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보고 체계 줄줄이 엉망…행안장관 보고라인도 ‘삐걱’ [이태원 핼러윈 참사]

권구성 2022. 11.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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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강도 감찰·강제수사 착수
지휘부, 첫 신고 후 5시간만에 파악
윤희근, 경찰청 5분거리 관사 살며
즉시 출근 않고 2시간 뒤 지휘부 회의
소방은 첫 신고 28분 만에 ‘대응1단계’
1시간 뒤 회의서 ‘구급차 총동원령’
골든타임 놓친 경찰과 극명한 대비
용산서장 대기발령… 후임엔 임현규
일선署 수사에 “꼬리 자르기” 반발도
李장관, 오후 11시 20분에 참사 인지
경찰 또는 소방의 직접 보고가 아닌
행안부 내부 문자 알림으로 사태 알아
중대본 “112신고 대응혁신 대책 마련”
경찰 수뇌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실을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장관보다 늦게 인지한 것으로 드러나며 망가진 보고·지휘·공조 체계가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일선 현장 경찰을 희생양으로 ‘꼬리 자르기’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하고 자정을 넘긴 30일 0시14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오후 11시36분에 각각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두 치안 수장이 참사가 벌어지고 1시간30분~2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다.

참사 당일 경찰의 보고체계는 서울을 책임지는 김 청장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것을 시작으로 엉망이 됐다. 통상 일선 경찰서→시·도경찰청→경찰청 순으로 보고가 이뤄지는데, 서울경찰청이 경찰청에 치안 상황 보고를 한 것이 30일 0시2분이다. 윤 청장은 그로부터 12분이 더 지난 뒤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윤 청장과 김 청장의 전화 통화는 0시19분 처음 이뤄졌다. 이 통화에서 윤 청장은 김 청장에게 ‘기동대 등 가용경력 최대 동원’, ‘질서 유지 등 신속 대응’,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그러나 윤 청장과 통화하기 43분 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보고를 받았던 김 청장은 ‘곧 현장에 도착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경찰 112신고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 다수 접수됐지만, 지휘부는 이보다 5시간여 지난 뒤에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소방의 대처와 극명히 대비된다. 소방은 오후 10시15분 첫 신고를 접수하고, 오후 10시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는 오후 11시15분 상황판단회의까지 주재했다. 오후 11시50분에는 ‘대응 3단계’와 ‘전국 구급차량 국가동원령’까지 발령했는데, 이 시간까지도 윤 청장은 사고 보고를 받지 못했다.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고 4시간15분이 지난 30일 오전 2시30분 경찰청으로 출근해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 관사와 경찰청은 약 1.4㎞로 이동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망자가 59명이라는 소방당국의 집계가 나온 시각이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자체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날 곧바로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초 이태원역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하려 했지만, 이날 불발돼 추후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다.

특수본은 참사 당시 현장에서 “밀어 밀어”를 외친 것으로 알려진 ‘토끼 머리띠’ 남성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온라인상에 공유된 참사 당시 영상에서 이 남성이 “밀어”라고 외친 인물로 지목됐으나, 남성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대응의 중심에 서 있는 경찰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당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수사본부를 서울경찰청에 꾸렸으나, 이를 경찰청 특수본으로 전환했다.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서울경찰청이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112 신고 담당 부서는 물론 지휘관에 대한 감찰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을 관할하고 있는 용산경찰서 이 서장은 이날 대기발령 조치됐다. 전날 윤 청장이 사과한 데 이어, 경찰 차원의 첫 징계성 경질이다. 경찰청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참사에 대한 책임과 함께 향후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후임 용산경찰서장에는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이 발령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 경찰서를 향한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가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해 지구촌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때마다 있었다”며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을 지원요청했으나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직의 노조 격인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물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한다”며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힘쓰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주된 책임을 묻는 행태를 지켜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 윤희근 경찰청장(왼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119 접수→행안장관 보고라인도 ‘삐걱’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112 신고 쇄도에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는 112 신고 대응체계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방안을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20분에야 이태원 참사를 인지했다. 오후 10시15분 119에 접수된 첫 신고가 소방서·소방본부를 거쳐 가장 상위 기구인 소방청 119 상황실에 전해진 시각은 오후 10시46분이다. 소방청은 2분 후인 오후 10시48분 이를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보고했다. 안전상황실은 다시 31분이 흐른 오후 11시19분에야 장관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이 문자는 상황실장이 경중을 판단해 행안부 주요 간부들에게 보낸다. 이 장관은 장관비서실 직원을 통해 1분 후 사고를 인지했다.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이 참사 발생 후 1시간 만에, 경찰이나 소방의 직접 보고가 아닌 내부 문자 알림으로 사태를 알게 된 셈이다. 행안부는 뒤늦게 입장자료를 내고 “오후 10시48분엔 소방대응 1단계 보고를, 11시19분엔 2단계 보고를 접수했다”며 “통상 소방대응 2단계부터 행안부 장관에게 긴급문자가 전송된다”고 해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119에서 행안부 장관까지 보고 라인이 삐걱댄 데다 112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대응에 실패함에 따라 정부는 뒤늦게 112 신고 대응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112 대응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처럼 주최자 없이 인파가 몰리는 행사의 안전 관리 방안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다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 특별팀(TF)이 운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범정부특별팀 첫 회의를 주재했다. 특별팀에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소방청과 서울시·용산구, 민간 전문가가 참여했다.

정부는 아울러 이번 참사로 불안·우울해하는 국민을 위해 심리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서울시내 분향소 2곳에서 5대가 운영 중인 마음안심버스를 전국 각지의 분향소 근처에서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1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핼러윈 축제 참사 추모공간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복지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목격자·부상자는 물론 일반시민의 심리지원을 위해 전날부터 이 버스를 운영했다. 참사 이후 불안감과 우울감이 커진 시민은 버스에 타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마음안심버스를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까지 운영하기로 했지만, 상황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이태원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부터 극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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