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스카이라인에 새겨진 뉴욕의 허브성 '미드타운'

2026. 2.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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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 새롭게 들어서
신산업 도심의 혁신 상징
다음의 변화된 모습 기대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양쪽 끝에 서로 다른 두 얼굴인 로어맨해튼과 미드타운이 마주보듯 서 있고, 그 사이가 낮아지는 포물선을 이룬다. 로어가 맨해튼의 최초 중심부였다면, 미드타운은 20세기 이후 새로 구축된 또 하나의 중심부다. 도시의 지도가 그 역사를 반영하듯 이 스카이라인에도 뉴욕의 진화 과정이 새겨져 있다. 이 포물선을 설명할 때 종종 기반암의 존재가 거론되곤 한다. 지질 조건이 개발 비용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형성 원인을 온전히 설명하긴 어렵다. 필자는 이 고층의 집적이 다양한 도시적 변수들이 맞물려 빚어낸 종합적 현상이며, 특히 세계의 사람·자본·정보가 모여 집적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허브도시, 뉴욕'이 성장해온 흔적으로 바라본다.

본 기고는 그 허브성이 북쪽에서 응축된 고점인 '미드타운(Midtown)'의 형성과정에 주목한다. 미드타운은 통상 34-59가 전후의 권역을 지칭하며 그 안에서 다양한 기능이 중첩되는 중심부인 미드타운 코어 그리고 그 동쪽에서 그랜드 센트럴을 축으로 형성된 업무지구인 미드타운 이스트로 대표된다.

먼저 뉴욕의 중심이 로어에서 미드타운으로 이동한 배경에는 로어의 과밀과 협소한 가로, 기업이 요구하는 더 넓은 바닥면적 그리고 통근권 확대가 있다. 이 요인들은 도심의 중심을 북쪽으로 밀어 올렸다. 사실 19세기 후반 로어의 혼잡을 피해 카네기 저택이 대변하듯 5번가를 따라 고급 주거가 북상한 흐름은 도심 팽창의 전조였다. 그리고 이 흐름을 본격적으로 가속화시킨 계기가 20세기 초의 교통 인프라다. 1910년대 초반 펜 스테이션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이 완성되면서, 미드타운은 광역 연결성이 집중되는 도심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이러한 도시 중심의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1929년 전후 두 지역에서 동시에 건설되던 두 타워의 높이 경쟁이다. 로어의 40 월 스트리트(40 Wall St)가 세계 최고를 주장하자 미드타운의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은 첨탑을 공장에서 제작해 숨겨 뒀다가 현장에서 단시간에 끌어올려 최종 높이를 역전한다. 이는 두 지역의 주도권 경쟁을 도시적으로 연출한 장면이었다. 이 경쟁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두 타워가 높이만 다투지 않았기 때문이다. 40 월 스트리트가 월가의 권위를 담은 네오고딕의 전통적 언어라면 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산업의 시대성을 표현한 아르데코의 새로운 언어이다. 반짝이는 금속 크라운, 속도와 기계미학의 수직 리듬 그리고 날아오를 듯한 독수리 가고일은 당대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장식 모티프를 연상시킨다. 결국 이 두 타워는 로어의 '전통적 금융 도심의 자존심'을, 미드타운의 '신산업 도심의 혁신'을 상징하며 중심 이동이 형태와 상징의 교체까지 수반했음을 보여준다.

뉴욕의 중심으로 부상한 미드타운의 위상은 영화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에서도 포착된다. 극중 아이언맨의 본거지인 스타크 타워가 그랜드 센트럴 뒤편 메트라이프 빌딩(MetLife) 자리에 설정되고 최종 전투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그 인근 특히 전면의 파크 애비뉴 바이애덕트에서 전개되는 것은 이곳이 세상의 중심임을 대중문화의 문법으로 드러낸다. 더 흥미로운 설정은 외계인의 침공을 여는 포탈이 바로 그 상공에 열린다는 점이다. 현실의 교통이 집중된 자리 위에 다른 차원과의 연결을 겹쳐 올림으로써 영화는 미드타운이 지닌 도시적 의미를 엉뚱하지만 정확히 짚어낸다.

정리하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의 등처럼 끊임없이 형태를 바꿔간다. 로어가 이민자와 물류가 교차하던 항만·수로 기반의 글로벌 허브였다면 미드타운은 도시 간 광역 이동과 도시 내부 흐름을 재조직하며 다음 단계의 허브로 부상했다. 뉴욕은 이렇게 연결 방식과 중심의 위치를 확장해 오며 과거에서 현대까지 '허브성'을 진화시켜 왔다. 그리고 지금, 57-58가 일대에 솟아오르는 새로운 '니들 타워'들은 그 포물선 위에 또 하나의 상승 곡선을 더하며 뉴욕의 다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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