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픈런 사라지더니 '최악의 상황'…'사모채'로 돈 끌어모았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명품업계, 팬데믹 이후 최악의 불황 맞았다
출혈 줄이고 수익성 주력 전략 총력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명품 시장이 위축되면서 명품업체들이 잇따라 몸집을 줄이고 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장기적 업황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비핵심 사업 축소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24일 광저우일보, 노패션 등 중국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샤넬은 중국 법인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주로 행정이나 관리직 직원 대상으로 하며, 일부 부서는 최대 50%까지 정리해고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시장에서의 채용 계획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인력을 대규모로 확장하던 기조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올해 초 재무 실적 발표에서 필립 블론디오 샤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시장에서 매장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라며 매장 수를 늘리고 신규 채용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2~3분기 동안 중국 명품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침체되면서 브랜드 확장 전략 자체를 재고하는 것이다.
최근 샤넬은 전방위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모사채를 찍어 7억유로(약 1조431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10~12년 만기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그룹과 소시에테 제네랄이 채권 발행을 주선했다. 샤넬이 실적 부진으로 공모채 미매각 등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사모시장에서 필요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루이비통·디올·셀린 등 고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이익 감소를 예상해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하고 있다. 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소매업체 세포라는 중국에서 직원 수백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세포라 중국 책임자를 포함한 일부 고위 임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오프 화이트 지분을 매각하는 등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LVMH가 갖고 있는 스텔라 맥카트니 일부 지분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그룹도 영국을 중심으로 수백명을 감원하는 인사조치를 시행 중이다. 버버리는 직원들에게 직무 조정이나 인원 감축에 대한 통보를 했으며, 그룹 내부에선 400여명이 해고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그룹도 3분기에 들어서면서 인력 감축과 연봉 재협상, 수익성 낮은 매장 폐쇄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마에선 디자인 담당 직원 중 70%가량을 약 500㎞ 떨어진 밀라노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명품업계에서는 중국발(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 하반기 주요 브랜드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상반기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소비 둔화 영향이 제한적이라 평가받던 하이엔드 브랜드 에르메스 마저 불황의 늪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이번 분기에 2021년 말 이후 가장 낮은 분기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출 성장률이 지난 회계연도 같은 분기의 10.2%에서 2.3%로 급격히 둔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데보라 에이트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명품 분석가는 "에르메스는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으로 지난 2분기에 LVMH와 버버리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보다 성과가 좋았지만 업계 전체의 침체를 계속 견뎌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선 이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케링그룹 또한 지난 23일(현지시간)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반토막 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케링에 따르면 이 그룹의 영업이익은 핵심 브랜드 구찌가 크게 부진하면서 1년 전의 47억5000만유로(7조801억원)에서 올해 25억유로(3조 7267억원)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예상이 현실화하면 케링은 8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불이 붙었던 명품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LVMH도 지난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팬데믹 이후 최악 실적을 기록하면서 충격을 줬다. 루이비통, 디올 등이 포함된 최대 사업부인 패션·가죽 제품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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