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논란'에 정몽규 "미흡했다"면서도 개입은 "사실과 다르다"

한예섭 기자 2024. 10.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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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축구대표팀 감독', 하이브 '아이돌 외모품평' 국감 도마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본인의 감독 선임 개입 의혹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했다.

정 회장은 25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문체위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대상 종합감사에서 '홍 감독 선임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취지의 민주당 민형배 의원 질의에 "홍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며 "외국인 감독이 여러 사정을 이유로 결렬되는 등 새 감독을 찾는 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30여 년간 남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할 때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늘 규정에 따라 열심히 해왔다"며 감독 선임 절차에서의 불공정 의혹, 회장 개입 의혹 등은 부인했다. "홍 감독에 대해 주먹구구식 주관적 평가를 했다고 하는데 전력강화위원회가 충분한 토의를 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문체부의 관련 감사에선 전력강화위원회가 아닌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 이사가 홍 감독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것이 문제시되기도 했는데, 정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착오가 있다"며 "전력강화위원회는 10차 회의를 끝으로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하면서 사실상 할 일을 다 마쳤다. 이후 이 이사는 홍 감독과 계약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에서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정 회장 등이 감독 면접 등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은 지난해 2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문체부 감사에 포함된 해당 정황을 지적하자, 정 회장은 "면접이 아닌 협상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2013년 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전강위가 추천한 감독을 한 번도 뽑지 않은 적이 없다. 전강위를 무력화시킨 적도, 내 의견을 먼저 제시한 적도 없다"며 감독 선임 불공정·개입 의혹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정 회장의 '현대가(家) 축구협회 사유화 의혹'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도 '현대산업개발(HDC) 측 파견 인력이 축구협회 사업을 주도하고, 축구협회에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정 회장이 협회를 통해 사익을 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추궁했다.

정 회장이 HDC 직원을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 현장에 현장 소장으로 파견하고, 임원은 축구협회에 팀장으로 파견해서 각각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배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정 회장은 "우리 현산(HDC현대산업개발) 직원 한 사람이 노하우를 많이 전달해 동부건설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내 입장에서는 1천25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최대한 잘 도와주라고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가가 31년째 협회를 장악했다'는 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지적에는 "(현대 기업들이) 남녀 프로팀을 4개 이상 운영하고, 연령별 대표팀도 10개 이상 운영한다", "축구계에 1천5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그런 부분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는 등의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협회에 대한 현대 측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는 '투자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답이 나온 셈이라 눈길을 끌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감사 도중 정 회장은 홍 감독 선임 논란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임생 기술 이사와 관련 '국감 때문에 이 이사가 쇼크를 받았다'는 발언을 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이사는 지난달 24일 문체위 현안질의에서 '선임 권한 없이 홍 감독과 면접을 보는 등 선임 절차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감독 선임 논란과 관련해 집중 질의를 받았고, 이후 건강 문제로 입원해 이날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상태다.

이 이사는 지난달 본인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데, 민 의원이 사직 처리 등 이 이사의 인사 절차에 관해 묻자 정 회장은 "본인은 사의 의사를 표명했고 조만간 사의에 대한 토의를 할 예정"이라며 "국회 현안질의 때문에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본인이 굉장히 쇼크를 받아 가지고 우울증이 생겼다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해서 입원을 했었다"고 했다.

이에 민 의원은 "다른 분들은 국회에 와서 그런 경우가 없었던데 왜 그분은 그러시나", "그렇게 마음이 여린 분이 절차에 없는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우리가 현안 질의에서 이 이사에게 쇼크에 빠지게 할 정도로 강요했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는 건가"라고 정 회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정 회장 말로는) 마치 마음이 여린 분이 현안 질의의 충격으로 입원했다는 것 같다"며 "현안 질의에서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국민들께 알려지지 않은 내용,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드러나니까 쇼크를 받은 게 아니냐. 이렇게 보는 게 국민들의 시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감사에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친인척 고용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이 회장의 사돈인 전 씨(3급)가 체육회 내에서 초고속·초단기 승진한 것을 문제 삼아 "2016년 10월 이 회장이 당선됐고 다음 해 1월 전 씨가 5급으로 빠르게 승진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 전체 20개 부서장의 승진 소요 연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체육회 부서장이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하는 데에 평균 4년, 길게는 5년 9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 씨는 2년 10개월 만에 3급에 진급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핵심부서에서 4년 2개월째 재직 중인 전 씨의 보직을 두고도 "최근 20년간 어떤 부서장도 4년 넘게 해당 보직을 맡은 바 없다"며 보직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 내부 '업계 동향 리뷰 자료' 관련 논란도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민 의원은 이날 감사에서 하이브 측 업계 동향 리뷰 자료 내부 보고서를 공개하며 '하이브가 미성년자 대상 외모 품평이 포함된 업계 동향 자료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보고서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닌 데다가', '성형이 너무 심했음', '다른 멤버들은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글이 어떤 그룹을 지칭한 것인지는 가려져 공개돼지 않았다. 민 의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외모 평가와 질 낮은 표현들"이라며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인 인식과 태도"라고 지적했다.

하이브 측은 이에 대해 "하이브의 의견이나 공식적 판단은 아니며 온라인에 있는 많은 글을 모으고 종합한 내용"(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감이 진행되는 와중인 이날 오후 하이브 홈페이지에 회사 입장을 담은 입장문이 올라왔다. 하이브는 해당 해명문에서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 의원은 "'책임을 묻겠다'는 건 무슨 뜻이냐"고 하이브 측을 추궁했다. 전 위원장도 ""국감이 진행되고 있는데 위원이 질의·답변한 내용에 대해 회사에서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국회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 되느냐. 국회가 만만하냐"고 질책했다.

김태호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재개된 국감에서 "국감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과 모자이크된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했다. 입장문 게재를 통해 언론 문의에 신속하게 답변하고자 했다"며 "국감 진행 중 입장을 낸 건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빌리프랩 소속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표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희진 전 어도어(뉴진스 소속 레이블) 대표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고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미 음악전문지 <페이스트>는 '2020년대 최고의 노래 100곡' 중 23위에 뉴진스의 '디토'(2023)를 선정했다. 이는 이 리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K팝 곡이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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