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배송 대행 전문 3자물류(3PL) 기업 팀프레시가 사실상 존속 위기에 몰리면서 독립 물류망이 없는 중소 업체들이 쿠팡 등 대형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통 생태계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보다는 쿠팡에 대한 징벌적 규제나 새벽배송 제한과 같은 개별 이슈에 집중하고 있어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팀프레시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795억원, 당기순손실 8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적자 폭이 57% 확대됐다. 누적 결손금도 2240억원에 육박했다. 회계법인은 팀프레시 경영진이 감사에 필요한 주석 자료와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기업의 계속 존속 가능성에도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의견거절’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이어진 기사들의 운송료 미지급 사태 역시 '지급 불능' 상태임이 확인됐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11억원 초과하는 자금 경색 상황에서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51억원으로 전년(229억원) 대비 77% 급감했다. 반면 기사와 협력사에 즉시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는 323억원에 달했다.
팀프레시는 기업간거래(B2B) 새벽배송 대행을 주력으로 하는 3PL 사업자로,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 식품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물류 대행 업체 중 하나였다. 한때 B2B 새벽배송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마켓컬리와 프레시지 등 초기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주요 업체들도 팀프레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새벽배송 시장이 수익성을 잃고 빠르게 위축되면서 팀프레시의 위기도 본격화됐다. 소비자와 사업자들의 수요가 쿠팡·컬리 등 자체 물류망을 갖춘 대형 플랫폼으로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배송을 대행하던 팀프레시 모델은 물동량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새벽배송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문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만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하지만 팀프레시는 기사 인력과 냉장 차량을 직접 운영하는 고정비 중심 모델을 유지해 온 탓에 물량 감소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문제는 팀프레시의 위기가 결국 쿠팡의 물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팀프레시는 쿠팡의 풀필먼트 생태계에 편입되지 않고도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했던 독립형 인프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가 끊기면서 약 6000여 곳의 중소 식품 브랜드들이 대안을 잃고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그로스’ 등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팀프레시가 위태로워도 콜드체인 운송을 할 수 있는 중소 물류업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안정적 계약을 맺기 어렵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인프라를 갖춘 물류 대행사가 사라지면 자체 물류망을 갖춘 컬리나 쿠팡 등 대형 플랫폼 쪽으로 물량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며 내세운 정책적 지향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은 새벽배송이 심야 노동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근로시간 제한 등 규제 강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될수록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쿠팡과 같은 자본집약적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만 오히려 공고해지는 반면, 팀프레시와 같은 3자물류망은 붕괴돼 독립 유통 생태계의 대안적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쿠팡에 의존하는 구조가 중소 셀러들의 불가피한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하면 물류 안정성과 배송 속도는 확보할 수 있지만, 입점 수수료와 물류 위탁 비용이 증가하고 판매 데이터와 고객 접점 역시 모두 플랫폼에 귀속되는 구조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쿠팡 새벽배송 규제는 물류 흐름에 병목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과 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정책 방향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과 같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의 적자 감내가 필요한데 이는 영세 업체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중소업체 보호 명분으로 쿠팡을 규제하는 것은 산업 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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