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이의 변심...친환경농법 파수꾼에서 농사 망치는 주범으로.

따뜻한 날씨로 겨울에 죽지 않고 성장해 봄철 어린 묘 갉아먹는 왕우렁이 급중

전남 피해면적만 5000ha 넘어... 퇴치 살충제 찾고 뙤약볕에 수거 기간 정해 왕우렁이 찾아 다니기도

잡초 제거 위해 도입한 왕우렁이가 기후 변화로 인해 벼 재배를 망치는 주범으로 퇴치 위기에 내몰렸다. 클립아트코리아

친환경 농법의 대표 생물로 꼽혀온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갉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급기야 농민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왕우렁이 수거 기간까지 정해 농경지와 용·배수로 주변 우렁이 알 찾기에 나서는가 하면,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 약을 추가로 투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양상 변화가 친환경 농업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윤명희(민주·장흥 2) 도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제 383회 임시회 제 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왕우렁이 농법에 대한 재검토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원래 우렁이 농법은 농약을 대신해온 대표적인 친환경 제초방식으로 알려져있다. 논에 모를 심고 난 뒤 논에 우렁이를 투입하면 잡초를 제거할 수 있어 친환경 벼 재배농가의 노동력과 경영비 감소 등에 도움이 됐다는 게 지역 농민들 설명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생태 양상이 바뀌면서 겨울에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죽지 않고 성장한데다,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봄철 모내기한 어린 모를 갉아먹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퇴치 살충제를 구하려고 농약사를 찾는 농민들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는 게 윤 의원 주장이다.

친환경을 위해 도입한 우렁이가 또 다른 농약사용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전남도가 집계한 피해 농가 규모도 9개 군(5034㏊)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강진(1200㏊) 피해가 가장 크고 고흥(990㏊), 해남(905㏊), 장흥 (600㏊), 완도(368㏊), 신안(359㏊), 영암 (247㏊), 무안(188㏊), 진도(177㏊) 등에서 피해 신고가 이뤄진 상태다.

피해를 신고하지 않고 자체 해결하고 있는 농가도 많아 실제 피해는 더 많다는 게 윤 의원 설명이다.

전남도는 급기야 친환경 벼 재배 농가에 왕우렁이 피해 예방을 위한 약품비로 시·군과 함께 5억 200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7월 한 달을 ‘왕우렁이 일제 수거 기간’으로 정하고 우렁이 찾기에 나섰다.

전남 22개 시·군의 왕우렁이 농법에 지원비로 40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농민 뿐 아니라 전남도, 시·군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윤명희 의원은 “겨울에 살아남아 벼를 갉아먹는 왕우렁이로 벼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며 “친환경 농법을 위해 우렁이를 도입했다가 다른 농약 사용을 불러오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는 만큼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농업기술 연구와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지속적인 친환경 농업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윤명희 전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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