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기어'로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구축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 '코지마 프로덕션'으로 독립 후 처음 개발한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배달 액션'이라는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당황시켰습니다. 드넓고 황량한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과 그의 짐을 노리는 무법자들 뿐, 서서히 인류의 멸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세계관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쉘터에 거주하며 물자를 배송하는 '포터'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죠.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데스 스트랜딩' 현상 속,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며 인류를 다시 '연결'하는 것은 '데스 스트랜딩'을 관통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초기 출시되는 기묘한 타이밍 덕분에, 게임을 접한 많은 이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얻기도 했죠. 코로나바이러스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코지마 히데오 감독조차 게임의 스토리를 일부 수정할 정도로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후속작인 '데스 스트랜딩2'는 약 2년 간 지속되어 온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메타버스'의 대두는 물리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인간의 연결의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매일같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전과 다른 환경이 되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2'는 여전히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연결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작과 사뭇 다릅니다. 거기에 눈에 띄게 발전한 비주얼과 완성도를 높은 게임플레이가 더해지며, '영화처럼 몰입하는 게임'으로서 프랜차이즈 정체성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5. 6. 26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개발사: Kojima Productions
서비스: SIE
플랫폼: PS5
플레이: PS5
이제는 익숙해진(?) 세계관, 깊이를 더하다

그럼에도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이 세계는 아주 매력적인 비밀을 간직했고, 개인적으로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게이머들 중 대부분은 이 독특하고 본 적 없는 세계관에 이끌렸을 것입니다. 원작의 엔딩 이후, 11개월이 지난 시점을 다루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 샘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 '라스트 스트랜딩'을 막아냈고, 그의 노력으로 연결된 미국은 AI 시스템의 도움으로 모든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게 됐습니다. 샘은 자신의 여정 기간 동안 함께 해온 BB(브리지 베이비), '루'와 함께 멕시코 동부 국경 지역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죠.

'데스 스트랜딩2'의 이야기는 원작에서 소개한 설정 위에 그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대충 감은 잡은 상황에서 이후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1편에서 만나본 인물, 2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추가되는 시스템은 스토리 안에도 디테일하게 녹아들어 있으며, 플레이어가 주인공 '샘 브리지스'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에 전작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데스 스트랜딩2'를 더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전작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인 만큼 원작 플레이 경험이 권장되지만, 가급적 이후 발매된 '디렉터스 컷' 버전을 플레이해 보기를 바랍니다. 해당 버전에 추가된 일부 장비, 게임플레이 매커니즘을 경험하고 나면, 이번 작품의 방향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 때문에 PS5 프로가 갖고 싶어졌다

이미 SGF 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모두에게 공개된 연출이지만, 실제로 접할 때의 몰입감 또한 상당한 편입니다. 전작에 비해 발전한 비주얼을 통해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배송할 지역의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작에 없던 낮과 밤 연출, 지진과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 재해가 더해지며 게임 플레이에 근본적인 변화도 생겼고요.

오픈월드 비주얼 뿐 아니라, 컷신 비주얼 또한 수준급입니다. 치아까지 스캔했다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표정 변화는 물론이고, 그간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화같은' 순간들을 이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분량도 꽤 적절한 수준으로, 전작보다는 더욱 비중이 높아졌지만, '메탈기어 솔리드4'처럼 컷신 일색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데스 스트랜딩2'의 놀라운 비주얼은 PS5의 품질 모드에서 제 힘을 발휘합니다. 성능 모드 비주얼도 충분히 좋지만, 품질 모드로 설산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의 느낌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죠. 다만, 품질 모드의 경우 30fps로 고정이 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PS5 프로를 구매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불편함은 줄이고, 선택지는 늘리고
전작에서 대폭 발전한, '정돈된' 게임플레이 원작에서 처음 접한 많은 이들을 당황시킨, '배달 액션' 위주의 게임플레이도 상당한 발전을 보여줍니다. 전작에선 '선택의 다채로움'보다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여러 요소들을 대부분 정리하고, 그 위에 새로운 시스템 요소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거기에 플레이어의 전작에 대한 경험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의 핵심 게임플레이인 '배송'을 통해 카이랄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고, 그 과정에서 루트를 개척해 나가는 시스템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번 후속작은 시작부터 플레이어에게 직접 루트를 설정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배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어줍니다.

