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아내가 장롱을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입지도 않는 옷이 자리만 차지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하루 종일 옷을 꺼내고 담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야 그 말의 다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린 것은 옷만이 아니었다
정리가 끝나고 나니 장롱 한 칸이 비었습니다. 아내는 그 자리에 상자 몇 개를 넣어 두었습니다. 열어 보니 사진과 편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것을 한곳에 모은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찾기 쉽게 해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리는 준비의 다른 이름이다
나이가 들면 물건을 줄이는 일에 마음이 갑니다. 남은 사람이 곤란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뜻입니다. 그 이야기를 직접 꺼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옷 정리처럼 가벼운 일로 시작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무거운 결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게 된다
오래 산 부부는 말의 앞뒤를 보고 뜻을 짐작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통합니다. 다만 짐작만으로는 어긋나는 부분이 남습니다. 그럴 때는 한 번쯤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물어보는 것이 무례한 일은 아닙니다.

그날 저녁 왜 그랬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웃으면서 짧게 대답했습니다.같이 사는 사이에도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묻는 것이 늦어질수록 짐작만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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