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귀염둥이가 누구? 국립국어원에 물어봄
짤따란 다리에 사막여우처럼 큰 귀를 가진 이 웰시코기들을 보라. 언제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귀여운 웰시코기, 이름은 무슨 뜻일까 궁금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봤는데…엥? 검색 결과가 아예 없다고 뜬다. 초록 검색창에 치면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뉴스 기사에서도 자주 보이는 웰시코기가 진짜 이름이 아니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웨일스 귀염둥이는, 국립국어원이 업계에서 통용되던 용어를 전문가를 통해 수집해 사전에 등재됐는데, 안타깝게도 영어인 웰시코기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말이 됐다.알고보니 우리가 아는 다리 짧은 이 아이를 부르는 표준어는 ‘웨일스 귀염둥이’라고 한다. 이렇게 귀여운 표준어가 있었다니…. 유튜브 댓글로 “웰시코기 표준어가 웨일스 귀염둥이라는데 누가 지은 건지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웰시코기는 어쩌다 웨일스 귀염둥이가 된 걸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웨일스 귀염둥이는 2008년 표준국어대사전 개정을 거치면서 등재됐다고 한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2008년에 이제 저희가 표준사전을 일부 개정할 때 이제 올라갔던 걸로 기록에 나오는데”
등재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있진 않지만, 일상어가 아니라 동물의 품종을 정의하는 전문용어인 만큼 공식적인 의뢰 과정을 거쳐 수집하고 선별된 용어일 거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개라든지 품종 전문 분야에 전문가나 기관에 외주를 줬다거나 이렇게 해서 수집된 단어가 아닐까라고 추측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동물 전문가들이 웨일스 귀염둥이를 포함한 견종 목록을 보내왔고, 국립국어원에서 어법에 맞는지 검토한 뒤 문제없다고 판단해 사전에 올렸을 거라는 거다. 이 귀여운 단어가 정말 업계에서 쓰이던 말이 맞는지 찾아봤는데, 오래된 백과사전에 이렇게 ‘웨일스 귀염둥이’라고 적혀있던 자료가 있긴 하다. 아무 근거 없이 실린 단어는 아니란 거다.
웰시코기(Welsh corgi)의 어원을 따지면 영국의 웨일스(Wales) 지방의 난쟁이(cor) 개(gi)라는 뜻이다. 갱얼쥐의 땅딸막한 체형을 웨일스 말로 표현한 이름인 것. 이게 어쩌다 웨일스 귀염둥이가 됐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실제로 귀여우니 일단 넘어가자.
그럼 웰시코기라는 단어는 2008년에 왜 등재되지 못했던 걸까.
국립국어원 관계자
“미등재된 것이 그 시절에 정말 안 쓰여서 사전에 실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또 하나는 아예 그 시절에 쓰이는 말인데 미처 포착, 포착이 미처 되지 않았던 그렇게 해서 이제 누락이 된 거죠.”
옛날 뉴스를 찾아보니 1990년대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웰시코기를 애지중지 기른다는 기사가 있긴 하지만, 2010년 이전에는 언급량 자체가 매우 적다. 웰시코기 품종 자체가 국내에 많지 않았던 데다 대중적으로도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웰시코기가 표준어가 아니라는 게, 쓰면 안되는 틀린 표현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뎅을 어묵으로, 와사비를 고추냉이로 순화해 쓰자고 할 때와는 다르다는 거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순화라고 하는 건 일단 기본적으로 언어를 쓰지 말아야 될 말로 생각하고 그걸 대신 다듬은 거잖아요. 이 케이스는 웰시코기를 쓰지 말아야, 대신에 웨일스 귀염둥이를 써라 이런 식의, 어떤 그런 거를 한 적이 없어요. 말이라고 하는 건 어떤 거나 다 소중한 거고”
게다가 반려인구 1000만 시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어휘가 된 웰시코기는 조만간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웰시코기 같은 경우에는 그 단어의 성격상 안 올라갈 이유는 없을 것 같고요. 때가 되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사전에는 없지만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다 땅땅! 국립국어원의 오피셜한 허락도 얻었겠다, 웰시코기든 웨일스 귀염둥이든 다 귀여우니 마음대로 불러보자~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어릴 적 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어떻게 선생님이 내준 준비물을 다 알고 있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