쉘터로부터 배송 의뢰를 받고 나면, 플레이어는 전체 지도에서 배송지까지 루트를 스스로 짤 수 있는 '준비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러 마크를 이리 저리 이어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계획할 수 있죠. 더구나 전체 지도는 전작보다 많은 정보를 주는데, 가령 특정 지역에 BT가 출몰하거나, 무법자의 영향권 안에 있거나, 또는 홍수로 인해 강물이 불어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게임 내 도사리는 전투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배송 루트에 어떤 종류의 적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장비를 챙기는 것이 전작보다 더 직관적으로 변했습니다. 거기에 살상, 비살상, BT 대응 탄환 등 장비가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하나의 무기만으로도 웬만한 적들을 상대하기 수월하게 변화했습니다.
어떤 총기든 기본적으로 적을 기절시키는 용도가 되었고, 이에 따라 시체를 소각하는 화장터 시스템도 생략됐죠. 아예 살상 총기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기 선택 창에서 특정 버튼 조합을 입력해 살상 모드를 해제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인간을 살해한 이후 뒤처리가 더 어려운 세계관인 만큼 살상 모드를 써야 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물론, 특정 종류의 적에게 특화된 무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 때문에 이런저런 총기를 등에 짊어질 필요가 없어진 것 만으로도 편의성이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플레이 뿐 아니라,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구조 또한 전작보다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전작에서는 때로 중구난방 식으로 컷신이나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반면, '데스 스트랜딩2'를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그런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컷신을 시청하고, 한숨 돌린 뒤 다시 여정을 떠나는, 약간은 반복적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굵직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전달하며, 여러 다른 쉘터의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서브퀘스트는 새로운 설계도를 얻거나, 신형 장비를 얻는 좀 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그 쓰임새가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조차 의도했다면,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전작과 비교해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 대략 20여 시간 정도 플레이한 뒤, 그러니까 초중반 부분의 도로와 모노레일을 어느 정도 닦아놓고 나면 게임의 텐션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 등장하는 이동 수단 '코핀 보드'는 예외입니다. 진짜 제일 재밌음.)


그런데 웬걸, 이 또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의도했다는 정황이 게임에 참여한 아티스트 우드키드(WOODKID)가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테스트 반응이 너무 좋아서, 어딘가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입니다.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우드키드에게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을 결국에 좋아하게 되길 원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진짜로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이죠. 전작과 비교해 많은 분들이 개선되며 게임플레이 자체가 대단히 매끄러워진 것은 맞지만, 중반까지의 경험만으로는 그의 말처럼 이 게임을 '사랑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데스 스트랜딩2'의 사전 리뷰 가이드라인에는 평소 여타 게임에선 잘 확인할 수 없던 문구가 있었는데, 바로 "엔딩크레딧을 보기 전까지는 점수가 기재된 리뷰 작성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대부분의 리뷰는 엔딩 이후 작성하는 것이 (암묵적인)원칙이지만, 이러한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이를 접하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후반부에 뭔가를 숨겨놨나 보다'고 예상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연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치유의 여정
"우리는 '왜'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가?"'밧줄'과 '막대기'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도구다. 밧줄로 좋은 것들을 끌어당기고, 막대기로 나쁜 것들을 멀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우리가 발명한 최초의 친구들이었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밧줄과 막대기 역시 존재했다. - 아베 코보, "밧줄"
전작 '데스 스트랜딩'의 도입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소설가 아베 코보의 위 문구는 시리즈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인류를 잇는 '다리', 해변에 좌초된 포유 동물들의 '탯줄', 실제로 배송 과정에서 줄기차게 사용하는 스트랜드(밧줄)까지. 연결을 상징하는 '끈'이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기도 합니다.
전작이 단절된 것 사이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배송'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작품인 '데스 스트랜딩2'는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레일러,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페이지, 여러 곳에서도 그 주제 의식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죠.

전편을 통해 미국 전역에 카이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단절된 인류를 다시 한 번 연결한 주인공에게, 이제 호주라는 새로운 대륙을 연결할 플레이어에게, 게임(로비 화면 문구입니다)은 이렇게 묻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이후, 인류는 대면 소통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연결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단(이라고 자처하는)들이 그저 '연결' 자체에만 충실해지는 경우도 있었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모아놓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우후죽순 나타나고, 또 사라졌던 탓에, 아직도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전작인 '데스 스트랜딩'과 이번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비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스 스트랜딩2'의 스토리는 엔딩을 향해 달려나가며, 우리에게 왜 연결이 필요하고, 또 그 연결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행해지는 '연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과연 진정한 의미의 '연결'은 어떤 것인지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연결의 주체성', 누가 맺고 끊음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해서 '데스 스트랜딩2'를 플레이한다면, 전작에 이어 게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연결'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 엔딩 이후를 그리는 후속작으로서, '데스 스트랜딩2'에서는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그리고 비밀이 서서히 그 진실을 드러냅니다. 주인공 샘이 약 10여년 전에 겪은 사고의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BB포드를 벗어나서도 무럭무럭 잘 자란 '루'의 정체는 무엇이며, 또 호주 대륙으로 네트워크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이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리뷰 가이드가 강조한 것처럼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는 꼭 한 번쯤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간 베일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이번 작품은 주인공 샘에게 있어서 일종의 '치유의 여정'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감독 특유의 (취향 주의)감성 연출이 더해진,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지기 힘든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모두를 위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 번은 추천하고 싶은, 독창적인 이야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전작보다 더 대중적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쿠X맨 게임'이라고 불려 온, 화물 배송 게임이라는 본질은 여전합니다. 특정 지점에서 특정 지점으로, 화물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게이머라면 여전히 이번 작품에서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메인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죠.

전작을 즐겁게 플레이한 게이머에게, '데스 스트랜딩2'는 더할 나위 없는 후속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간 알 수 없었던 세계관의 비밀, 샘의 과거와 같은 이야기들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엔딩 순간까지도 그 신비함을 유지합니다. 물론, 중반부의 지루해지는 부분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생각하면 꾹 참고 버틸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