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갉아먹은 '가짜'와의 사투… 넷플릭스 1위 '들쥐', 번뜩이는 설정 뒤로 남은 아쉬움

카카오웹툰 원작 루드비코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연출 김홍선, 10부작)가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손톱 먹은 쥐가 사람이 되어 진짜 행세를 한다'는 한국 고유의 전래동화를 현대적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주한 과감한 시도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결과다.
'증명하지 못하면 내가 가짜가 된다'… 현대 사회의 지독한 악몽

이야기는 세상과 단절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미스터리 소설가 제문재(류준열 분)의 일상이 붕괴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 지문 인식이 먹통이 되고, 은행 계좌와 집 명의가 말소되며, 급기야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정체불명의 존재 '들쥐'가 나타나 진짜 행세를 한다.
사회적 관계망이 극도로 좁은 문재는 자신이 '진짜 제문재'임을 증명할 길을 잃고 한순간에 사칭범으로 전락한다.
현대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수단인 생체 데이터와 금융·디지털 기록이 통째로 복제·삭제되었을 때 마주하는 실존적 공포를 날카롭게 파고든 점은 초반부 확실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문재에게서 돈을 회수하려다 기이한 사건에 휘말려 동맹을 맺게 되는 전직 조폭 출신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 연쇄 변사 사건의 단서를 쫓다 두 사람의 뒤를 밟는 형사 박순용(이규형 분)이 얽히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뼈대를 갖춘다.
류준열의 1인 2역과 설경구의 무게감… 배우들이 지탱한 긴장감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다.
류준열은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리는 문재의 나약함과, 서늘한 눈빛으로 타인의 인생을 잠식해 들어가는 '들쥐'의 악마성을 1인 2역으로 매끄럽게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설경구는 단순한 해결사에 머물지 않고 문재를 불신하면서도 기묘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사채업자 노자 캐릭터를 묵직하고 설득력 있게 구축했다.
이규형은 과거의 트라우마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 형사 순용 역을 특유의 날 선 에너지로 완벽히 소화해 냈다.
늘어지는 10부작 호흡과 서사적 완급조절의 실패

화제성과 준수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들쥐'가 별 3개의 평가에 머무는 이유는 명확하다.
탁월한 숏폼형 콘셉트를 10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서사의 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늘어지는 초반부와 굼뜬 템포: 문재가 고립된 이유와 배경을 충분히 빌드업하지 않은 채 미스터리만 겹겹이 쌓아 올리다 보니, 주인공의 절박함이 시청자에게 온전히 가닿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복되는 제자리걸음 연출: 단 하나의 정보나 심리를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앵글을 쪼개고 장면을 길게 끄는 연출 방식이 서스펜스의 속도감을 갉아먹는다.
후반부 우연성과 기시감: '들쥐'의 정체와 복수 서사가 드러나는 중후반부는 과거 한국형 복수 스릴러 명작들의 기시감을 지우지 못하며, 촘촘한 퍼즐 맞추기보다는 작위적인 사건 전개에 기대는 한계를 보인다.
설정의 신선함과 장르적 한계가 공존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들쥐'는 전래동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매혹적인 설정과 배우들의 빈틈없는 앙상블로 넷플릭스 1위다운 도파민과 시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6~8부작 정도로 압축했더라면 훨씬 더 날카로웠을 서사가 10부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소 둔탁해진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묵직하고 어두운 스릴러를 선호하는 장르 팬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선택지이지만, 밀도 높은 서사적 완결성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평점 3점 수준의 아쉬운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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