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찾아보기 어렵다는 커피 프차

이건 201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커피 프랜차이즈 ‘커핀그루나루’의 로고다. ‘허니브레드’의 원조로도 알려진 브랜드인데 초고속 성장으로 국내 커피브랜드 중 증시 상장을 1등으로 노렸을만큼 잘나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조차 까마득한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릴 때 종종 가던 커핀그루나루가 요샌 하나도 안 보이던데 다 어디 간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커핀그루나루의 몰락은 첫째 비슷한 컨셉인 국산 브랜드들끼리의 과열경쟁, 둘째 어정쩡한 프리미엄 전략의 실패,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 커피 소비자 입맛의 수준이 고급스럽게 성숙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커피전문점의 나라다.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은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로 인구 510명당 1개꼴이다. 다만 이렇게 된 게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적어도 1980~90년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믹스커피의 대중화 덕에 커피를 많이 마시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형태의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난 계기는 90년대말 할리스에 이어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였는데, 이때부터 전문 매장들이 생기면서 국내 커피시장이 쭉쭉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타벅스와 같은 외국 프랜차이즈가 시장 성장을 주도했지만, 이후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 국산 브랜드까지 합세해 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커진다. 커핀그루나루가 등장한 것도 2007년이다.

커핀그루나루의 전성기는 화려했다. 10년전쯤엔 매장 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124개나 됐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증시 상장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커핀그루나루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 현재 커핀그루나루의 가맹점은 서울에 2개, 충남 천안에 하나 해서 총 3개가 전부다. 지난해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26억원 이상 많았고, 당기순익은 5700만원 손실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시작점은 국산 브랜드들끼리의 과열경쟁.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0년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슬슬 과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중에서도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의 경쟁은 말이 많았다.

커핀그루나루를 만든 김은희 대표는 사실 선발주자였던 탐앤탐스 김도균 창업자의 동생이다. 탐앤탐스에서 일하다 따로 사업을 분리해나왔는데, 워낙 매장이 늘다보니 이 두 브랜드끼리도 인접한 매장이 많아지면서 서로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신혜경 신혜경커피아카데미 대표]
오빠하고 여동생하고 사이 탐앤탐스랑 그 관계는 아시죠? 관계가 별로 안 좋았거든요. 그러면서 경쟁심으로 해서 사이드메뉴도 뭘 했다가 이렇게 좀 덩치를 크게 (키워)보려고 하다가 갑자기 수그러들었거든요.

매장은 꾸준히 늘고 매출 규모 자체는 잘 나왔지만 실적을 들여다보면 수익성 하락으로 이미 위기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특히 커핀그루나루는 수도권 주요 역세권에 대대적으로 매장을 확장했는데 이런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물론 커핀그루나루만 그랬던 건 아닌데 비슷한 시기 매장이 1500개나 됐던 카페베네도 무리한 사업 확장과 투자 실패로 결국 법정관리 신청을 했을만큼 대혼돈의 시기였다.

커핀그루나루의 실패를 어정쩡한 프리미엄 전략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급커피와 와인을 함께 파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주려고 했고, 이름 속 ‘커핀(Coffine)’이라는 단어도 ‘커피(Coffee)+와인(Wine)’를 뜻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가운데 6위권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다른 브랜드에 비해 낮은 인지도, 가격 부담에 비해 별 특징 없는 커피 등의 영향으로 점차 경쟁력을 상실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근근이 버티던 커핀그루나루는 코로나 때 더한 악재를 맞는데, 원두 주산지 브라질의 서리·가뭄, 또 세계적인 원두 소비 증가로 원두값이 급격하게 치솟았다는 거다.

[신혜경 신혜경커피아카데미 대표]
재료비가 이렇게 비싸지니까 가격대도 비싸야 되고 그러면 손님은 이왕 비싼 금액에서 고급으로 가버릴 테니까 여기 살아남지 못하는 좀 그런 추세가 좀 있었어요. 반대로 메가커피하고 컴포즈(커피)하고(두 브랜드 로고) 이렇게 저가 커피끼리 경쟁하고 이게 약간 양대 산맥처럼 프랜차이즈가 둘로 나누어진다고 좀 보여지거든요.

사실 커핀그루나루의 현 상황은 국내 커피 브랜드 위기의 한 단면이다. 앞서 경쟁을 펼쳤던 탐앤탐스 역시 비교적 잘 버티긴 했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저가 커피의 원조 격인 이디야도 메가커피와 컴포즈에 밀려 위기설이 나오고 있고, 브랜드 파워의 최강자 스타벅스마저도 신세계 인수 이후 화제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커핀그루나루의 갑작스런 몰락은 갑자기 사라진 카페베네와 함께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