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해스텐스, 영속의 블루체크를 새기다

안녕, 에디터B다. 나는 친구를 만나면 오늘의 룩을 소개하는 것으로 스몰토크를 시작한다.

“시계 뭐야, 카시오에 그런 시계도 있어?”, “오, 바버 레인부츠? 오늘 룩이랑 진짜 잘 어울린다.”

물론 항상 좋은 말만 하지는 않는다. 장난 섞인 말을 좋아해서 못된 말도 한다. “혹시… 그 바지 돈 주고 산 거야?”, “우리 꾸미기로 하고 만났는데, 잊은 거 맞지?” 이런 농담은 잘 받아주는 사람에게만 한다. 그래야 즐거우니까. 농담은 서로 즐거워야 하니까.

이런 얘기로 시작한 이유는 내가 평소에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품과 브랜드는 경계가 흐릿해서 수다를 떨다 보면 결국 브랜드 스토리로 흘러가게 되는데, 최근에는 스웨덴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딱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헤리티지가 있으며,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브랜드를 바꾸기보다는 우리가 누군지를 알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아는 똑똑한 브랜드. 타임리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

해스텐스 하면 단순히 천만 원대가 넘는 프리미엄 침대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역사부터 알아야겠지.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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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년의 역사

해스텐스(Hästens)는 가족 기업이다. 가업은 6대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172년의 세월 동안 두 가지 키워드를 잃지 않고 유지해 오고 있다. 바로 최상의 수면 그리고 장인 정신이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다는 건 아닌데, 고비용의 제품 중에는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만 신경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 브랜드는 오래 가기 힘들다. 시간이 쌓여 레거시가 된 브랜드는 미학적인 것만 신경 쓰지 않는다. 본질에 대한 고민이 동반한다. 해스텐스가 그렇다. 질 좋은 수면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해스텐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스텐스를 상징하는 패턴 ‘블루체크’를 디자인한 4대 오너 Solveig Ryde & Jack Ryde

‘무엇이 질 좋은 수면을 만들어주는가’에 질문에 대해 해스텐스는 이렇게 답한다. ‘자연에서 온 재료’와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장인’. 잠깐 주변을 둘러보자. 세상에는 인공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해스텐스는 인공적인 것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연에서 온 재료로 침대를 만들고, 그 침대에서 사람들이 숙면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선택된 재료가 말총, 양모, 순면, 소나무 등이다. 이 재료는 단순히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더 좋은 게 아니다. 자는 동안 척추가 지지되고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는 편안한 자세와 더불어 온도와 습도까지 최적의 수면 조건을 전하는 자연 소재들이 엄선되어 침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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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총, 소나무 그리고 장인

장인 정신과 자연에서 온 재료, 이 두 가지는 1800년대 해스텐스의 창업자인 페르 아돌프 얀손(Pehr Adolf Janson)이 세운 해스텐스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172년 동안 하나의 브랜드가 굳건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거대하고 거창한 정신이 필요한 법이다.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그에 따라 쉽게 변한다. 창업가의 정신은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의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지금도 스웨덴 셰핑에 있는 해스텐스 공장에 가면 수많은 장인들이 까다로운 재료로 침대를 제작하고 있다.

한 명의 장인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다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중간 바느질 작업자(Mid-Stichers), 섬유 받치는 사람(fabric-rackers), 솜을 묶는 사람(Cotton-tassel-tiers), 말총 꿰매는 사람(Horsetail-hair-ruffleres) 등 각각의 장인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최선을 다해 하나의 침대를 완성한다. 그래서 침대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든다. 침대마다 제작 기간이 다른데, 프리미엄 모델인 Vividus 침대를 하나 제작하는 데에는 무려 360시간이 걸린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침대를 만드는 데 꼭 전문가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재료가 좋을수록, 다루기 까다로울수록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라고 보면 된다. 고급 재료를 다루기 위해서는 훌륭한 셰프가 필요하듯이. 재료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유한 특징을 이해하고 최선의 기능을 이끌어내는 발달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바로 해스텐스 공장의 장인들이라 할 수 있다. 해스텐스 침대에 사용하는 재료는 말총, 면, 울, 아마, 소나무 등인데, 각각의 재료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길게 쓸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말총, 소나무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말총은 해스텐스 침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말총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능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멋있어 보여서라거나 자연에서 온 재료라서가 아니다). 컬링된 말총 한가닥 한가닥이 작은 스프링처럼 작용해, 사람이 누웠을 때 구름 위에 누운 듯한 포근함을 전한다. 또 몸과 침대가 맞닿으면 당연히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몸 주변의 공기를 순환시켜 잠잘 때 더 쉽게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말총이 그렇게 좋은 재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총의 생김새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돌돌 말린 한 가닥 한 가닥은 작은 스프링처럼 생겼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내는 통풍로 역할도 할 수 있다. 천연 마이크로 스프링인 셈이다. 해스텐스 창업자가 처음부터 침대를 만든 게 아니라 말 안장 제작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말총을 활용하게 된 것인데, 말은 해스텐스에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뒷부분으로 가면 말을 활용한 블루체크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다.

