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아기가 해가 갈수록 젊어집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는 딱 한 번, 중간 지점에서만 나이가 맞습니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1918년 뉴올리언스에서 여든 살 노인의 외모로 태어납니다. 버려진 그를 양로원에서 일하던 여성이 거두어 키우고, 그는 그곳에서 늙어 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점점 젊어집니다. 어린 시절 만난 소녀 데이지와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설정은 판타지이지만 영화가 다루는 것은 결국 늙음과 이별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입니다.

아카데미 3관왕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을 받아 3관왕에 올랐습니다. 세 부문 모두 눈에 보이는 영역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한 배우가 노인부터 청년까지 전 생애를 연기하는 설정 자체가 기술에 기대야만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시대 배경을 재현한 미술도 함께 평가받았습니다.

1억 5000만 달러가 들어간 이유
드라마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제작비가 1억 5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액션이나 재난 장면이 없는 영화에 이만한 돈이 들어간 것은 주인공의 얼굴을 나이대별로 만들어 내는 작업 때문이었습니다. 특수 분장과 컴퓨터그래픽을 겹겹이 써서 같은 배우의 얼굴에 수십 년의 시간을 입혔고, 관객 상당수가 어디까지가 분장이고 어디부터가 그래픽인지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 개봉 당시 북미에서만 1억 275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핀처와 피트의 세 번째 작품
연출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주연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세 번째 작품으로, 앞선 두 편이 서늘한 스릴러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호흡이 긴 드라마를 택했습니다. 데이지 역의 케이트 블란쳇은 발레리나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함께 소화했고, 조연으로 참여한 틸다 스윈튼은 이 작품으로 런던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오래 남는 쪽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로 화제가 된 영화지만 관객들이 기억하는 것은 대체로 마지막 장면들입니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까지 함께 머무는 선택이 길게 남습니다. 러닝타임이 긴 편이라 처음 볼 때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속도가 필요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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