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대인데 G90급 세단"... '쉿!' 아는 사람만 조용히 사서 타는 중

“1억짜리 V8이 2천만 원대로”…기아 K9, 중고차 시장의 ‘조용한 역주행’

한때 ‘국산 최고급 세단’으로 불리던 기아 K9이 중고차 시장에서 뜻밖의 부활을 맞고 있다.

신차 시절 1억 원을 호가하던 플래그십 세단이 불과 5~6년 만에 2천만 원대로 떨어지며, ‘아반떼 대신 K9’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 가격 붕괴의 이면에는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품성, 그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대형 세단의 몰락 아닌 ‘가성비 황제’의 탄생

국내 중고차 플랫폼에 따르면, 2019년식 K9 3.8 플래티넘 무사고 모델은 평균 2,1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신차가가 5,30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특히 최상위 5.0 V8 퀀텀 트림조차 9만km 내외 매물이 2,7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는 쏘나타 신차 혹은 아반떼 풀옵션과 맞먹는 가격으로, ‘전장 5m, V8 대형 세단’의 소유가 현실이 된 상황이다.

이 같은 급격한 감가의 배경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부상이 있다. K9은 출시 초기 G80과 G90 사이에 위치하며 애매한 포지션에 머물렀고, 결과적으로 “좋은 차지만 선택받지 못한 모델”로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저평가’가 역으로 강력한 매력으로 바뀌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이 가격에 이런 차 없다”…오너들이 말하는 만족도

실제 K9 오너들의 만족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전장 5,120mm, 휠베이스 3,105mm의 압도적인 실내 공간, 나파가죽과 리얼 우드 트림으로 마감된 인테리어, 그리고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 안정성까지—주행 감각만 놓고 보면 수입 E세단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운전자 중심의 설계도 돋보인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구성이 직관적이며, 차로 유지 보조·고속도로 주행 보조·어댑티브 크루즈 등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대거 탑재되어 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실내 정숙성 역시 K9의 자존심이다. 문을 닫는 순간 외부 소음이 거의 차단되고, 고속 주행 중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방음 성능을 갖췄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아의 가장 과소평가된 명차”, “이 가격이면 답이 없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2021년형 이후 모델은 ‘현실적인 대형 세단’으로 재조명

2021년 페이스리프트된 ‘더 뉴 K9’ 이후 모델은 디자인 완성도와 내구성이 한층 개선됐다.

최근 3만km 내외의 무사고 2022년식 모델은 평균 3,400만 원대, 고주행 매물은 2,600만 원대부터 형성되어 있다.

거래량의 70% 이상이 2021~2022년식에 집중될 정도로, 감가가 안정화되고 유지비 부담도 줄었다.

파워트레인은 3.3리터 V6 트윈터보(370마력, 52kg·m 토크)와 3.8리터 자연흡기 엔진 두 가지. 연비는 8km/L 후반으로 대형 세단 기준에서는 준수하다.

특히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승차감, 수입차보다 저렴한 정비 비용 덕분에 ‘국산 럭셔리 세단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브랜드보다 본질…K9이 다시 뜨는 이유

최근 40~60대 중심으로 “브랜드보다 상품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로고보다 차의 본질적인 가치—주행 안정성, 실내 품질, 유지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런 흐름 속에서 K9은 다시금 ‘조용한 대형 세단의 표준’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중고 시장에서도 법인 리스 차량보다 개인 보유, 무사고 이력 차량이 높은 선호를 받는다. 감가율이 이미 바닥권에 도달해 ‘추가 하락 위험이 적다’는 점도 안정적인 선택 요인이다.

결국 K9은 중고 시장에서 “가격은 중형, 품질은 대형”이라는 독보적 포지션을 확보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전문가 분석: “한국 고급차 시장의 이중 구조가 만든 아이러니”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K9 현상을 “한국 고급차 시장의 구조적 아이러니”로 분석한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면서, 같은 그룹 내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렸지만, 정작 차량 완성도 자체는 G80 이상급이라는 것이다.

중고 시장에서는 그 간극이 가격으로 드러난다. 신차 시절 외면받던 K9이, 감가 후에는 오히려 수입차보다 실속 있는 선택이 된 셈이다.

특히 수입 중형 세단(E클래스, 5시리즈) 대비 정비비·보험료·연비·부품 접근성에서 앞서면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이제 한국 고급차 시장은 ‘합리적 럭셔리’가 중심이 된다”

K9의 부활은 단순한 감가 매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지금 ‘브랜드 프리미엄’보다 실질적 가치 중심의 럭셔리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화려한 마크보다 “조용히, 오래,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차를 찾고 있다.

기아 K9은 바로 그 수요의 중심에 있다.

2021 K9 ( 출처: 기아자동차 )

비록 신차 시장에서는 G90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국산 대형 세단의 정답’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K9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럭셔리는 값으로 사는 게 아니라, 가치로 느끼는 것이다.”

지금 중고차 시장에서 그 진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 바로 K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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