헤스텐스에 사용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추운 날씨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인데, 해스텐스는 스웨덴 북부에서 자라는 소나무만을 사용한다. 스웨덴 북부 숲에서 느린 속도로 성장해 단단한 소나무를 쓰고, 경험 많은 해스텐스의 장인들은 잔가지가 없고 곧은 형태의 침대에 가장 적합한 나무를 고른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해스텐스의 모든 침대 프레임은 25년 보증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렇듯, 침대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까다로운 공정이 들어간다. 자연에서 온 재료, 스웨덴 셰핑의 해스텐스 ‘드림 팩토리’에서 장인이 손수 제작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은 오직 스웨덴에서 생산되어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온다. 한국에 있는 모든 해스텐스 침대는 모두 스웨덴에서 왔고, 지금 주문하면 그것 역시 스웨덴에서 배를 타고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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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스텐스의 상징, 블루체크

아무래도 해스텐스 침대를 떠올리면 파란색 체크무늬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침대를 살짝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의 침대인지 알아채는 게 쉽지 않은데 이 블루체크 덕분에 해스텐스는 “우리가 바로 그 유명한 해스텐스예요”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블루체크는 해스텐스의 4대 오너이자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애호가였던 잭 리데(Jack Ryde)가 만들었다. 그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품질의 독특한 패턴을 만들고 싶어 했고, 1978년에 스웨덴의 가구 박람회에서 ‘Hästens Blue Check’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침대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던 그의 시도는 사실 처음에는 박수를 받지 못했다.

블루와 화이트의 체크 패턴은 브라운, 그린, 오렌지 컬러가 주류였던 1970년대의 패션과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블루체크는 결국 해스텐스의 타임리스한 디자인이 된 걸 보면, 잭 리데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던 건지 알 수 있다. 주류에 반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수많은 추종자 중에 한 명밖에 되지 못한다는 걸 블루체크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45년이 흘러서 지금도 유효한 디자인으로 남은 건 결국 블루체크니까.

오늘 이 얘기를 여러번하게 되는데, 블루체크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미학적인 용도가 아니다. 침대 장인은 바느질을 할 때 블루 체크의 각 꼭짓점을 스티칭의 기준점으로 삼으며, 체크무늬의 선을 따라 수작업으로 정교한 바느질을 한다. 만약 섬유와 충전물이 비스듬하게 바느질하게 된다면 시간이 지난 후 내구성, 표면 탄력, 안락함이 감소한다. 블루체크는 정확한 바느질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해스텐스뿐만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은 늘 이렇다.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우수하며 철학을 담고 있다.

물론 해스텐스에는 블루체크 디자인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해스텐스 제품의 95% 이상이 블루체크로 선택되어 팔렸고, 4대 오너 잭 리데의 아들이자 현재 오너인 얀 리데 역시 40년 이상이 된 블루체크 2000T(해스텐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40년 동안 쓰고 있다니, 명품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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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블루체크를 찾아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해스텐스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2000T가 있는데, 그외 다양한 제품도 많다. 그중에서 블루체크를 다양하게 변주한 침대를 소개해 볼까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건 드리머(drēmər).

해스텐스 드리머(drēmər) 침대는 캐나다 디자이너 페리스 라파울리와 해스텐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제품으로 창립 170주년이 되는 해에 탄생했다. 아까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브랜드 로고인 말 휘장과 블루체크가 결합된 패브릭을 사용했다. 해스텐스를 나타내는 두 가지 상징의 우아한 만남이 이 제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드리머는 하나의 고급스러운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빨려 들어갈 듯한 몰입감을 발산하는 아르데코 양식의 드리머 벨벳 헤드보드와 드리머 매트리스 엣지에서는 정교한 파이핑과 코너 패널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실물로 보면 훨씬 더 좋겠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럭셔리함이 충분히 느껴진다.

두 번째 제품은 아팔루사(Appaloosa)다. 디자이너 듀오인 베르나도트 & 쉴베리(Bernadotte & Kylberg)는 상징적인 푸른 체크무늬를 재해석하고자 했고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아팔루사다. 두 사람은 해스텐스 체크무늬에서 큐브, 원근, 공간, 방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두 디자이너는 큐비즘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추상화와 같은 형태의 패턴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 침대를 봤을 때 해스텐스라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하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선택했다. 참고로 디자이너 듀오 중 베르나도트 칼 필립은 현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의 아들, 즉 스웨덴의 왕자다. 스웨덴 왕실 공급 침대라는 지위를 보유한 해스텐스의 왕실과의 또 다른 연관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자이너 듀오 베르나도트 & 쉴베리. 왼쪽이 칼 필립 베르나도트, 오른쪽이 오스카 쉴베리.

만약 블루체크가 마음에 들어서 지금 당장 갖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는 침대 말고 다른 걸 구매해 보는 건 어떨까. 해스텐스는 침대만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수면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침대만큼 좋은 해스텐스 베개와 이불 그리고 블루체크 파자마, 배스 로브처럼 퇴근 후의 안락한 쉼을 주는 제품도 있다.


해스텐스의 브랜스 역사와 만듦새, 블루체크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도 해스텐스 침대를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살 수 있는 물건이냐 아니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의 철학을 엿보는 것으로 충분한 재미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은 분들이 이렇게 멋진 침대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다. 하나의 브랜드를 아는 만큼, 취향의 세계가 넓어질 테니까.

*이 글에는 해스텐스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