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대전 ‘최악 화약고’...중국의 대만 침공 3가지 시나리오는? [한중일 톺아보기]
지난 당대회때 시진핑 주석의 발언입니다. 그는 자신의 원대한 꿈인 ‘중국몽’ 달성의 핵심으로 대만 통일을 들었고, 임기중 “대업을 확고부동히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임박했다는 결정적 징후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많은 전쟁들이 최고권력자의 오판과 우연들이 겹치며 의도치 않게 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차세계대전이 대표적 예입니다.
다방면에서 격화되고 있는 전략경쟁속에서 미중 양국은 모두 대만문제에 양보할 수 없는 사활적 이익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우크라 전쟁과 달리 동맹으로 묶여 있는 역내 국가들의 도미노 같은 참전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미일동맹에 의한 일본의 참전은 기정사실이고 오커스 멤버인 호주도 가세할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에 묶인 한국도 당사국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유일한 동맹인 북한도 마찬가지 입니다. 북한이 핵과 ICBM을 동원해 개입할 경우 동아시아의 화약고는 연쇄폭발하며 3차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양안 사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요?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그리고 조금 더 최근에는 2027년을 이야기 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2027년에는 중국에서 21차 당 대회가 있죠. 시주석이 4연임을 하려할 경우 이에 합당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대만 통일은 이에 합당한 매우 강력한 정치적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중국이 군사력을 포함해 종합국력에서 단기간에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운게 현실 입니다. 따라서 저는 당분간 중국이 수사학적으로 계속 강경하게 나오긴 하더라도 정말로 침공을 단행할 것이냐에 대해선 좀 더 신중히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외도 점령후 대만 본섬에 훨씬 더 가까이 위치한 펑후 제도까지 장악하는 겁니다. 굳이 본섬까지 진입하지 않더라도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양안 통일 의지를 강력히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본섬까지 쳐들어가면서 사실상 미중 전면전을 각오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미중 전면 충돌만 볼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능성 있는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와 중국의 반응을 염두에 두면서 대만 해협을 관찰해야 합니다.
만약 대만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무력도발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면, 한미 동맹은 우리 여론에 의해서라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아가 심각한 정도에 따라서 미일동맹도 대만해협과 한반도 양쪽으로 힘이 분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중국이 그동안 많이 노력해 왔던 것이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는 일입니다. 그런 실질적 노력들중 하나가 지난해 4월 중국이 남태평양 제도 국가 중 하나인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당시 왕이 외교부장이 2달여에 걸쳐 남태평양 제도 국가 8개를 모두 방문하면서 협력을 강화시켰죠.
여기서 이 8개 국가들을 선으로 죽 이어보면 북쪽에는 미국령 괌, 하와이, 마셜 제도가 있고 남쪽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통일을 위해 전면 충돌을 각오했을 때 당연히 자신의 주변 동맹국들이 대만 해협쪽에 힘을 집중시켜 줄 것으로 보고 있죠.
그런데 한반도에서도 같은 시기 무력 도발이 일어나고 중국과 안보 협약을 맺은 여덟 개 제도국가들 주변으로 심각한 안보 위협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호주와 뉴질랜드도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대만에 집중하기 쉽지 않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미국에게 자국 앞마당에 더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힘의 분산 차원에서 대만 해협 긴장이 고조됐을때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킬수 있을까에 대해 미국과 선제적으로 논의해야합니다.
그런데 이후 중국측에서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하고만 동맹을 한다는 식의 불만을 계속 제기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한국이 점차 ‘안미경중’의 기본 틀을 수정할 준비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2차대전 이후 전후 질서는 미국에 의해 미국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중국이 가장 이득을 많이 가져가면서 미국이 갖는 상대적 이득은 줄어왔습니다. 미국은 종합 국력에서 앞서더라도 중국의 발전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비록 자국이 만든 질서와 규범이라도 놔둔다면 추월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게 됐죠. 그래서 지금 새 규범과 질서를 놓고 경쟁 하는 겁니다.
저는 지금처럼 국제사회에서 새 규범과 질서가 서기 시작할 때는 보다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가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다 잠깐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전략적 명료성’과 ‘모호성’을 쓸 현안을 구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이익과 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외교가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북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 되고 있고 실제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억지력을 갖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당연한 대응입니다. 그리고 이 억지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한미동맹에 이어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도 계속 두드려야 합니다. 또 인도주의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계속함으로써 한미일과 한중관계에서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강화에 대해 중국이 크게 우려하는 게 사실입니다.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가 북한에 대한 억지력도 있겠지만 유사시 중국을 견제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사실 그래서 중국은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강화에 대해 오래전부터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한편으로 역사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줄 곧 나빴기 때문에 도리어 이 부분에 대해선 중국이 안심하는 측면도 있었죠.
그런데 이말은 반대로 중국이 그 동안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봤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한일 관계가 가능하면 투 트랙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제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협력할 수 있는 국가들과는 원활한 협력을 찾아내는 것이 한국이 추구해야 될 외교이고, 미중 전략 경쟁구도 하에서 국익을 확대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협력과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지금 한국의 대중 외교에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적정선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준비해야할 때입니다. 한국이 미국을 택했다고 한다면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아주 적대시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한일 협력 및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의 선을 어디까지 두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속도 조절을 할 것인지, 어느 분야까지 협력 할 것인지 아주 세밀하게 준비하고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원칙적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하에서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면서도 북한 붕괴라든가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과 협력할 때 한반도 비핵화와 정세 안정 두 가지를 구분해서 다르게 접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과 협력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내야 됩니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중국이 한반도 통일과 비핵화에 대해 많은 역할과 협력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많은 시도를 해 봤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과가 미미했다는게 대부분의 전문가와 학자들의 평가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애초에 과도한 기대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무언지 확실히 구분하면서 대중외교에 나서야 됩니다.
※다음 회에선 ‘국내 반중정서의 원인과 한중 공존의 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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