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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 기자간담회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전, 란>이 공개되었다. 10월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시사 후 자리를 옮겨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박도신 부집행위원장,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배우가 참석했다.
<전,란>은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와 몸종 천영(강동원)이 신분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지만, 왜란 이후 오해로 뒤틀린 관계로 치닫는 사극 액션 영화다. 노비 출신의 뛰어난 지략과 무술을 겸비한 검객(강동원), 왕의 호위무사까지 오르지만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있는 무사(박정민), 역사상 가장 비겁하고 무능한 선조 (차승원), 의리에 죽고 사는 홍일점 의병(김신록), 양반가 출신의 자애로운 의병장(진선규), 교활하고 잔혹한 일본 선봉장(정성일)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OTT 영화 개막작을 둘러싼 장단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으로 OTT 영화이자 청불 등급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해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는 처음이다. 주로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던 부산국제영화제의 파격적인 행보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OTT 작품도 개방되어야 한다고 본다. 프로그래머로 20년 일하면서 객관적인 시각보다 주관적인 요소가 크게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전, 란>을 처음 봤을 때 꼭 개막작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업 영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OTT(플랫폼)와 청불(등급)이라는 모험을 떠나서 소개하고 싶었다. 개막작으로 크게 보일 수 있겠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큰 축은 독립영화라는 기조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김상만 감독은 “최근 영화의 위기가 떠오르고 있지만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른 통과의례일 뿐 위기론은 항상 있어왔다. 여전히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 영화의 노미네이트 논란은 해외에서도 계속됐다. 저는 오히려 논란 자체를 질문드리고 싶다.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 크기의 문제인지 생각해 볼 거리다. 제가 군대 휴가 때 신촌의 100인치 화면 극장에서 본 <가위손>은 스크린 사이즈와 관계없이 좋은 영화였다”며 사이즈로 극장 영화와 OTT 물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덧붙여 “최근 가정용 TV도 100인치가 넘어가니 사이즈만으로 영화를 정의하는 게 맞나 싶다. 영화제를 찾아 기대하는 건 온전히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공동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험을 관객은 버리지 않을 것이며, 제작자가 할 일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처럼 수준 높은 퀄리티로 갈 것인가, 혹은 새로운 표현과 형식을 가져올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 제작 및 시나리오 특성
<전, 란>의 화제성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와 모호 필름 제작으로 기대가 크다. 김상만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 감독 때부터 감독이자 스승 같은 분이시다. 저의 장점을 봐주셨는지 제안 주었다. 고증이 선명한 시대라서 사극 연출 생각은 없었지만. 임진왜란이란 7년을 빼고 전사와 후사만 넣은 구성이 참신했다"며 연출 계기를 말했다.
이어 “박 감독님이 시나리오 시작 단계부터 각색 등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당시 [동조자] 촬영 중이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시나리오 컨펌과 조언을 나누었다. 현장에는 자주 못 오셨지만 시나리오의 섬세한 대사 한마디를 정확하게 조언해 주셨고, 동원 씨가 큰 도움을 받았다”며 말했다.
강동원은 “박찬욱 감독님이 ‘장원급제’라는 대사를 ‘장~원급제’라며 장. 단음을 수정해 주셨다”고 말했고, 김상만 감독은 “동원 씨가 더 놀라운 건 대사의 장.단음을 전부 체크해 연기하더라.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충격적인 가르침이었다. 특히 수정본을 편집할 때 관성적으로 했던 부분을 반성하게 되었다. 찍어두고 편집이 엉망이라며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했고 도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승원도 “박찬욱 감독님 작품을 촬영 중이다. 대사 중에 ‘00가 중요합니다’라는 어조였는데 그 앞의 단어 포인트를 두라는 디렉팅이 이었다.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고자 하는 게 명확한 분이시더라”며 이제야 할 수 있어 후련하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클라이맥스 해무 액션 고민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임진왜란과 선조를 빼면 모두 허구의 인물과 배경이다. 때문에 사극이지만 액션 분량이 늘어났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해무 속 3명의 액션이 돋보인다.
김상만 감독은 “시나리오에는 ‘세 명이 엉켜 싸운다’고만 적혀 있었다. 실제 3인의 액션을 설계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놈놈놈>의 총격 액션을 레퍼런스로 삼아 봤지만 검술은 달라서 고민 끝에 안개를 설정했다. 상대가 바뀌면서 오리무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순간 싸움에서 격리되어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고독감. 그리고 마지막 7년의 애증을 풀어내는 부분에서는 안개가 걷히며 극적인 액션이 되리라 생각했다”며 액션 방향을 설명했다.
