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의 비극, 김광현·추신수 레전드 부진 끝 SSG 가을야구 희망도 졌다
‘하필(何必)’의 비극이다.
김광현(36)과 추신수(42)라는 2명 레전드의 부진 속에 2024시즌 SSG 랜더스의 가을야구 희망도 함께 졌다.
SSG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KT를 상대로 3-4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무산된 SSG는 최종 6위로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국 SSG 팬들의 입장에선 비극 그 자체였던 경기가 되어 버렸다.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쓰릴텐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들이 팀 패배의 원흉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경기 8회 전까지만 해도 SSG를 향해 승기가 향한 것으로 보였다.
SSG의 이날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1회 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단 1안타만을 추가로 허용한 압도적인 투구로 6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 사이 SSG는 3회 초 최지훈의 2루타와 정준재의 동점 적시타로 1-1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5회 초 다시 최지훈과 정준재의 연속 안타로 만든 1,2루 찬스서 최정이 역전 적시타를 때려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7회 말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던 노경은이 8회 말 이닝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SSG 벤치는 갑작스럽게 김광현 불펜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광현의 입장에선 불과 사흘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97구를 던지고 이틀 휴식 후 구원투수로 나서는 상황.
물론 김광현은 과거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SSG 랜더스의 통합우승 상황을 비롯해 메이저리그까지 많은 불펜 등판 경험이 있는 투수다. 시즌 막바지 극강의 모습을 보여준 마무리 투수 조병현의 앞에 가장 베테랑인 김광현이 8회를 막는 가교로 역할하길 기대한 이숭용 SSG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선택은 비극으로 돌아왔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구속이 143km에 그치는 등 평소보다 구위가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고 대타 오재일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전까지 올 시즌 10타수 무안타로 상대를 꽁꽁 틀어막으며 강했던 로하스를 상대로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했다. 3구째 체인지업이 다소 밋밋하게 들어갔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 홈런이 됐다.
홈런을 허용한 순간 김광현은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현은 이후 강백호를 땅볼,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스코어는 3-4로 뒤집힌 이후였다.
올 시즌 부상 등으로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추신수는 시즌 막바지와 PS에서도 당초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타이브레이크를 앞두고 타격 감각을 끌어올렸고, SSG 벤치는 추신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맡겼다.
추신수는 KT 마무리 투수 박영현의 1~2구를 연거푸 골라내며 2B-0S의 매우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3~4구 연속 파울에 그친 이후 5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여전히 어깨 부상의 여파가 남아 있는 듯 스윙 자체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날 김광현이 패전의 멍에를 썼고,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16년과 KBO리그 SSG에서의 4년간의 도합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씁쓸하게 마쳐야 했다. 추신수는 경기 종료 후 안타까움 속에 담담히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김광현과 추신수는 지금까지 선수로서 존경 받아 마땅한 커리어를 보냈고, 2022시즌 SSG의 통합우승을 앞장 서서 이끌었던 구단의 레전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 큰 부담을 안은 채로 경기에 나섰고, 고개를 숙이게 되면서 SSG의 마지막 가을야구 희망도 저물고 말았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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