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vs 기업 생존, 식품업계와 정부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

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식품업계가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업체의 가격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강력히 압박했지만,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반년간 60곳 넘는 식품업체 가격 인상 단행

내란 사태 이후 반년 동안 가격을 올린 식품업체는 6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가공식품 중 초콜릿은 14% 넘게 뛰었고, 아이스크림과 라면값도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4.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1%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커피는 8.2%, 빵은 6.4%, 라면은 4.1%의 상승률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전체 74개 가공식품 중 72%에 해당하는 53개 품목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황이다.

▶▶ 정부의 이례적 압박에도 통하지 않는 '가격 통제'

정부는 이례적으로 특정 업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지난달 빙그레가 일부 유제품 가격을 올린 것을 겨냥해 국내 원유 가격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빙그레 측은 결국 가격을 올리고 유통업체에 통보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가격 인상 식품 기업들에게 빙그레처럼 협의 과정이 공개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일부 기업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거나 "공개해도 어쩔 수 없다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 업계 "원가 압박 심화로 불가피한 선택"

식품업계는 지속적인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원가 압박이 심화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코코아, 커피, 유지류 등의 가격이 6배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마진 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단종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제 곡물 가격 등 원재료 가격 변동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수출이 늘고 있지만,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물가 안정과 기업 경영 자율성 사이 딜레마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연장, 원자재 구매자금 4500억원 지원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며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 통제보다는 원재료 가격 안정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품 가격을 억제하면 더 높이 튀어 오를 수도 있다며, 기업이 각자 판단해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와 기업의 경영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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