캐릭터별 특징과 액션도 소개했다. <군도>에서는 도포 입고 말을 타는 양반으로서의 액션을 보여주었다면 <전, 란>에서는 허름한 옷을 입고 몸종으로서의 액션을 선보인다. 강동원은 “몸종, 노비 역할은 처음인데 해보고 싶었다. 천영은 자유롭게 검을 쓰는 인물이고 남의 검술도 바로 흉내 낼 수 있는 천재 검사다. 여러 인물과 싸울 때마다 상대의 분노, 수련의 즐거움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반 역할은 감정 표현도 절제하고 기품을 유지해야 해 제약이 많은데, 몸종 역할을 통해 자유롭게 연기했다. 감정 표현이나 액션도 다른 캐릭터보다 더 많이 마음껏 했다. 칼도 선이 떨어지지 않는 칼을 쓰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답했다.
박정민은 7년 후 확연한 변화를 맞는 인물이다. “천영과 헤어지지 전에는 그와 비슷한 검술을 쓰다가 7년 정도 왕을 호위하면서 군대 안에서 갈고닦은 무술 실력의 소유자다. 천영과는 조금 다른 검술을 드러내고 싶었다. 종려는 천영보다 굵고 큰 검을 쓴다. 세로 형식의 검술을 가로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자, 출중한 실력으로 일당백을 소화한 김신록은 “범동은 게릴라 전투를 통해 얻은 무예를 선보인다. 도리깨(깨를 터는 농기구)라는 무기를 쓴다. 평범한 백성이 무기 삼아 들고나온 농기구로 어떻게든 싸워 보겠다는 전사가 다 보이도록 설정했다. 신체 사이즈에 맞게 무기 제작에 공들였다. 도리깨를 쓸 때 반경과 힘의 세기, 탄성을 시범 보이면서 연습했다. 스승에게 배운 깔끔한 액션이 아니라 투박한 액션을 선보이게 되었다”며 강조했다.
계급과 신분, 현시대에 충분히 논의될 주제
영화는 계급과 신분에 관해 말한 면서도 민중의 분노를 담아냈다. 박상만 감독은 “시대를 보는 여러 관점 중 계급 차이가 중요했다. 캐릭터 각자가 시대적 관점을 탁월하게 담았다. 여러 캐릭터마다 다름이 표현되어 있었다”며 “천영은 본인이 평민이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왕- 귀족- 노비의 조선 시스템을 인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고 볼 수 없다는 천영의 대사는 단순히 분노만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선조, 범동, 자령, 겐신은 각각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입장을 상징한다. 조선의 사회 시스템을 뜻하며 각기 다른 생각의 틀을 대표한다.
일본군의 잔혹한 선봉장 겐신 역의 정성일은 “겐신은 무예를 중시하는 사무라이지만 전쟁을 통해 실력을 쌓으며 대결보다는 살인, 살육으로 변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무사도 정신은 희미해지고 자만하고 오만해서 무너지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양반 출신의 의병장인 자령 역의 진선규는 “의병을 모아 전란에서 많은 사람을 구하려는 인물이자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선조일지라도 왕권에 충성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를 가져가려 했다. 마지막 대사를 통해 왕권과 정치적인 부분에 기대는 인물임을 알 수 있는데 백성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이 좋은지를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령의 왼팔이자 유일한 여성 캐릭터 범동 역의 김신조는 “신념을 지키려는 자령을 따르지만 몸과 마음으로 깨친 삶의 순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산천초목, 내 이웃, 가족, 나라를 위해 발 동동 구르며 싸우는 선한 인물이다. 반 체제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삶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원동력 삼아 소중하게 믿는 것을 지키려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동은 원래 남성 캐릭터였다. 여성들의 의병 합류가 쉽지 않고 들었다. 이성과 사유의 추론 눈빛 대신 충동적이고 직감적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마지막에 ‘세상이 두루 하나다’고 외치며 춤추는 민중 화합에 의미를 둔 역할이라 뿌듯했다”고 답했다.
백성 보다 왕권 강화가 중요한 군주 선조 역의 차승원은 “이미 선조는 손이 많이 탄 캐릭터라 경우의 수가 적어 고민했다. 두 가지를 중점 두었는데 고약함과 왕으로서의 위엄이다. 자칫하다가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했을 텐데 그 경계를 잘 타야 했던 캐릭터였다. 감독님이 여지를 열어두어 풍성하게 살을 입히는 데 도움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진행되며, 총 63개국, 22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글: 장혜령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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