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지난달 공개한 8세대 신형 ES를 보는 순간 '이게 정말 세단인가' 싶었다. 그동안 '강남 아빠 차'로 불리며 다소 밋밋했던 세단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2026년 출시를 앞둔 이 차는 그야말로 세단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조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자인이다. 렉서스가 내세운 '클린 테크 x 엘레간스' 콘셉트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다. 기존 스핀들 그릴을 전기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스핀들 바디'는 마치 미래에서 온 차 같은 인상을 준다. 특히 전면부 트윈 L자 시그니처 라이트는 밤거리에서 렉서스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하지만 진짜 승부수는 실내에 숨어있다. 렉서스 최초로 도입된 '히든 스위치'는 그야말로 마법 같다. 시동을 끄면 버튼들이 대시보드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시동을 걸면 조명과 함께 다시 나타난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이 차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파워트레인 라인업도 야심차다. 하이브리드 ES 300h(201마력), ES 350h(247마력)부터 순수 전기차 ES 350e(224마력), ES 500e(343마력)까지 네 가지 선택지를 준비했다. 이 중 최상위 모델인 ES 500e의 스펙은 정말 놀랍다. 0-100km/h 가속 5.7초면 웬만한 스포츠카 급이다. 게다가 주행거리 530km에 30분 급속충전까지 가능하다니, 전기차의 단점이라던 충전 불편함도 상당 부분 해결한 셈이다.

ES 500e에 탑재된 DIRECT4 사륜구동 시스템도 흥미롭다. 앞뒤 바퀴로 가는 힘의 배분을 100:0에서 0:100까지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이는 단순히 빠른 것을 넘어 안전하고 재미있는 주행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실내 공간도 크게 달라졌다. 후석에 리클라이닝 시트와 오토만까지 더한 것은 물론, 17개 스피커로 구성된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동안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차음 성능도 대폭 개선해 정말 '움직이는 거실' 수준이다.

사실 ES는 1989년 렉서스 브랜드 출범과 함께 시작된 '오리지널' 모델이다. 35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는 뛰어난 승차감과 조용함,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8세대는 여기에 미래 기술과 감각적 디자인까지 더했다.

물론 가격이 관건이다. 현행 ES가 6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형 모델 특히 전기차 버전은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정도 완성도라면 기다릴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2026년, 강남 도로에서 이 '숨은 버튼'들과 미래적 디자인을 자랑하는 ES를 마주치게 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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