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N번방’ 주범, 징역 10년에 몸부림…법원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 울려야”

강윤서 기자 2024. 10.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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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범 선고 들으며 눈물…30대 공범은 징역 4년
법원 “사냥감 선택하듯 피해자 선정해 인격 말살”
“대화 내용도 극히 혐오스러워…피해자들 회복 불가”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서울대학교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한 가운데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3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주범 박아무개씨(40)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강아무개씨(31)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년, 강씨에겐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박씨는 재판부의 선고가 시작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질타 섞인 선고가 이어지는 동안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떨었다. 구속 상태에서 피고인석에 앉은 강씨 역시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인 자세로 일관했다.

'서울대 N번방'은 서울대 출신 박씨와 강씨가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십 명의 여성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해 음란물 제작,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사건이다. 조사 결과 제작된 음란물은 100여 건, 유포는 1700여 건에 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 등 총 61명이다. 이외에도 박씨는 1000여 개가 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들의 '지인 능욕' 범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내 최고 지성인들이 모인 대학교에서 동문을 상대로 허위 음란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지인 능욕'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범죄 빌미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동료로서 선의와 호의로 피고인들을 대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텔레그램이라는 가상공간을 빌려 지극히 일상적 사진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성적 모욕하고 조롱하며 일격을 말살시켰다"고 말했다.

허위 음란물의 합성 여부도 확인이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허위 음란물은 제3자가 보기에는 합성인지 확인이 어렵다"면서 "피해 정도를 판단할 때 실제 내밀한 영역의 사진이 유출된 것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이 허위 음란물을 두고 나눈 대화를 두곤 "극히 혐오스럽고 저질스러운 내용"이라고 꾸짖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도 상당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검거될 때까지 모든 남성 지인을 의심하며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며 "수년 간 검거가 지연되며 피해자들의 사회적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일부 피해자는 남성에 대한 근본적 신뢰를 상실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피해 회복도 불가능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향후에도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SNS에 자신의 일상 사진조차 올릴 수 없게 되는 등 일상생활에 심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며 "합성 사진 유포를 우려하며 앞으로 끝없는 불안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8월27일 서울 마포구에서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 소장이 시사저널과 딥페이크 관련 인터뷰를 하며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웹사이트의 인공지능이 특정 대상에 음란물을 합성하고 있는 장면이다. 기사에 언급된 사건과 무관. ⓒ시사저널 박정훈

박씨 "피해자 고통 줄 의도 無…정신병 때문에 범행"

피고인들은 시험 스트레스와 우울증, 강박증, ADHD 등 정신병적 요인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대화 내역을 보면 수사 받을 것을 대비해 각종 조치를 취했다"면서 "작성된 대화 문장 완성도, 내용 등에 비춰 특별한 정신적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평소 이들의 피해 의식,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 및 증오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 텔레그램의 강력한 익명성과 집단 분위기가 범행 심리를 부추겼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익명성에 숨어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떤 건지 인식시키고 사회 경종을 울리는 것이 사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피해자가 고통 받길 원한 게 아니"라며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 기간은 확인된 건만 3년6개월에 달하며, 언제든 범행을 중단,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직접 영상물을 전송해 조롱하고, 같은 대학 남성 지인에게도 합성물을 보낸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주장이 의심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범 강씨에 대해선 "범행 횟수·기간이 박씨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일정 시점 이후 박씨와의 관계를 끊고 범행을 중단했다"며 "또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변호인 조윤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는 "검사의 구형대로 선고가 난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환영했다. 조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가 엄단해야 될 범죄라는 것을 잘 보여준 판결"이라며 "허위 영상의 유포 및 편집의 상습성이 인정됐고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범죄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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