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무시하는 국산차? 넥쏘, 유럽서 극찬받는 이유

사진 출처 = 현대차

국산 수소전기차 현대차 넥쏘가 유럽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전기차는 여전히 변방 취급을 받지만, 유럽의 시선은 다르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은 신형 넥쏘에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부여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통과’ 수준이 아니다. 충돌 안전성, 첨단 안전 시스템, 어린이 보호 성능까지 전 영역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다. 특히 어린이 보호 평가 항목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하며, 패밀리카 기준에서도 높은 신뢰를 확보했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국내 분위기다. 같은 차량이 한국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낮은 관심 속에 조용히 잊히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수소전기차 중 하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넥쏘를 둘러싼 이 온도 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유럽이 먼저 인정한 ‘기술의 완성도’

사진 출처 = 현대차

유로 NCAP 평가에서 넥쏘는 정면·측면 충돌 시 승객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충돌 이후에도 탑승자 간 부상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였고, 차체 구조의 강성이 인상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세와 10세 어린이 더미 보호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한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첨단 안전 사양 역시 핵심 요인이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은 보행자뿐 아니라 이륜차와 차량 인식 능력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사고 발생 시 긴급 구난 센터에 자동으로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과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기술도 평가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결과로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6·9에 이어 수소전기차 넥쏘까지 유로 NCAP 전 라인업 최고 등급을 확보했다. 파워트레인이 달라도 안전 철학과 기술 수준은 일관된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여기에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전기차가 ‘미래 기술’로 분류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유럽 주요국은 전동화 이후의 대안으로 수소를 병행 육성하고 있으며, 차량 자체의 기술 완성도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넥쏘는 그 기대에 부합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조용한 주행, 물만 배출하는 구조

사진 출처 = 현대차

해외 시승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은 ‘정숙함’과 ‘자연스러움’이다. 넥쏘는 시동 버튼을 눌러도 전기차처럼 조용히 출발하며, 변속기 대신 버튼식 조작계를 사용해 전동화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넥쏘의 핵심은 현대차가 자체 설계한 연료전지 스택이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배출물은 물뿐이다. 주행 중 공기를 정화하는 필터 시스템을 통해 미세 입자 제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 매체들이 주목한 부분이다.

주행 감각은 전기차와 유사하지만 성향은 다르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 차체 무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생 제동과 에너지 흐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폭발적인 가속보다는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중시한 설정이다.

유럽에서는 이를 ‘기술적 성숙 단계에 접어든 수소차’로 해석한다. 이미 상용화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유럽과 한국, 인프라가 만든 간극

사진 출처 = 현대차

문제는 차량이 아니라 환경이다. 유럽은 국가 단위로 수소 충전소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은 충전소 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고,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불안도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수소차 보급 초기에는 정책적 지원이 있었지만, 충전소 확충 속도는 소비자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넥쏘는 기술력을 갖추고도 체감 가치가 낮은 차량이 돼버렸다.

해외에서는 “충전 인프라만 갖춰지면 EV보다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실험적인 선택지로 인식된다. 이 차이가 넥쏘의 국내외 평가 격차를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시장의 반응은 분명한 신호다. 수소전기차는 아직 끝난 기술이 아니며, 넥쏘는 그 가능성을 가장 현실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유럽은 준비됐고, 한국은 망설인다

사진 출처 = 현대차

넥쏘가 보여준 유럽에서의 선전은 수소전기차라는 낯선 기술에 대해 “이미 충분히 안전하고 완성됐다”는 선언에 가깝다. 넥쏘는 기술, 안전, 실사용 측면에서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인프라와 정책의 속도를 따진다. 그 사이 넥쏘는 국내에서 조용히 잊히고, 해외에서 먼저 평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산차가 해외에서 인정받고도 국내에서 외면받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수소차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정책과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넥쏘는 이미 답안을 내놓았고, 유럽은 그 답안을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한국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