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소화·제연시설 제대로 작동했나..2차감식 집중 조사
하역장 작업환경 화재 취약성 확인 필요..경찰 "소방설비 정상작동 중점 점검"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면서 화재 원인 규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인명 피해를 키운 정황과 의혹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진화 현장에 출동한 일부 소방관들은 건물 옥내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연기·유독가스 등을 외부로 빼내는 제연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8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소방 당국 등이 함께 참여하는 2차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감식반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등 소화설비가 제대로 설치되거나 작동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화재가 발생한 26일 오전 진압 현장에 투입된 일부 119대원들이 지하층 일부 구역에서 옥내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프링클러 작동과도 연관된다. 통상적으로 소화전과 스프링클러 배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일선 대원들의 말이 맞다면 스프링클러 작동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아웃렛 지하층 소화시설을 구역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발화 지점과 연관성은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6월 진행된 소방점검에서 아웃렛 지하층 10번 구역·12-4번 구역에 설치된 소화설비가 불량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연기를 외부로 빼내는 제연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됐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하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7명 모두 일산화탄소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 이후 언론사에 각종 제보로 들어오는 화재발생 초기 영상을 살펴보면 불길이 번지고 20~30초 만에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곳까지 검은 연기가 덮치는 것으로 나온다.
불길·연기 확산을 차단할 방화셔터나 방화문과 제연설비가 부족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측은 한 언론에 "아웃렛 지하 1층 주차장에 제연 시설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 당일 오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사과 성명 발표 이후 이어진 김윤형 점장의 브리핑에서는 스프링클러와 제연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 측이 유가족은 물론 언론에 제대로 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판매 시설은 넓이가 1천㎡ 넘으면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주차장은 안 해도 된다.
이 때문에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를 계기로 지하 주차장 화재의 위험성과 관련 시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왕열 우송정보대학 소방안전관리과 학과장은 "지하 주차장에 대해선 방화구획 기준이 완화돼있는데 이런 것은 문제다. 화재가 발생하면 지하 주차장 전체가 탄다"며 "방화구획과 제연설비 관련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초기 발화지점으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하역장 1t 화물차 주변 작업 환경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 차량 배기구(머플러)가 차량에 적재된 박스에 일부 막혀 발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재 원인을 다각도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시로 아웃렛 지하주차장에 물건을 날랐다는 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연합뉴스에 "불이 난 하역주차장 바닥에 빈 박스도 많고 옷 박스가 있어서 차를 반쯤 걸쳐서 주차한 후 작업을 하곤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은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은 현재로서 확인하기 어렵다"며 "2차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등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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