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C] '애슐리 신화' 황성윤 이랜드 유통부문 대표, 위기의 킴스클럽 구할까

이랜드그룹이 지난달 30일  창립 44주년을 맞아 이랜드 유통 부문 총괄로 황성윤 이랜드이츠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이랜드이츠, 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이 지난달 30일 창립 44주년을 맞아 단행한 인사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 '애슐리' 출신의 황성윤(42) 대표를 유통부문 총괄로 선임했다. 황 대표는 팬데믹 당시 침체된 외식사업을 반등시킨 공로로 이번 인사에서 유통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게 됐다. 그는 애슐리 매니저로 이랜드에 입사해 그룹의 외식 계열사인 이랜드이츠 대표를 거쳐 유통부문 총괄대표까지 겸하게 된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다. 황 대표가 앞으로 외식과 유통 간 시너지로 위기에 빠진 이랜드 유통부문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외식 사업의 성공을 이끈 ‘젊은 리더’

/그래픽=박진화 기자

1982년생인 황 대표는 지난 2008년 애슐리 매니저로 입사해 외식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애슐리 점장을 시작으로 2014년 ‘리미니’ 브랜드장을 거쳐 2018년에는 이랜드파크 외식부문 인사총괄과 애슐리 브랜드장을 맡았다. 이후 2021년 이랜드이츠 대표이사로 발탁되며 외식사업 전반을 본격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30대에 유통 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으며 ‘파격인사’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랜드이츠는 2019년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자회사로, 팬데믹으로 2020년 매출이 크게 감소해 애슐리, 자연별곡, 수사 등 뷔페형 식당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랜드이츠는 2020년 매출 2320억원, 영업손실 63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대표에 오른 황 대표는 곧바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가격대별로 나뉜 애슐리 브랜드를 프리미엄 매장인 ‘애슐리퀸즈’로 통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과감하게 닫았다. 코로나19 이전에 95개였던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에 55개로 줄었다. 매장 수와 방문객이 축소되면서 이랜드이츠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13.4% 감소했지만, 영업손실(-194억원) 폭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2022년부터 애슐리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며 반등에 성공했다. 황 대표는 200여종의 메뉴를 선보이면서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애슐리를 ‘가성비 뷔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애슐리 매출은 전년 대비 50.3% 증가한 2360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이츠의 매출도 같은 기간 40.1% 개선돼 3553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 애슐리퀸즈의 매출(1700억원)은 이랜드이츠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해 효자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유통·외식의 연결고리..미래 성장동력으로

이랜드그룹이 황 대표를 유통부문 총괄로 임명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애슐리 매니저로 시작해 이랜드이츠 대표까지 오른 그가 이제는 3년 만에 그룹의 유통부문 전체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올해 초 이랜드킴스클럽 대표직에 이어 유통 수장직까지 맡긴 성과중심 인사로 이랜드는 황 대표를 통해 유통 불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현재 이랜드 유통부문은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랜드리테일은 43개의 NC백화점과 뉴코아 등 도심형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지만, 외식사업처럼 팬데믹 이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5% 줄어든 55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90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성장했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에 냈던 2조원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식품 전문매장인 킴스클럽은 이랜드 유통매장의 식품관 역할에 그쳐 다른 대형마트와의 비교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2015년 이랜드가 킴스클럽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 빅3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매각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매각을 철회한 이랜드는 온라인 시장과 자체브랜드(PB) '오프라이스'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2022년 10월에는 오아시스와 협업해 '킴스오아시스'로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쿠팡, 쓱닷컴, 마켓컬리의 3파전에 밀렸고, PB도 타사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현재 생필품 라인업을 판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킴스오아시스는 새벽배송 후발주자인 데다 킴스클럽은 다른 유통매장의 식품관 역할에 한정돼 추가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 강남점에서 고객들이 델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랜드킴스클럽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그룹은 외식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황 대표에게 유통부문을 맡겨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황 대표 취임 이후 킴스클럽이 받을 첫 성적표는 향후 그의 '접목' 경영에서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킴스클럽 매출은 5486억원으로 2020년(9300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황 대표의 과제는 유통과 외식사업 간 시너지 창출이다. 두 사업부의 연관성이 크지 않은 현재 구조에서 황 대표가 킴스클럽을 중심으로 사업 부문 간 연계를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올해 초 황 대표는 킴스클럽 대표에 올라 유통과 외식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4월 킴스클럽에 ‘델리 바이 애슐리’라는 코너를 론칭해 애슐리퀸즈 뷔페 메뉴를 3990원의 균일가로 판매하고, 즉석조리식품 150여종을 선보였다. 론칭 5개월 만에 100만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됐고, 킴스클럽 내 2030세대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황 대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외식사업을 유통에 접목해 초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앞으로 황 대표는 애슐리 브랜드를 확장해 이랜드리테일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백화점과 뉴코아에 애슐리, 자연별곡 매장을 내거나 델리 식품 및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킴스클럽에 단독 입점시키는 방식 등이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이랜드킴스클럽은 자회사인 이랜드팜앤푸드와 식자재를 공동 구매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팜앤푸드는 올해 초 간편식 연구개발(R&D)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애슐리와 자연별곡 등 외식 브랜드의 HMR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 59개였던 애슐리퀸즈 매장은 올해 10월 기준 103곳으로 확대됐다. 이랜드는 이를 올해 말까지 120개, 내년까지 150개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애슐리퀸즈 매장과 고객 수가 증가할수록 2차 소비로 간편식과 델리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며 “황 대표의 외식사업 성공 경험이 유통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