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양날의 검, BMW 뉴 XM

조회수 2023. 3. 31.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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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역사상 두 번째 M 전용 모델, BMW XM을 시승했다. 653마력의 시스템 최고출력, 4.3초의 0→시속 100㎞ 가속성능, 62㎞의 EV 주행거리 등 고성능 SUV 서열 정리할 막강한 제원을 갖췄다. 단, 지나치게 뻣뻣한 서스펜션은 ‘양날의 검’이 됐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BMW, 강준기

‘5,806대’. 지난해 한국 내 BMW M 모델의 판매대수다. ‘라이벌’ 메르세데스-AMG보다 높을 뿐 아니라 복합연간성장률이 36%에 달한다. 과거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성능 차 시장이 점점 대중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BMW M 모델 가운데 가장 판매량이 높은 차는 i4 M50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M’을 찾는 고객에 많단 사실이 흥미롭다.


여기에 대형 SUV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차박, 캠핑 등 레저 열풍에 힘입어, 길이 5m 내외의 SUV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고성능 럭셔리 SUV 세그먼트도 마찬가지. 가령, 지난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는 각각 벤테이가, 우루스, 컬리넌을 앞세워 브랜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즉, 고성능차도 SUV로 만들면 통한다는 얘기다.

오늘 소개할 BMW XM은 이러한 시장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는 신차. 오랜 전통을 가진 BMW M의 고성능차 제작 노하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통한 M 브랜드 전동화 비전 제시, 여기에 BMW X7과 비슷한 체격을 앞세워 ‘헤비급’ 전선에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했다.


①익스테리어 – 개성 뚜렷한, 호불호 확실한 외모



일단, 외모부터 신선하다. 5,110㎜의 차체 길이는 X5보단 X7에 가깝다. 3,105㎜의 휠베이스는 X7과 같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과 째진 눈매, 콧날 가장자리를 둘러싼 금색 컬러 등이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BMW 특유의 스포티한 느낌을 유지하되, 최상위 SUV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감각을 더했다. 아쉽지만, BMW는 XM의 공기저항계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옆모습도 독특하다. 첫인상은 날렵함보단 ‘두껍다’는 느낌이 짙다. 커다란 면을 조각하듯 ‘툭툭’ 붙였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23인치 휠과 30~35에 불과한 타이어 편평비, 윈도 가장자리를 휘감은 금장 띠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뒷모습도 기존 BMW SUV와 다르다. 트렁크 중앙 엠블럼을 없애고, 윈도 왼쪽에 심었다. 수직으로 배열한 머플러도 포인트.


②인테리어 – 최상의 착좌감





호불호 나뉠 수 있는 외모와 달리, 실내는 120% 호감이다. 손이 닿는 모든 부위를 질 좋은 가죽으로 감쌌다. 컬러 배치도 감각적이다. ‘M’ 배지에 걸맞은 구성도 돋보인다. 가령, 기어레버 주변부는 무광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감쌌고, M 전용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를 갖췄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시트의 착좌감. 포근한 소파처럼 몸을 아늑하게 감싸는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과격한 주행에도 ‘안성맞춤’이다. 사이드 볼스터를 몸에 맞게 조일 수 있고, 방석 길이 역시 늘릴 수 있다.


뒷좌석에 앉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대부분의 유럽차는 탄탄한 쿠션 경도를 지녔다. 반면, 최신 BMW iX나 7시리즈, 오늘 만난 XM은 포근한 가죽소파에 앉은 듯 푹신하다. 공간은 3.1m 넘는 휠베이스 덕분에 건장한 남자 성인 두 명이 앉아도 여유롭다. 넉넉한 크기의 도어 포켓과 C타입 USB 포트 두 개, 2열에서도 좌우 개별 온도제어가 가능한 공조장치도 눈에 띈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전장 부품 때문에 손해를 봤다. 29.5㎾h 용량의 배터리를 갖춘 결과, 트렁크 바닥 위치가 다소 높다. 에어 서스펜션이 없기 때문에 차고 조절은 ‘그림의 떡’이다. 무거운 짐이 있다면, 올려 싣는 게 수고스러울 수 있다. 대신 골격이 큰 SUV이기 때문에 다른 BMW PHEV 라인업보단 공간 손실을 최소화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27L로, BMW X5 PHEV(500L)보단 넉넉하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 최상위 포식자

BMW XM의 보닛엔 BMW M 모델이 두루 쓰는 V8 4.4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똬리를 틀었다. 엔진의 최고출력만 489마력. 여기에 ZF가 개발한 4세대 하이브리드 8단 자동기어를 뒤에 붙였다. 토크컨버터를 없애고 197마력 전기 모터를 변속기 하우징 내부에 통합시켰다. 그래서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 모터가 수시로 바통을 주고받거나, 함께 시너지를 내 시스템 최고출력 653마력을 뿜어낸다.

여기에 29.5㎾h 고전압 배터리를 짝지었다. 용량이 굉장히 크다. 참고로 렉서스 NX450h+의 배터리 용량이 18.1㎾h, 볼보 XC90 리차지가 18.8㎾h다. XM 역시 순수 EV 주행이 62㎞까지 가능하며, 배터리 완충 시간은 4시간 20분이다(완속 충전기 사용). 성능제원만큼 놀라운 건 이산화탄소 배출량. 42g/㎞에 불과한데, 토요타 프리우스보다 적게 배출한다. 국내기준 복합연비는 10.0㎞/L로, 덩치는 백두급 씨름선수인데 샐러드 좋아하는 소식가다.

