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숏게임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온탕 냉탕'이라는 표현처럼 짧은 거리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하죠. 오늘은 골프라는 게임, 특히 숏게임과 퍼팅의 관점에서 '그립 악력'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골프의 기본 - 그립(Grip)
골프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습득하게 되는 기술이 바로 '그립'입니다. 그러니 그립을 잘 잡는 것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과정과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립의 중요성에 비해 골퍼들의 관심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립을 잘못 잡은 상태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스윙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결과가 좋을 수 없습니다. 사실 그립을 잘못 잡은 상태로는 좋은 스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보통 그립을 잡는 방법과 더불어 많은 골퍼들은 그립을 얼마나 세게 잡을지에 대한 조언을 듣습니다. 예를 들어 퍼터를 할 때에는 힘을 빼고 부드럽게 쥐라고 하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립을 강하게 쥐라는 조언보다는 부드럽게 쥐라는 조언이 더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들의 기본 악력이 일반인보다 세기 때문에, 프로들이 아무리 가볍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그립 압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들은 강하게 쥐어짜는 수준으로 잡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적절한 그립 압력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권장치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그립을 세게 쥐는 구간이 다르다
그립 압력에 대한 '절대적'인 비교 혹은 추천은 어렵지만, 실제로 백스윙-다운스윙-임팩트 구간에서 상대적인 그립 압력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모든 골퍼들이 백스윙에서 임팩트까지 가는 구간에서 그립 압력을 점점 더 강하게 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클럽의 속도가 빨라지니 이를 잡기 위한 그립 역시 당연히 더 강하게 쥘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프로 선수들과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핸디캡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가진 힘에 대비하여, 더 강한 그립을 잡는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백스윙 탑에서부터 그립을 쥐어짜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스윙이 경직되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비해 프로 선수들은 그립 압력의 변화가 적은 편이고, 아마추어처럼 스윙의 특정 단계에서 극단적으로 강한 그립을 쥐지 않습니다.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하는 골퍼들 역시 독특한 그립 압력 성향을 보이는데요. 백스윙이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순간에 '가장 강한' 그립을 쥔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프로 선수들은 오히려 다운스윙 초기에 그립 악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전환 동작이라고 하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 힘을 뺐다가 임팩트까지는 그립을 조금씩 강하게 쥐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죠.
이렇게 프로와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아마추어는 스윙 과정에 있어서 전혀 다른 그립 압력의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골프에 있어 누구나 알지만 하기 어려운 동작, 즉 '힘을 빼고 쳐라'라는 표현은 '다운스윙 초기'에 몸의 긴장도를 낮추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그립의 압력을 약간 풀었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숏게임과 퍼트에서는 꾸준한 그립 압력이 중요하다.
이 그립 압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퍼팅을 포함한 숏게임에서의 그립 압력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그립 압력의 변화를 최소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얼마나 세게 쥐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립의 세기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폭발적인 힘을 전달하는 풀스윙과 달리, 퍼팅과 숏게임은 정교함과 안정성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퍼팅/숏게임에서는 가급적 그립 압력 변화를 최소화하고 처음 잡은 압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상적인 이미지는 "처음 잡은 압력으로 끝까지 스트로크 한다"는 것으로, 실제 타이거 우즈 역시 "스윙 시작부터 끝까지 그립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프로들은 스윙 전체에서 그립을 잡는 압력 변화 폭이 적은 것이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숏게임 어프로치에서의 그립 압력 배분입니다. 골프 다이제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약 30야드 거리의 피치/칩 샷 시 프로들은 양손의 그립 압력을 50:50으로 거의 균등하게 유지하는 반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왼손(리드 손)에 70%, 오른손에 30% 정도로 치우친 압력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추어는 오른손을 지나치게 낮은 압력으로 둔 채 왼손으로만 끌고 가다 보니 임팩트 때 클럽헤드가 덜 릴리스 되어 뒤땅이 나기 쉽다고 분석되었습니다.
퍼팅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양손 압력의 균형을 맞추되 오른손이 과도하게 지배적이지 않도록(예컨대 오른손이 퍼터를 눌러 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스트로크 전반에 걸쳐 일정한 그립 압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그립을 잡은 세기대로 퍼팅을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결국 상황에 따라 그립 악력의 이상적인 분포와 세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급격한 변화 없이 스트로크 전체에 걸쳐 안정적으로 그립 악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관된 그립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습 때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인데요. 거리와 방향에만 신경 쓰는 것보다 내 손의 압력, 내 손의 움직임에 조금 더 신경 써 보는 것은 좋은 연습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골프의 기본인 그립, 조금 더 고민해 보며 클럽을 쥐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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