다. 음성 명령을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해 행동하는 에이전틱 로봇의 모습 그대로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에서도 정교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로봇은 무술 동작을 선보인 데 이어, VR 기기를 착용한 직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 했다. 위험한 재난·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페르소나AI는 이번 시연 로봇의 운영체제(OS)부터 음성인식(STT)·소형언어모델(sLLM)·음성합성(TTS)을 하나로 통합한 ‘SONA AI’까지 모두 자체 개발했다. 기업 관계자는 “사족 보행 로봇은 온디바이스 SSTT sLLM을 탑재해 사투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다”며 “재난 현장이나 공장이 전국 각지에 있는 만큼 이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근처 마음AI 부스에서도 재밌는 장면이 펼쳐졌다. 흰옷을 입은 관람객이 손을 흔들자, 사족 보행 로봇 ‘진도봇’이 “저기 흰 옷 입은 사람이 나한테 손 흔드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마음AI가 하드웨어까지 자체 제작한 진도봇에는 두뇌 역할을 하는 피지컬 에지 모듈 ‘메이드 박스’가 내장돼 있다. 이 모듈에는 STT·sLLM·TTS를 하나로 통합한 온디바이스 기반의 ‘SUDA’ 모델이 탑재됐다. 이를 통해 로봇은 카메라 센서로 확보한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
진도봇은 △소형 경비용 ‘가드’ △중형 순찰용 ‘레인저’ △대형 산업용 ‘해치’ △초경량 특수 작전용 ‘밴가드’ 등 4종으로 개발됐으며, 이 중 가드가 다음 달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같은 부스 한편에서는 마음AI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 ‘알로하2’가 스팸 캔을 집어 패키지 상자로 옮기고 있었다. ‘레코딩 아니냐’는 한 대학생의 물음에 현장 관계자는 작업자 동작 3시간 분량을 앤드 투 앤드 방식으로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봇은 작업 중 캔을 떨어뜨렸지만, 스스로 다시 집어 올리며 상황에 대응했다. 이를 본 학생은 “이게 바로 피지컬 AI지”라며 감탄했다.

피지컬 AI의 무대는 제조·보안을 넘어 돌봄으로도 확대됐다. 제논은 KB금융그룹과 공동 개발한 시니어 돌봄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를 선보였다. 젠피는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에 제논의 AI 모델을 탑재한 로봇이다. 이날 시연 현장에서 과일·물컵 등이 함께 놓인 식탁에서 약통만 정확하게 집어 사람에게 전달했다. 제논 관계자는 “돌봄에서는 섬세한 동작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존 3개 손가락 구조를 자체 제작한 5개 손가락 모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재난 지역부터 산업 현장, 요양 공간까지. 이번 행사에서 피지컬 AI는 인간이 직접 뛰어들기 어렵거나 손이 부족한 영역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AI가 인간의 일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