이번 XM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하체 구성이다. 통상 ‘억 소리’ 나는 럭셔리 브랜드의 기함급 SUV는 에어 서스펜션을 물린다. BMW X5와 X7도 마찬가지. 그런데 XM은 전자제어 댐퍼에 강철 스프링을 선택했다. 앞 더블위시본, 뒤 5-링크 액슬 구조를 갖췄다. 육중한 SUV지만 M3처럼 솔직한 노면 피드백과 날렵한 코너링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실제 리어 서스펜션은 X5 M이 아닌 M5의 부품을 가져왔다. 그러나 제목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세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강철 스프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신기술 투성이다. 주행속도에 따라 뒷바퀴를 비트는 리어 스티어링을 얹고(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48V 전기식 안티 롤 바(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를 통해 선회 시 차체 기울임(롤링)을 깔끔하게 제압했다.


④주행성능 – 나만 즐거워

이 차를 운전하면서 8기통 엔진의 ‘그르렁’ 소리를 듣는 건 인내가 필요하다.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이상 어지간한 도심 주행은 EV로 소화한다. 전기 모터의 최대토크만 28.6㎏․m에 달해, 교통흐름에 맞춰 달리기 부족함 없다.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가 조율한 가상 사운드가 1500W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로 들리는데,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기대만큼 편하진 않다. 시승차엔 4명의 남자 성인이 앞뒤에 앉았다.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모두 컴포트 모드에 세팅. 그런데 노면의 작은 굴곡까지 2열에 앉은 승객도 엉덩이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30~35에 불과한 얇은 타이어와 23인치 휠까지 만나 중저속 위주의 시내 주행도 허리가 시큰하다. X7의 에어 서스펜션 대신 뻣뻣한 강철 스프링을 심은 BMW의 선택은 ‘M 전용 모델’이란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넓은 뒷좌석과 트렁크를 지닌 이 차의 장르를 감안할 때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운전자는 즐겁다. 길이 5.1m, 무게 2.7t을 초과하는 수퍼 헤비급인데, 몸놀림은 영락없는 BMW 3시리즈다. 작은 운전대 조작만으로 앞바퀴를 비트는 정교하고 빠른 스티어링, 완벽한 앞뒤 무게배분과 48V 전기식 안티 롤 바 덕분에, 1.5t 대 고성능 해치백처럼 경쾌하게 움직인다. 선회 감각은 언더스티어보단 뉴트럴스티어에 가까운데, 이렇게 거대한 차에서 3시리즈와 비슷한 감각을 구현했단 사실이 놀랍다.


가속 성능은 ‘섬뜩하다’고 말하고 싶다. 1,600rpm부터 터지는 V8 트윈터보 엔진의 최대토크와 최고의 힘을 즉각 쏟아 붓는 전기 모터가 만나 무섭게 밀어붙인다. 방음 설계까지 뛰어나 섬뜩한 정적 속에 가속을 해치운다. 쿼드 머플러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사정없이 기관총을 쏘아댄다. EV로 달릴 땐 한스 짐머의 연주, 엔진으로 달릴 땐 V8의 선율. 귀가 즐겁다.

이런 세그먼트에서 경제성을 언급하는 게 이상하지만, XM은 기대 이상 훌륭하다. 정부공인 EV 복합 주행거리는 62㎞인데, 주행상황에 따라 더 먼 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28㎞인 점을 감안할 때, 어지간한 출퇴근 주행은 연료 사용 없이 EV 모드로 할 수 있다. 가다서다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선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BMW XM은 품이 넓은 SUV는 아니었다. X7과 비슷한 체격을 갖춘 차가 M3 같은 날렵한 코너링을 지녔단 사실이 놀랍지만, 뻣뻣한 감각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주행모드에 따른 성격 변화가 크지 않다.

즉, 넓고 안락한 2열을 마련했지만, 온 식구가 편안하게 이동할 SUV는 아니다. 아빠 혼자만 즐겁다면 이렇게 거대한 차를 살 이유가 부족하다. 고성능 PHEV 구동계와 각종 신기술로 큰 덩치를 교묘히 숨겼지만, 장르의 본질적 가치까지 희석시키면 곤란하다.


다만, XM을 통해 BMW M 브랜드의 전동화 비전은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650마력 대 흉흉한 출력을 내면서, 1㎞ 당 고작 42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단 점이 놀랍다. 테슬라처럼 단순한 방식을 추구하지 않고, 내연기관 고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통해 까다로운 규제까지 만족시킨다는 점은 M 브랜드 팬을 위한, 단연 BMW다운 선택이다.

<BMW 뉴 XM>


장점

①2.7t을 초과하는 거구가 M3처럼 움직인다. 직진 가속보다 선회 실력이 놀랍다.

②편안한 시트 착좌감과 회소가치 뚜렷한 외모


단점

①지나치게 뻣뻣한 서스펜션…느긋하게 달려도 승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②다소 높은 트렁크 입구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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