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우리 모두의 희망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정교수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우리 모두의 희망은 다른 어떤 것 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요구 사항이다. 이 부분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인식은 다른 어떤 산업 분야의 업계가 느끼는 책임감보다 더욱 더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자칫하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순식간에 해 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이 바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첨단의 전자기술과 최신 소프트웨어들이 장착되어 가는 자동차에서 최근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예전부터 조금씩 나타나던 현상이었던 소위 말하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여러 사고들이, 최근 들어서는 더욱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해 왔던 차량의 화재 관련 문제가, 최근에 크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 팩이 관련되는 화재가 주를 이루면서, 화재 진압의 어려움이 동반되어 2차적인 피해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여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급발진 의심 사고는 해외에서도 발생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사고는 미국에서 발생했던 도요다 자동차 회사의 경우였다. 자동차를 제어하는 중요 소프트웨어와 전자장치들을 엄밀하게 조사했고, 관련 개발자들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도 진행되었다. 실제로 이렇든 신중하게 진행되었던 조사에서는 큰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었고, 그런 와중에 내린 최종 결론은, 가속 페달이 자동차 운전석의 발 아래 놓여있는 Floor Mat에 본의 아니게 간섭을 받게 되는 경우가 제기되었으며, 이런 이유가 차량가속의 주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사실, 너무나도 복잡해지고 있는 첨단 전자기기들과 그 기기들을 동작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검증하고 무결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는 작업이라, 적절한 수준에서 조사를 완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급발진 의심 사고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주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거의 모든 경우에, 자동차를 사용하게 되는 사용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종류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기대치 않은 가속 상황 (Sudden Unexpected Acceleration, SUA,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급발진에 대한 전문용어이다.) 에 대해 차량의 이상현상으로 주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은 경우에 운전자 과실에 의한 가속 페달 또는 브레이크 페달 조작 잘못으로 주장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EDR (Event Driven Recorder) 장치를 차량에 장착하는 규정을 법규로 제정하여, 차량 사고 발생시 그 전후 특정 시간내에 발생한 차량의 다양한 부품들이 상태 정보를 저장하여 보다 더 엄밀하게 차량 상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모두의 노력 속에서도 EDR 등의 기록 장치에 대해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EDR 은 실제로 자동차 내에 발생했던 모든 신호를 가감없이 사고 전후에 대해 자동 기록하는 장치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기록에 대한 신뢰성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다만, 차량 상태의 기록은 충실히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급발진이 일어나는 순간에 차량 내부에 존재하는 상태 신호들에 대한 신뢰성 부분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특정 센서가 부정확한 신호를 발생시키는 경우, 그 신호 자체가 정확한지 부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신호의 정확/부정확을 알지는 못해도 그 신호를 그 상태 자체로 기록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신호가 기록되었을 때, 이 신호가 실제로 가속 페달이 밟혀서 발생한 신호인지, 아니면 가속 페달 쪽 센서가 잘못 인식한 신호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회사에서는 두개 또는 세개의 센서를 설치하여 각각의 신호를 비교하고, 혹여 서로 다른 신호가 인지되면 무효 처리하는 등의 많은 보완책을 구축하고 있기는 하고 있기는 하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결론은 간단할 것 같다. 완성차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노력을 올바르게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비용을 들여서 자동차 산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아마도 차량의 안전 운행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차량의 문제인지 운전자 과실인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노력을 멈추고 진정으로 안전성 고도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많이 시장에 나오는 페달 조작을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최대한 저가로 보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대량생산이 될 경우, 보험사들과의 협력을 통하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간단한 노력은 순식간에 운전자 과실인지 차량 문제인지를 가름해 줄 수 있다. 차량 문제일 경우, 완성차 업계에 징벌적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다. 신속하게 판단하여 운전자 과실일 경우, 쓸데없는 조사 비용 등을 절약하고, 차량의 결함으로 판단될 때에는 엉뚱한 법정 다툼을 피하고, 빠르게 진정한 차량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최근의 급발진 사고 조사에서 우리에게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급발진 주장 사고였는데, 실제로는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잘못 조작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 것이었다. 이 사진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였어야 했을 것이다.

진정한 문제 해결에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